뇌경색 K 형제님의 옛 모습입니다.

키는 다소 작은 편이지만 체격이 아주 당당하고 인물도 좋은 편입니다. 태극권이라는 무술의 유단자로서 특전사 공수부대 출신의 예비역 대위입니다.

제대 후, 개인 건설회사를 설립했는데 사업이 순조로워 돈 푼께나 만질 정도였다고 합니다.

건강과 재물과 학벌과 인물과 심지어 무술까지, 세상에 무서움과 아쉬움을 모르고 살고 있을 때, 한 순간에 넘어져 병을 얻게 되었던 것이지요. 그리고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자신이 벌레임을 깨닫게 되었고요.

형제님은 수시로 주님과 대면하는 환상을 체험한다 합니다. 주님의 모습은 그간 성경 보며 그렸던 모습과 설교를 비롯한 여러 이야기를 듣고 상상했던 모습이었다 합니다. 아직 상세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구체적인 전달은 어렵지만, 아무튼 형제님의 체험이 신선합니다.

왜냐하면, 주님을 뵙는 등의 신비체험을 하면 거의 대부분 들뜬 상태가 되기 쉬운데, 형제님은 전혀 반대로 아주 차분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늘 신비체험을 하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고, 가끔 경험하게 해 주십사 기도드리기도 했으나 여전히 묵묵부답이라 의기소침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무리 대단한 신비체험이라 한들 그 자체의 효능에 몰입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길게 설명할 여유가 없기에 한 마디로 표현하면, 죽을 병에서 고침 받았다 한들 수년 내지 수십년 후에는 다시 죽을 수밖에 없기에 신유체험도 생각처럼 엄청난 효능을 지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냥 하루하루 숨을 쉬고(건강하든 건강치 못하든) 주님 이름을 부를 수만 있다면 그게 곧 삶의 가치이고 행복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입니다.

형제님도 이와 비슷한 견해를 지니고 있는 듯합니다. 나뭇잎새 하나 바라보는 것이 즐겁고 꽃송이 하나에서 행복을 느끼는 감정의 소유자인 것 같습니다. 천편일률적인 흥분상태 위주의 신비체험 간증만 들었던 것에 비추어, 주님의 얼굴까지 뵌 형제님의 반응은 매우 이례적이고 신선하다 할 것입니다.

우리 믿음은 용맹을 필요로 하는 그 무엇이 아닙니다. 다만 형제님처럼 작은 것을 통해 주님의 은혜를 깨닫는 순전함이 필요할 뿐입니다. 바로 이 점에서 저는 형제님의 이어지는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 이후, 옮겨간 병원(천주교 계열의 병원)의 방침에 따라 주일 예배 참석이 불가하게 되었습니다. 아쉽지만 주일예배 가능한 병원으로 다시 옮기면 그때 모시기로 하고 잠시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다 듣지 못한 이야기와 그간 더욱 성장된 믿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속히 마련되기를 기다립니다.  

작은자

2008.03.18 16:28:04
*.7.13.27

다음번 이야기가 기대 되는걸요*^^*
어느곳이 문제가 아니라 주님께서 함께하신다면
다시 만날수 있을거라 감히 추측해 보구요

혹 못본다 할찌라도요
그나라에서 볼수 있겠지요^^*

주님의 뜻이라면요^^*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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