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와 예수님

조회 수 1547 추천 수 147 2008.10.06 18:41:32
코카콜라와 예수님



어제 미국교회의 주일 예배에서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수화 통역을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마침 제가 앉은 자리의 바로 정면에서 했기 때문입니다. 찬양 가사는 자막에 비춰졌지만 설교를 거침없이 통역해 내는 모습이 아주 신기했습니다. 통상 쓰는 영어 단어를 10만개라고만 쳐도 어떻게 손으로 다 표현할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스크린에 비취는 단어와 수화 방식을 세심히 비교해가며 보았습니다. 멀리서 보면  비슷한 동작들을 반복하는 것 같았는데 주먹을 쥐었다 폈다, 열 손가락을 번갈아 펼쳤다 오므렸다, 양팔을 온갖 모양으로 움직이는 등 세부적으로 하나도 같은 동작이 없음을 알았습니다. 10만개 이상의 각기 다른 동작 조합(組合)이 충분히 가능하리라 짐작되었습니다.

그러자 이제는 그 동작 전부를 어떻게 외울 수 있었는지가 더 신기해졌습니다. 청각장애자들이야 어떻게든 의사소통을 해야겠다는 열망에서 그럴 수 있다 치지만 봉사 목적만으로 배우는 자들의 정성과 노력이 참 가상하지 않습니까? 영어 단어를 글로 외우는 것도 그렇게 힘든데 아무리 일관된 원리가 있다 해도 동작 조합은 몇 배 더 힘들 것 아닙니까?

거기다 통역 과정상 머리에서 입술의 말로 표현되는 시간과 손동작으로 바뀌는 시간 중에 아무래도 후자가 더 걸릴 텐데도 설교를 동시통역한다는 것이 너무나 대단하지 않습니까? 예수님 이야기는 모든 장애를 뚫고 반드시 모든 이에게 시급하게 전해져야 할 가장 좋은 소식이라고 절감하지 않으면 그 일을 감히 담당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제가  10여 년 전 유학생 목회를 하고 있을 때에 목과 혀에 아주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수술 후 얼마간은 목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 말고는 낼 수 없어서 간호원들과 아내와 글로 써서 의사소통을 했습니다. 문병 오신 한 여자집사님이 “만에 하나 말을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글로 써서 물어왔습니다. 저는 전혀 주저함 없이 “수화를 배워 청각장애자 상대로라도 목회를 해야지요.”라고 글을 써 보여줬던 적이 있습니다.  

담당 미국 의사도 혹시 수술이 잘못되어 발음을 제대로 못할지 몰라 상처가 아물 때쯤부터 점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저에게 처음 시킨 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어려운 한국말하기 대표인 ‘콩깍지’처럼, ‘코카콜라’를 발음해보라고 했습니다. 알아들을 수만 있으면 발성기관이 정상으로 회복된 것으로 판단할 목적이었습니다. 다행히 그 시험에 무사히(?) 패스하여 혀를 굴려야 하는 영어는 몰라도 한국말 발음에는 크게 지장이 없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제가 목소리를 회복하고 처음 내뱉은 말이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글로 대화하는 가운데 아내가 한 번은 말할 수 있게 되면 가장 먼저 무슨 말을 할지 물어 왔습니다. 그 때도 저는 대뜸 “예수님 사랑합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도 속으로는 은근히 두려워졌습니다. 수시로 ‘코카콜라’ 대신에 “예수님!”을 불러 보려고 시도했는데 입원한지 일주일 즈음되는 어느 순간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장애자 사역을 가깝게 접할 기회를 가진데다 어제 수화통역 기술을 유심히 살피고 나서야 제가 청각장애자 사역이라도 하겠다고 말한 것이 얼마나 만용이었는지 깨달아져 스스로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이미 그 때에 저의 모자란 머리와 게으른 습성과 굼뜬 동작을 감안하셔서 수화기술을 안 배워도 되도록 해주셨고 또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말부터 앞서 나간 잘못까지 사해주셨던 것입니다.  

당시 제 병은 아주 치명적이었기에 솔직히 목소리보다는 생명이 더 급했습니다. 그런데 육신의 생명을 다시 얻은 위에다 태어나자마자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말을 한 셈이었지 않습니까? 역사상 어느 누구가 그럴 수 있었겠습니까? 아기 예수도 그러지 못했을 것 아닙니까? 저로선 평생에 걸쳐도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은혜를 이중 삼중으로 받았던 것입니다.

의사가 코카콜라를 발음해보라고 한 것은 순전히 발성기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우연의 일치치고는 참 흥미롭습니다. 코카콜라는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기에 자칫 비만을 부르며 기분을 up 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해서 악마의 음료라는 별칭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먹고 마시고 입는 것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입으로 코카콜라를 찾아 헤맬 수 있는 반면에 예수님이 주시는 생수에 목말라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같은 손으로 온갖 추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지만 수화통역으로 거룩한 복음을 전할 수 있듯이 말입니다.

정말 모든 신자는 “예수님!”하고 부를 수, 아니 생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나님께 감사해야 합니다. 호흡이 있는 동안 여호와를 찬양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아직도 사단에 미혹되어 있는 영혼들에게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과 권능을 증거 해야 합니다. 다시는 자기를 위해, 다른 말로 코카콜라만 찾아서 살지 말고 오직 자기를 대신하여 죽었다가 다시 사신 예수님을 위하여 살아야 합니다.

생명을 바쳐 전도나 선교에 헌신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저를 필두로 우리 모두가 말로는 하나님 영광을 위해 살 것이라고 쉽게 큰소리칠 수 있지만 그 실행은 어지간해선 따르지 못합니다. 게으르고 연약하며 무능하며 무엇보다도 죄의 본성이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 있습니다. 오히려 정작 힘을 쏟아야 할 일은 “한 입으로 찬송과 저주가”(약3:10) 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자꾸만 코카콜라 쪽으로 향하는 마음을 되돌려서 십자가 쪽으로 바꾸기만 해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실 것입니다.

10/6/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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