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의 무시무시한 위력

조회 수 1180 추천 수 87 2009.10.07 18:45:33
선글라스의 무시무시한 위력


둘째 손녀가 이제 만 7개월이 갓 지났습니다. 소파를 잡고 혼자 일어설 정도가 되었습니다. 서서히 물건을 잡고 한 발자국 씩 옮겨보려고도 합니다. 또 심하지는 않지만 낯가림도 시작합니다. 그 반대로 저를 보면 멀리서라도 반가워서 함박 웃으며 기어오려고 합니다.

어제는 차를 몰다가 빠트린 게 있어서 잠시 선글라스를 낀 채로 다시 집에 들어왔습니다. 손녀가 저를 한창 빤히 쳐다보다가는 급기야 입을 삐죽거리며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자기 딴에는 하찌가, 할아버지의 준말이자 저의 애칭(?), 맞는 것 같은데 눈에 뭔가 시꺼먼 것이 가려져 있으니 갑자기 무서워진 것입니다.  

그 어린 아이에게도 눈은 만물을 비춰주는 창이었던 것입니다. 나아가 인간과 인간끼리는 가장 먼저 눈과 눈으로 교통하기 마련이라는 뜻이었습니다. 단지 시커먼 선글라스가 무서웠을 것이라고 단정 지을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 그랬다면 처음부터 곧바로 울었어야 합니다. 한참 바라보다가 운 까닭은 선글라스를 끼지 않았을 때 사랑과 기쁨이 가득 차서 바라보던 하찌의 따뜻한 눈길을 도저히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눈은 사물의 실체만 파악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까지도 전할 수 있는 통로입니다.    

마침 그날 교육 TV에서 이태리의 유명한 장님 테너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의 공연을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비록 가사 내용은 정확히 모르지만 언제 들어도 가슴 가득 적셔오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는 눈을 통해 만물을 보지 못합니다. 자기가 부른 노래에 대한 청중의 반응을 어떻게 느낄 수 있겠습니까? 물론 뛰어난 청각입니다.

그런데 만약 보첼리가 귀까지 안 들린다 해도, 물론 가수생활 자체를 못했겠지만 순전히 가정으로, 얼마든지 청중과 함께 울고 웃고 호흡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피부에 와 닿는 열기를 감지할 뿐 아니라 영과 영으로 그 전해지는 뜻을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제 손녀와 저 사이에 말로 정교한 의사소통은 할 수 없어도 그 뜻이 통하듯이 말입니다. 또 갓난아이에게, 그전의 태중에서조차 엄마의 감정과 생각까지 그대로 이입되듯이 말입니다.    

인간은 하나님이 당신을 닮게 만드신 후에 당신의 생기를 직접 불어 넣어서 생령이 되었습니다. 인간만이 영적인 존재가 된 것입니다. 물론 동물도 언어가 없어도 기본적 소통을 하고 심지어 상대의 감정도 느끼지만 어디까지나 생존과 번식을 이루려는 본능에 따라 작동될 뿐입니다. 그럼 사람이 영적인 존재라는 것은 생존과 번식의 본능을 넘어서는 목적과 동기로 언어나 오감의 교차 없이도 상대의 감정 뿐 아니라 뜻까지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하나님이 인간에 불어 넣어준 특유한 영혼이 생령이 된 다른 인간뿐 아니라 영이신 하나님 당신과 교통할 수 있는 접촉 창구가 된 것입니다. 그러나 아담이 타락한 이후 그 창구가 막혀버렸습니다. “세상 신이 믿지 아니하는 자들의 마음을 혼미케 하여 그리스도의 영광의 복음의 광채가 비취지 못하게”(고후4:5) 하여 참 빛이 세상에 와서 어둠에 비취되 어두움이 깨닫지 못하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빛보다 어두움을 더 사랑하여 생존과 번식의 본능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한 마디로 이 땅에서 먹고 마시는 것만 추구하는 삶이란 참 인간다운 수준의 삶이 아닙니다. 하나님과의 접촉 창구가 막힌 불신자는 참 인간답게 살지 못하며 그들 스스로도 그럴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한마디로 사단이 그들에게 선글라스의 역할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미 빛 가운데 들어온 신자에게마저 여전히 선글라스는 남아 있습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이 땅에선 수건을 가린 것처럼 보다가 천국에 가면 그 수건이 벗겨지고 거울을 보는 것 같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주위에 산적한 현실적 문제들이 선글라스의 역할을 하여 이미 골고다 언덕에서 완벽하게 실현된 그리스도의 영광을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하찌는 여전히 둘째 손녀를 너무나 사랑하여 무엇이든 해주려 하는데 단지 선글라스 낀 눈 때문에 눈으로 교통을 못하니까 갑자기 무서워지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신앙입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과는 인간이 영으로만 교통할 수 있다는 원리를 모르거나 잊고 있는 것입니다. 보이는 것들이 힘들고 어려우니까 더더욱 영으로 그분의 사정을 깨달아야 할 것 아닙니까?
  
