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가을 산행

조회 수 1550 추천 수 176 2007.01.06 12:39:06

들에는 오곡백과가 무르익고 산에는 오색단풍이 곱게 물드는 해맑은 가을 오후,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가을산행에 나섰습니다. 산행이라야 겨우 두세 시간 소요되는 해발 약 5-600여 미터 남짓한 뒷산에 오른 것이 고작이었지만, 그래도 가을 정취를 느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차오르는 가쁜 숨을 고르고자 잠시 멈춰 쉬는 짧은 순간에도 얼굴을 스치는 가을바람의 시원함이란 기분 좋은 일이지요. 높푸른 가을하늘과 울긋불긋한 단풍잎이 어우러져 하나님의 섭리를 찬양하고 있었습니다.

주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의 순행을 참으로 경이롭고 신비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가운데 유독 감동적인 장면은 부모와 함께 나들이 나온 어린아이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제 겨우 너댓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아빠의 손을 잡고 앙증맞은 발걸음을 내딛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은 광경이었습니다. 가파른 바윗길이 위험한지 아닌지 아이는 전혀 몰랐습니다. 두려움도 없었고 신경 쓰지도 않았습니다.

혹 넘어지기라도 하면 무릎이 깨지고 피가 나는 아픈 경험을 하게 되겠지만, 아이가 이같은 상황을 판단할 수는 없겠지요. “위험하니 얌전히 걸어라.”는 아빠의 만류에도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얼굴에는 그저 신기하고 즐겁다는 표정뿐이었습니다.

가파른 바윗길을 위험한 줄도 모르고 막무가내로 뛰어가려는 아이 - 어쩌면 이 아이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아빠의 손을 잡고 있기에 안전하다!”는 무의식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을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아빠의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 자체까지 망각하고 있을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빠가 손을 꼭 잡고 있기에 아이는 절대 안전했다는 사실입니다. 아이의 생각과 판단과는 무관하게 아이는 정말로 안전했습니다.

아무리 너댓살짜리 아이라 할지라도 아빠의 손을 잡고 있는 한 절대로 안전했다는 사실 - 아이가 안전하다고 인식했든 못했든 아이의 안전은 불변이었다는 사실 - 아빠와 아이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분명 안전했고 그 이유는 오직 아빠의 손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아빠의 능력이었던 것이지요.  

사실 아이에게 산행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아이가 아무리 영악하여 미리 연구하고 준비한 후에 산행을 나왔다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산행은 아이의 능력을 넘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단지 아이는 부모를 따라 나왔을 뿐입니다!

주님과 우리의 관계도 이런 모습은 아닐는지요? 저 아이처럼 위험도 모르고 천방지축 날뛰는 것은 아닌지요? 인생의 비탈길도 구별하지 못하고 아이처럼 마구 달려가려고만 하는 것은 아닌지요? 아마도 그런 측면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비록 그렇다할지라도, 환경과 처지를 보지 않고 오직 아빠의 손만을 의지하는 저 순진무구한 아이와 같은 믿음을 나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비탈길이든 바윗길이든 단지 주님의 인도하심을 믿으며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세상 근심과 걱정은 모두 주님께 맡겨 드리고 다만 주님의 손만 꼭 잡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아이와 달리 주님께서는 나에게 성숙한 성도의 책무도 주셨기에 더 깊이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구원에 관해서만큼은 반드시 이 아이와 같은 상태가 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구원에 관한 한, 아이의 모습을 꼭 빼어 닮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산행이 아이의 능력에 속한 것이 아니듯, 구원도 나의 능력에 속한 것이 아니라는 깨우침을 얻고는, 기쁜 마음으로 하산하였습니다.

따사로운 가을 오후의 가벼운 산행길에서, 서로 의지하고 보호하는 아빠와 아이의 아름다운 모습을 통해, 구원에 관한 주님과 나와의 관계를 보여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할렐루야!

※ 몇 년 전, 뒷산에 올랐다가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느꼈던 단상입니다. 샬롬!

조인구

2007.01.06 13:28:03
*.74.54.211

따사로운 가을 오후의 가벼운 산행길에서, 서로 의지하고 보호하는 아빠와 아이의 아름다운 모습을 통해, 구원에 관한 주님과 나와의 관계를 보여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

김문수

2007.01.06 15:38:44
*.74.54.211

할렐루야 !! 필승!!
순태 형님 !!
오늘 순태 형님의 저를 향한 엄청난 사랑을 느꼈습니다 !!
작살과 함께 보내주신 안티프라민과 빨간약과 반창고를 보면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 흑흑흑 !!
형님!! ................필승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141 [단상] 자기 자신이 쓰는 전도서 [6] 정순태 2008-03-01 1673
140 [묵상] 솔로몬은 과연 회개하고 구원받았을까? [5] 정순태 2008-03-08 6069
139 [환우나눔] 특전용사의 용맹인들 무슨 소용이랴! [1] 정순태 2008-03-15 1215
138 [단상] 넌 왜 ○○처럼 못하니? [2] 정순태 2008-03-22 1262
137 [묵상] 변형사건의 의미=일상의 중요성 [2] 정순태 2008-03-29 1679
136 [단상] 짝사랑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5] 정순태 2008-04-05 1555
135 [서평] 헨리 누엔의 「아담,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자」를 읽고 정순태 2008-04-12 1697
134 [서평] 도올이 이해한 성경과 기독교(뭔 소리여?) [3] 정순태 2008-04-19 1961
133 [단상] 바늘귀 자유로이 드나드는 약대? [4] 정순태 2008-04-25 1349
132 [서평] 진 에드워즈의 "가정집 모임은 어떻게"(대장간)를 읽고 정순태 2008-05-03 1417
131 [단상] 쓰러트림 현상의 진정성 [1] 정순태 2008-05-10 1676
130 [단상] 사두마차와 근위병 정순태 2008-05-17 1562
129 [단상] 난 너무 거룩한 존재!(I am too sacred for you!) 정순태 2008-05-24 1265
128 [단상] 누가 곤고한 사람인가? [1] 정순태 2008-05-31 1531
127 [환우나눔] 깡마른 사람끼리는 잘 통한다?! 정순태 2008-06-07 1312
126 [환우나눔] 눈치가 빨라야 삼겹살 얻어먹는다! 정순태 2008-06-13 1258
125 [환우나눔] 인생에게 임하는 일 [1] 정순태 2008-06-20 1252
124 [환우나눔] 작은 자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 환우나눔을 마치며…… 정순태 2008-06-27 1236
123 [단상] 얼른 망하자?! 정순태 2008-07-05 1312
122 [단상] 두 배 짜리 지옥 자식 정순태 2008-07-12 1274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