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이여 영원하라!

조회 수 367 추천 수 1 2015.12.10 17:14:20

 

(초단기 한국여행기 – 2)

 

이번 한국여행이 기간은 짧았지만 여운은 길었습니다. 첫 글이 조금 무거운 느낌을 주는 것 같고 또 못 다한 이야기도 남아서 간단히 세 가지만 추가합니다.

 

소회 1 – 카카오톡 만세

 

형님이 오늘 내일 하는 황망 중에 급히 출국했고 또 비용을 아끼려고 전화기 로밍을 하지 않았습니다. 밤늦게 도착해 병원부터 찾아가야 했으므로 공항에서 전화기 렌트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실은 나름 믿는 구석은 있었습니다. 한국에 와이파이 터지지 않는 곳이 거의 없으므로 지인들과는 카카오톡으로 연락할 작정이었습니다.

 

실제로 계속 숙소로 신세졌던 처제 집에서 아침저녁 카톡 텍스트나 무료전화로 지인들과 약속을 정하며 중간중간 적절히 소통할 수 있어서 별다른 불편이 없었습니다. 거기다 혼자서 한국 나갔다고 입이 뾰루퉁 튀어나온 집사람에게 즉석에서 현장 사진을 보내어 눈으로나마 여행에 동참시켜 불만을 잠재울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공항, 지하철, 마을버스, 카페, 식당 어디서나 까똑, 까톡 소리가 연속 울렸습니다. 특별히 지하철이 잡담 하나 없이 너무나 조용해졌습니다. 모두가 고개 숙여 전화기 보느라 정신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런 농담을 했습니다. “한국 아줌마들은 카톡 없었더라면, 아저씨들은 삼겹살에 소주가 없었으면, 벌써 뭔가 폭발했을 것이다. 이 둘은 한국사회를 그런대로 건전하게 지탱시키는 가장 큰 두 기둥이다.”

 

정말로 카카오톡 만세였습니다. 그러다 불현듯 오래 전에 페이스북과 동일한 포맷으로 한국에서 훨씬 먼저 시작했던 ‘싸이친구맺기’가 생각났습니다. 시대를 조금 앞섰고 스마트폰이 활성화 되지 않았으며 한국이라는 제한된 시장을 상대하는 바람에 세계적 히트를 못치고 사라졌지만, 사실은 페이스북에게 원저작권침해소송이라도 걸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지구촌 어디에서도 이렇게 편리하고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통신서비스는 전 세계에서 카톡 말고는 없을 것입니다. 정확히는 몰라도 중국과 합작한다는 말이 있던데 다시는 싸이의 전철을 밟지 말고 페이스북 이상의 세계초일류 기업이 되어 지속적으로 번창하길 기원합니다.

 

소회 2 – 홈페이지 사역 만세

 

제 나이도 육십 중반이 되었으니 형님 장례식에 온 분들은 그야말로 할머니 할아버지들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한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사촌형제들은 물론 친척들이 정말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자식들과 본인의 근황을 거의 묻지 않았습니다. 그 나이쯤 되니까 서로 묻고 답하지 않아도 집집마다 골치 썩인 자식 한둘이 있었고 또 고달프고 힘든 인생을 보내지 않은 사람 또한 단 한명도 없다는 사실을 서로가 익히 아는 까닭일 것입니다.

 

거의 모든 대화의 초점은 두 가지 사항에 모여졌습니다. 건강관리와 노후대책이었습니다. 미국의 은퇴후사회보장제도가 어떤지 다들 궁금해 했습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니 한국이 더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음에도 한국 분들의 노후대책에 대한 염려는 오히려 더 컸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이 사회경제체계의 장기적 안정성에서 뒤처지고 자식에 대한 끝없는 부양의무감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거기다 노후에 일할 수 있는 직장이나 기회가 너무 적다는 것입니다.

 

상황은 미국이라고 해서 특별히 좋은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저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저는 세계 어디라도 인터넷만 있으면, 또 아무리 나이가 먹어도 제 정신만 반듯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평생의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홈페이지 사역입니다. 비록 거창하고 명성이 높아지고 재정적으로 풍요해지는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다른 이들은 하지 못하는 일이지 않습니까? 저는 하나님이 주신 이 너무나 좋은 천직에 대해 항상 그래왔지만 새삼 너무 감사했고 더욱 열심히 헌신하기로 결단했습니다.

 

소회 3 – 민주주의 만세

 

급하게 또 가능한 싸게 비행기 표를 끊느라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중국 상해를 경유하며 5시간 대기해야 했습니다. 그 정도는 견딜 만하고 또 뉴욕 맨허튼과 맞먹거나 더 엄청나다는 상해의 마천루를 볼 수 있는 기회도 되니 참 좋으려니 기대했습니다.

 

문제는 부산-상해 커넥션 비행기가 중국동방항공인데 미국 American Airline과 아직 업무협약을 안 맺었다는 것입니다. 상해에서 짐을 찾아 정식 통관입국수속하며 통과비자를 받아야 하고 다시 정식 출국수속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행루트를 구체적으로 모르지만 비행기에서 상해시가지를 내려 볼 수도 없었습니다. 이 입출국수속만으로도, 큰 가방 두 개를 끌며 공항터미널을 옮기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진이 다 빠질 정도였습니다. 착륙하기 직전에 잠시 비행기 창 너머로 흘낏 보이는 중국이 미국처럼 아주 광활하다는 사실만 확인했습니다.

 

미국행 비행기 보딩은 아직 두 시간이 남았기에 공항로비 카페에 앉아 지친 육신과 마음을 잠시 달래기로 했습니다. 또 거기선 와이파이가 될 터이니 밀렸던 카톡 메시지를 확인하고 홈페이지를 업데이트 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이게 웬일입니까? 제 홈피와 즐겨찾기에 올려놓은 모든 기독교 사이트와 미국의 구글과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전혀 열리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한국의 일반 언론들은 잘 열렸습니다. 말로만 듣던 중국의 인터넷 제한 내지 검열을 직접 눈으로 목격 체험한 것입니다. 중국에 계신 저희 오랜 회원 한 분이 유튜브에 올라있는 제 오디오 설교를 들을 수 없어서 계속 글로만 읽는다는 말이 실감났습니다.

 

저로선 중국본토에 처음 발을 딛는 여행인데, 대만은 몇 번 갔음, 그 첫 인상이 완전히 어그러졌습니다. 상해공항 시설은 이곳 LA 공항의 국제터미널 이상으로 현대화 되어 있는데 업무처리는 아직은 많이 미숙했고, 외국 여행객의 눈과 귀까지 막고 있다니... 아무리 경제적으로 미국과 버금가는 아니 이미 따라잡기 시작했다고 큰 소리를 친들 이젠 별다른 감흥이나 경계가 전혀 생기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언로는 물론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한국과 미국의 민주주의야말로 만세 만만세입니다. 언젠가 중국도 온전한 민주주의체제로 전환되고 종교자유도 보장되길 기원합니다. 중국에 있는 디아스포라 한인들을 위해서 그 때를 대비하며 이 홈페이지 사역에 더 충성해야할 것 같습니다.

 

12/10/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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