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식(歎息)에서 환성(歡聲)으로

조회 수 667 추천 수 88 2010.12.21 14:53:02
탄식(歎息)에서 환성(歡聲)으로


제가 사는 LA 일원에 물난리가 났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면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합니다. 캘리포니아는 일 년 내내 맑다가 겨울에 조금 비가 오는 것으로 유명한데, 올해는 유난히 많이 길게 오는 것 같습니다. 세계적 이상기후 탓임이 분명합니다. 고속도로 곳곳에 사고 난 차체 파편들이 미처 치우지 못한 채 남아있습니다. 언덕의 집들은 산사태가 날까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그간 가뭄이 심했기에 비는 많이 올수록 좋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저희 집에선 물난리가 났습니다. 물이 미처 빠지지 못하는 곳이 생겨 종일토록 퍼내야 했습니다. 지난 일요일부터 시작됐는데 일기예보에 따르면 목요일 가야 비가 멎는다니까 그 짓을 나흘은 계속해야 합니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허리가 아플 정도로 물을 퍼냈습니다. 정말 하늘도 무심하시지라는 불평이 절로 튀어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 생겼습니다. “하나님 제발 밤에는 잠을 자게 비가 좀 적게 와서 물이 차지 않게 해주십시오. 가뜩이나 연말이라 이런저런 일도 많은데다 종일 이 일만 하고 있으면 홈페이지 업데이트도 못하지 않습니까?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쓸 여유는 주셔야지요?”라고 탄식 섞인 기도를 드렸습니다.  

막상 그 기도를 하면서 속으로 조금 멋쩍었습니다. 마치 기드온이 타작마당에 양털 뭉치를 갖다놓고 첫날은 이슬이 양털만 젖게 해달라고, 다음 날은 양털은 젖지 않고 사방 마당만 젖게 해달라고 기도드렸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저희 집에 물이 차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가 바로 그와 방불하지 않습니까? 드넓은 남가주 일원을 덮고 있는 먹구름 중에서 우리 집 위만 거두어주거나, 최소한 이곳 근처만 아주 얇게 해달라는 기도입니다. 그것도 밤부터 아침까지 일정 시간을 정해서 말입니다. 감히 천기를 바꿔달라는 것입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 것 같습니까? 간단합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만 봐도 지난 이틀 기도대로 되었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앞으로 남은 이틀도 틀림없이 제게 단잠을 허락해주실 줄 믿습니다. 할렐루야! 고달픈 환난 중에 저절로 뱉어져 나오는 우리의 허물진 탄식을 놀랍고도 신기한 은혜로 바꾸어 환희에 찬 고함으로 바꿔주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혹자는 우연의 일치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일치는 기도할 때 더 자주 일어나는 것은 분명하지 않습니까? 설령 제 경우야 우연이라도 좋습니다. 제가 느낀 환성의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기드온의 그런 징조는 물론, 엘리야의 기도로 삼년 가물다가 또 기도로  맑은 하늘에 갑자기 구름이 생겨 폭우가 쏟아졌고, 여호수아가 아모리와 전투할 때에 기도하여 해가 중천에 머물었으며, 이사야의 기도로 일영표에서 해 그림자가 십도 물러 간 것 모두가 실제로 일어난 사실이라고 이번 경우에 비추어 더욱 확신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뿐 아닙니다. “박사들이 왕의 말을 듣고 갈쌔 동방에서 보던 그 별이 무든 앞서 인도하여 가다가 아기 있는 곳 위에 머물러 섰는지라. 저희가 별을 보고 가장 크게 기뻐하고 기뻐하더라.”(마2:9,10) 별이 동방 박사를 이끌었다는 것 또한, 그 구체적 방식까지는 몰라도, 분명한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기후를 바꾸는 정도는 지구에 국한 된 일입니다. 아기 예수님이 오셨을 때는 그 탄생을 온 땅에 선포하고 축하하려고 우주의 별까지 동원되었습니다. 그분은 지구 밖에서, 우주의 중심에서, 오신 독생자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지금 기도의 큰 능력만 말씀드리려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바로 우리의 탄식을 환성으로 바꿔주시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단 예수님의 이 땅에 오심이 바로 그런 뜻임을 온전히 믿고 환난 중에, 아니 범사(凡事)에 감사함으로 쉬지 말고 기도하는 자들에게만 말입니다. 그런데 단지 기도만 해선 안 됩니다. 한 가지 조건이 더 붙습니다. 기도의 궁극적 목적이 나의 안락이 아니라 여호와의 영광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어야만 합니다.

“무릇 시온에서 슬퍼하는 자에게 화관을 주시어 그 재를 대신하며 희락의 기름으로 그 슬픔을 대신하여 찬송의 옷으로 그 근심을 대신하시고 그들로 의의 나무 곧 여호와의 심으신바 그 영광을 나타낼 자라 일컬음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사61:3)
  
12/21/2010

하람맘

2010.12.22 06:46:51
*.195.4.68

비가 온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정도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폭설과 폭우라... 점점 더 지구가 몸살을 하고 있네요. 그러고 보니 캘리포니아는 지진은 항상 걱정을 하지만 사막이라 물에 대한 대비가 없었군요. 앞으로도 목사님께서 단잠을 주무시고 업데이트 할 수 있도록 기도를 들어주시리라 믿습니다 ^^

저 장미 꽃 위의 이슬

2010.12.22 11:54:19
*.180.72.254

북반구만 아니라 여기 남반구도 이상 기후로 비가 자주 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주님으로 인하여
탄식에서 환성으로 바뀌는 모습을 목사님의 삶을 보면서
범사에 감사하고 항상 기도하는 자세를 배웁니다.


김순희

2010.12.22 13:10:44
*.165.73.38

여전히 비가 많이 오나요??
허리가 아플 정도로 물을 퍼 내셨다니.. 사모님은 괜찮으신지..

제 사는 곳도 눈 구경하고 싶어 겨울만 되면 단 한 번이라도 눈을 좀 봤으면 좋겠다고 기다렸던 눈이 요즘들어 너무 자주 옵니다.
날씨도 차갑다 못해 꽁꽁 얼어붙는 듯한 추위와 쌩쌩 부는 바람이 맘까지도
춥게 합니다. 지구가 몸살을 많이 앓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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