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반대의 두 차량번호판

조회 수 713 추천 수 68 2010.08.16 22:38:16
정반대의 두 차량번호판


미국에선 돈을 더 내면 차량번호판을 자기 마음에 드는 숫자나 글자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777 같이 단순히 좋아하는 숫자를 택하기도 하지만 주로 숫자, 문자, 부호를 조합하여 자기만의 특별한 의미를 드러내 보입니다. 공교롭게도 이틀 사이에 극명히 대조되는, 정확히 말해 정반대의 뜻을 지닌 두 번호판을 보았습니다.  

먼저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아내랑 근교로 드라이버 가는 중에 본 번호판은 “111I111"이었습니다. 영문 "I"가 한 복판에 있고 좌우로 숫자 1이 셋씩 나열된 것입니다. 누가 봐도 내가 세계에서 최고라는 뜻이지 않겠습니까? 물론 차도 고급신형이었습니다.

두 번째 번호판은 어제 주일 아침 한 미국교회에서 예배드리고 주차장을 빠져 나오면서 보았던 바로 앞차의 것입니다. 그냥 평범한 차였는데 “1ST♥GOD"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자기는 제일 먼저 하나님만 사랑한다는 뜻일 것입니다. 동시에 하나님의 사랑이 최고라는 뜻도 될 것입니다.

아담이 하나님을 마음에 두기를 싫어하고 거역한 동기가 바로 자기 사랑이었습니다. 자신이 모든 일의 주인으로서 제 멋대로 하는 것을 말린다면 하나님도 거역하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자기 삶과 인생은 물론 이 세상마저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만 꾸려가겠다고 한 것입니다. 그 결과 모든 인간이 하나님을 찾지 않을 뿐 아니라 전혀 두려워하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자기 사랑은 하나님 사랑의 정 반대편에 위치합니다. 이 둘은 서로 같거나 비슷한 유형으로 단지 그 질과 양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닙니다. 말하자면 자기를 최고로 사랑하는 사람도 하나님을 둘째로 사랑할 수 있다거나, 또는 하나님을 최고로 사랑하는 자라도 자신을 둘째로 사랑할 수는 있다는 진술은 둘 다 틀렸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자기 사랑이 바로 하나님을 저주하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니 혹 이를 미워하며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며 저를 경히 여김이라.”(마6:24) 현실에서 혹시 두 주인을 섬길 수 있어도 주인끼리 완전 합의한 후라야 가능하므로 결과적으로 같은 주인입니다. 또 종이 임의로 두 주인을 섬길 수는 결코 없습니다. 예컨대 이중 첩자 같은 자는 양쪽에서 다 거부당하지 않습니까?

또 자기를 사랑하는 자는 자기 가족은 사랑할 수 있지만 남을 사랑하지는 못합니다. 가족은 자기의 연장이지만 타인은 자기와 전혀 연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간혹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는 자라도 이웃을 도와주기는 해도 단순히 적선(積善)이지 온전한 사랑이 아닙니다. 자기를 사랑하는 일의 연장으로 자신의 의를 드러내는 것에 불과합니다.  

하나님을 제일 사랑하는 것의 정반대는 사단을 제일로 사랑하는 것이며, 자신을 최고로 사랑하는 것의 정반대는 이웃을 최고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럼 어떤 결론에 이릅니까? 자기 사랑이 바로 사단 사랑이 되고, 또 이웃 사랑이 바로 하나님 사랑이 됩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되며, 하나님 사랑을 조금이라도 등한시 하면 곧바로 사단 사랑으로 넘어간다는 뜻입니다. 나아가 사단에 묶인 자는 자기 사랑에만 집착하고, 하나님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자는 이웃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어지간한 신자라면 다 아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하나님이 처음부터  인간더러 자기를 사랑하지 말라는 말씀을 결코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아니 실질적으로는 자신을 아주 사랑하라고 말했다는 것을 아십니까?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 명하여 가라사대 동산 각종 나무의 실과는 네가 임의로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정녕 죽으리라 하시니라.”(창2:16,17)

하나님은 인간에게 선악과를 열심히 물주고 가꾸면서 사랑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당신의 절대적 주권을 상징하는 열매이므로 따먹지만 말라고 했습니다. 오로지 당신을 무시하거나 잊지는 말라는 뜻이었습니다. 대신에 다른 모든 실과는 먹어도 된다고 했습니다. 인간에게 유익이 되는 모든 일들은 임의로 행하라고 한 것입니다. 이 두 원리를 합치면 자기를 양껏 사랑하되 하나님 당신의 품 안에서만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예수 믿고서 하나님께 뜨겁게 기도하여 응답받고서 자기 형편이 나아졌기에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 교회 안에서 중직을 맡아 사람들의 존경을 받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지라는 뜻은 더더욱 아닙니다.