하나님 쪽에선 절대로 색안경을 끼고 우리를 바라보지 않습니다. 만약 그분이 인간을 외모, 자격, 조건, 공적, 선행 등으로 보셨다면 우리 모두는 벌써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마땅합니다. 그분 앞에는 우리의 미숙한 품성이나 알량한 믿음조차 도무지 부끄러워 꺼내 놓을 수 없습니다. 그분은 오직 당신의 독생자 예수님의 십자가 보혈이라는 필터로만 우리를 보십니다. 도대체 이 모양 이 꼴인데도 의롭다고 칭해주시며 또 오로지 그 의로움 때문에 참 생명으로 풍성하게 부어주시길 그분께서 정작 더 원하십니다.

그분은 문자 그대로 영원토록 변함없는 빛입니다. 그 빛은 절대로 사그라지지 않을 뿐 아니라 늘거나 줄지도 않습니다. 항상 전 우주를 충만하게 비추시면서 당신의 은총과 권능을 넘치도록 채우십니다. “하나님은 빛이시라 그에게는 어두움이 조금도 없으시니라.”(요일1:5) 그래서 “각양 좋은 은사와 온전한 선물이 다 위로부터 빛들의 아버지께로서 내려오나니 그는 변함도 없으시고 화전하는 그림자도”(약1:17)없으십니다.    

만약 그분이 선글라스를 끼면 우주 전부가 다시 혼돈으로 돌아갑니다. 아니 그 순간 우주의 존재 가치는 아예 없어집니다. 인간은 본능으로 번식 생존조차 할 수 없습니다. 선글라스는  인간만이 끼는 것입니다. 동식물도 절대 끼지 않습니다. 특별히 불신자가 그분의 영광의 광채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너무 빛나고 또 어두움을 더 좋아해서 어두움에 계속 머물려고 끼는 것이 인간 영혼의 선글라스입니다.

그런데도 신자가 주위 환경에 시력이 멀어져 골고다 십자가 쪽으로는 선글라스를 끼고 바라본다면 다시 사단의 꾐에 꼼작 없이 넘어가는 꼴입니다. 비유컨대 저희 둘째 손녀처럼 하나님이 계신 것 같기는 한데 하나님이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갑자기 세상 전부가 무서워 보이는 것과 같습니다. 자기 눈에 선글라스를 쓴 것도 모르고 밝았던 세상이 갑자가 어두워졌다고 한탄하는 타조 같은 신앙 IQ 밖에 안 되는 것입니다. 가뜩이나 힘든 요즈음 그 문제들을 해결해 달라고 주님께 간절히 매달리기도 해야 하지만, 혹시라도 내 영혼에 사단의 선글라스를 다시 쓰고 있지는 않은지 먼저 되돌아보시기 바랍니다.  

10/7/2009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122 금주의 댓글 컨테스트 [2] 운영자 2006-09-02 1474
121 어디서나 표가 나는 한국사람 운영자 2007-03-16 1468
120 완전히 망가질 것 같은 금주 [1] 운영자 2006-06-13 1466
119 Thanksgiving Day와 Left-Over [1] 운영자 2005-11-27 1451
118 한 밤중에 받은 한 통의 전화 [2] 운영자 2006-02-19 1440
117 당신은 남의 아들이잖아? [2] 운영자 2006-12-21 1434
116 Poker Face와 심술보 할아버지 [2] 운영자 2006-11-06 1433
115 두가지 나이 계산법 운영자 2005-09-22 1429
114 차마 하나님의 사랑을 안다고 말하기 전에 [1] 운영자 2007-03-23 1428
113 거룩한 기억상실증 운영자 2008-11-15 1425
112 내려가는 길이 더 힘들다. [3] 운영자 2006-11-18 1425
111 얼굴 두꺼운 한 중국인 운영자 2006-07-15 1425
110 홈페이지개설 천회기념 사은잔치 [4] 운영자 2006-11-28 1420
109 캘리포니아 해변을 덮친 암울한 그림자 운영자 2009-01-21 1419
108 멕시코를 다녀왔습니다. 운영자 2006-09-29 1408
107 한 일주일 글을 쉬어야 하는 이유 [1] 운영자 2007-02-20 1406
106 주전부리의 깊은 맛 [4] 운영자 2006-01-20 1403
105 Last Samurai의 추억 운영자 2006-02-12 1402
104 그 장모에 그 사위 [1] 운영자 2006-05-18 1395
103 실종된 가을을 다시 찾으며 운영자 2005-11-07 1391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