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넌 왜 ○○처럼 못하니?

조회 수 1262 추천 수 92 2008.03.22 11:43:36
● 세상을 살면서 어떤 일은 연습이 허용되기도 하고 어떤 일은 전혀 허용되지 않습니다. 스포츠 같은 것은 피땀 훈련이 뒷받침되어야 본선에 나갈 수 있으나, 사전연습 없이 곧바로 실전에 임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 예행연습이 허용되지 않는 인생 항목 중에는 ‘자식 농사’도 포함됩니다. 자식 낳아 양육하는 훈련을 마친 다음에 정식으로 키워낼 수는 없습니다. 자녀양육은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모의 후회는 불가피한 면이 있습니다.    

● 저도 남매를 키웠습니다만 역시 후회를 피해가지는 못했습니다. 가장 후회되는 점은 아이들에게 “너는 왜 누구처럼 못하니?”라며 상처 줬던 일입니다. 특히 공부와 관련되기만 하면, 성적이 우수한 친구와 점수가 시원찮은 자식을 직접 비교하며, 야단만 쳤습니다. 당시 아이들이 받았을 심리적 압박감을 생각하면 지금도 부끄러울 뿐입니다.

● 부모는 항상 자신의 사리판단 능력을 기준하여, 자식들도 같은 수준의 판단과 행동을 하기 원합니다. 그래서 이에 못 미칠 경우 야단치기 일쑤입니다. 부모도 그 아이만 했을 때는 더 형편없었으면서 말입니다.

● 아무튼 부모가 자식을 타인과 비교하며 야단치는 것은 매우 잘못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 잘못을 범하지 않는 부모는 거의 없습니다. 아울러 연습이 아니기에 지나간 후에는 후회밖에 남지 않는 일이기도 합니다.

● 그런데 말입니다. 자녀 양육의 실수에 대한 후회 중에서 가장 마음 아픈 것이 무엇인지 아시지요? 그것은 잘난 자식에 대한 것이 아니라 못난 자식을 좀 더 품어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것입니다! 못난 녀석에 대한 미안함은 두고두고 가시지 않습니다. 가슴이 찡할 정도로 후회됩니다.


● 성경에도 이와 유사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에서와 야곱의 경우가 이에 해당되리라 여겨집니다.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 부모 이삭과 리브가는 쌍둥이 아들인 에서와 야곱에 대해 상반된 자세를 보입니다.

● 부친 이삭은 남자답고 씩씩하며 능동적이고 야성적이고 능력있고 진취적이고 포용력까지 있는(남성의 장점을 거의 모두 지닌) 에서를 믿고 사랑합니다. 부친 입장에서, 자신의 기업을 잇기 위해서는 만사 자신만만한 후계자가 필요했기에, 에서에게는 든든함을 느끼고 야곱에게는 실망을 느꼈을 것입니다. 에서와 야곱은 쌍둥이로서 똑같은 입장이지만, 에서는 모든 면에서 월등하니 신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고, 그만 못한 야곱에게는 ‘얘는 왜 형만큼 못할까?’라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나이도 같고, 도대체 우열이 나뉘어야 할 조건도 아닌데, 모든 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니 부친으로서는 답답한 노릇이었을 것입니다. 야곱에게 야단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일 듯싶습니다.

● 반면 모친 리브가는 여성적이고 정적이고 소심하고 소극적이고 자기중심적이고 자신감도 없고 약간의 사기성까지 있는(전혀 남자답지 못한) 야곱을 안쓰러워합니다. 리브가도 장남 에서가 남자답고 씩씩하며 부친의 기업을 이어받을 충분한 자격을 지녔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그리고 야곱의 부족함 역시 인정합니다. 이러한 모든 정황을 잘 아는 리브가지만, 막내에게 쏠리기 마련인 모성특성과 함께, 야곱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지울 도리가 없었을 것입니다. 에서는 그냥 나둬도 잘 살 것입니다. 그러나 야곱은 안심이 안 됩니다. 그러므로 야곱을 감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극심한 편애현상까지 보이며 소심한 차남 야곱을 끼고 돕니다.  

● 야곱 자신도 익히 잘 압니다. 마음은 형만큼 하고 싶고, 그래서 부친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데, 하는 일마다 시원찮고 점점 자신감도 없어집니다. ‘왜 형만큼 못할까?’라며 의기소침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너무나 곤혹스러웠을 것입니다. 야곱은, 항상 기대에 못 미침으로 인한 실망감을 보이는 부친의 눈에서 벗어나 늘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보는 모친 옆을 서성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을 것입니다.

● 세월이 지날수록 이 같은 가족 정서는 점점 심화되어, 리브가의 야곱을 향한 측은지심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부친 이삭의 축복결심을 눈치 채게 됩니다. 다급해진 리브가는, 저주를 각오하면서까지, 속임수로써 하나님의 축복을 야곱에게 돌리고 말았습니다. 그 결말을 우리는 성경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한 가족의 대립과 갈등을 해소해 가는 과정에는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의도가 숨겨져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넌 왜 형 에서만큼 못하니?’라는 무언의 압박에 괴로워하는 약자 야곱의 서러움을 아셨습니다. 그리고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는 모친 리브가의 애틋한 측은지심도 아셨습니다. 그래서 괴롭고 서러운 이들이 꾸미는 어설픈 속임수가 성공되도록 그냥 놔두셨습니다. ‘왜 야비한 야곱의 손을 들어주셨을까?’라는 우리의 의문(창25:23; 말1:2-3)은 ‘약자의 아픔을 아시는 하나님의 속마음’을 엿볼 때라야 겨우 이해하게 됩니다.


● 하나님은 어쩌면 형이나 강한 자나 잘난 자를 대견스러워 하시기보다, 동생이나 약한 자나 못난 자에게 연민의 정을 더 느끼시는지 모릅니다. 우주만물의 최강자이시면서 가장 힘없는 약자의 서러움을 이해하시는 하나님이라면, 우리는 어떤 경우든 하나님께 긍휼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못난이를 애처로운 눈으로 바라보시는 하나님께 긍휼을 구하는 것이 바로 우리 신앙의 참 모습일 것입니다.

● 못난 자식에게 ‘넌 왜 ○○처럼 못하니?’라며 잘못 저질렀던 부모와 달리, 하나님께서는 힘없고 약한 우리들에게 결코 이같은 책망을 하지 않으십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끝까지 붙잡아야 할 진실입니다.


● 스스로 못났음을 아는 못난이들이여! 소망을 가집시다!  ♣  

작은자

2008.03.22 16:28:02
*.7.13.27

아멘~!!!
제가 그거 아니면 무슨 소망으로 살겠습니까요^^*
이것은 완존히 저 들으라고 하시는것 같아서 감사하게 읽었습니다^^*
샬롬~~~

김유상

2008.03.25 21:27:26
*.170.40.25

못난 제게 희망의 말씀 주심을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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