자신을 사랑하려면 정말로 자신이 사랑스러워야 합니다. 신자는 십자가 보혈의 공로로 그 영이 깨끗케 되었고 하늘의 생명책에 자기 이름이 올라갔습니다. 하나님의 자녀로서 그분의 성품에 참예하며 언제 어디서나 그분과 교제 동행하며 살게 되었습니다. 십자가 복음 안에서 날마다 새롭게 되어서 하나님의 보장된 영광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예수를 믿기 전에는 세상 어떤 것으로도 만족과 안전과 평강과 자유를 전혀 못 느꼈습니다. 그저 남보다 잘난 점은 내세워 자랑하기 바빴습니다. 그것도 치사하게 은근하고도 교묘한 방식으로 말입니다. 대신에 남보다 못한 점은 스스로 부끄럽기 짝이 없어 자신을 아주 싫어했습니다. 그럼에도 겉으로는 내가 가장 잘난 양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다녔습니다.

그런 어느 날 예수님이 저를 찾아와서 제 속을 완전히 까뒤집어 놓았습니다. 정말로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운동력이 있어서 저를 상관하시는 당신의 눈앞에 저의 벌거벗었음을 완전히 드러내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선 당신의 무한하신 사랑으로 제 영혼을 채워주셨습니다.

비로소 저의 내면에 인간이 정말로 온전히 인간되어져야만 하는 참 모습으로서의 정체성이 회복된 것입니다. 제 자존감은 예수 안에서 올바른 자리를 차지하게 되어서 이전보다 더 높고 소중해졌기에 진정으로 저를 사랑하게 된 것입니다.

인생은 어쨌든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책임 하에 살아가야 합니다. 신자도 자기를 정말로 사랑해야 합니다. 자기 사랑을 하지 않는 인생은 자책하는 실망감으로 스트레스만 쌓일 뿐입니다. 자기 사랑은 하나님을 아는 자만이 온전히 행할 수 있습니다. 역으로 말해 하나님을 조금이라도 부인하는 자는 참된 자기 사랑을 결코 할 수 없습니다.

불신자의 정체성은 여전히 죄악으로 타락한 사단의 종으로 남아 있으니까 자기 외부의 것으로 자기를 치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신형고급 차를 타고 으스대면 마치 자신도 같이 높아진 양 착각합니다. 자기 딴에는 자신을 열심히 사랑하려 노력했지만 사실은 자기 밖의 것을 사랑한 것에 불과하므로 평생 가도 불만투성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은 예의 두 자동차 번호판 중에 어떤 것을 달고 다닙니까? 신자이기에 물고기 표식을 달고 다니라는 뜻이 아닙니다. 인생의 숨겨진 참 목적이 자기를 사랑하는지, 아니면 하나님을 사랑하는지 묻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깊은 속마음에 하나님이 자기를 사랑해주는 방식으로 경건의 싸움을 원하는지, 현실의 형통을 기대하는지 묻는 것입니다.  

8/16/2010

하람맘

2010.08.19 07:00:54
*.195.4.125

번호판 이야기를 하시니까 한가지 생각나는 일이 있습니다. 어머님 차를 타고 남편이 운전을 하는데 자꾸 끼어들려는 차를 넣어주지 않고 화를 내는 겁니다. 빵빵거리고 신경전을 버리고... 그런데 어머님 차에는 십자가가 룸미러에 달려 있었습니다. 전 너무나 챙피해서 십자가라도 띠고 그런 행동을 하라고 잔소리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십자가랑 무슨상관이냐며 화를 내고 결국 둘다 기분이 나뻐졌었습니다. 전 십자가를 달고 있으니 교인이라는 것을 알텐데 좀 양보하고 기분좋게 다니자고 했더니 교회다니면 운전을 나쁘게 하는 것도 용서해야 하냐고 하더군요.. 그런데 목사님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자기 사랑과 하나님 사랑... 이웃을 사랑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구하면 십자가를 달고도 떳떳할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전 아직 자신이 없어서 십자가를 달고 다니지 못합니다. 저 때문에 또 교인들이 통틀어 욕먹을 까봐서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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