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표가 나는 한국사람

조회 수 1468 추천 수 157 2007.03.16 13:38:51
어디서나 표가 나는 한국사람


오래 전에 한국에서 회사 다니며 해외 출장을 다닐 때에 세계 어떤 공항에서나 한국인은 표가 났습니다. 당시는 정장 양복에 꼭 흰 면양말을 신을 만큼 솔직히 제일 촌스러웠습니다. 지금은 거꾸로 판단하면 또 쉽게 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장 옷을 잘 입고 세련된 자들을 찾으면 되는데 대신에 명품 내지 짝퉁으로 패션이 똑 같은 것이 탈입니다.

아침마다 동네를 산보하다 보면 여러 국적의 동네 사람들을 만납니다. 또 다시 한국인은 반드시 표가 납니다. 한국인이 한국인을 알아보는 것은 신기할 일이 전혀 아니지만 한국인만의 특성이 꼭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산보 길에도 운동복들이 아주 화려합니다. 여자 분은 태양을 가리는 모자를 쓰고 남자 분은 실크 골프 티를 입는 것이 상례입니다.

그보다 더 분명한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아침마다 만나는 동네 사람도 고개를 돌려 외면하는 것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영어로 인사하고 대화해야 하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서로 한국인일 것이라고 빤히 짐작하는데도 아는 체를 하지 않으니 참 난감합니다.    

한 10년 전만 해도 미국 여행 중에 한국 사람을 만나면 서로 반가워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아는 체 할까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외국에 나와서 사는 동족끼리 이러니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참 당혹됩니다. 서로 믿지 못하던 습성이 외국 생활에까지 연장이 되었을 뿐 아니라 고달프고 바쁜 이민 생활에 괜히 귀찮은 일이 생길까 몸을 사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의리와 정이 많기로 세계에서 알아줍니다. 그런데도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마음에 드는 사람을 자기가 선정해 자기 방식으로만 교제하겠다는 뜻일 것입니다. 자연히 처지가 비슷한 사람끼리만 모이게 되어 동창생, 입사동기, 군대동기, 향우회 등등 계모임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미국인들(백인)은 누구를 만나도 반갑게 인사하고 생전 처음 만나는 사이에도 서로 말을 걸기 바쁩니다. 어려서부터 대화하는 훈련을 많이 받은 탓도 있겠지만 우리와는 다른 생활철학을 가진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우리는 스스로의 소왕국을 자기가 만들어 그 속에만 안주하려 한다면, 그들은 이미 형성된 어떤 공동체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들어가기 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기질이 신앙생활에도 그대로 반영되지 않습니까? 한국 신자는 개인 혹은 소규모의 기도모임이나 말씀공부에 능합니다. 미국 교인들은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뛰어들어 봉사하는 일에는 훨씬 강한 것 같습니다. 서로 반반씩 섞으면 참 좋을 것 같지만 하나님은 절대 한 사람에게 전부를 다 주지는 않습니다. 부족한 것을 알아 겸손하게 되고 또 부족하니까 서로 섬기고 사랑하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인의 기질이 사람끼리의 교제만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반영되는 것 같으니 큰일입니다. 예컨대 자기 필요할 때만 하나님을 아는 체 하지 않습니까? 그것도 오직 자기의 작은 왕국을 명품으로 치장하여 화려하게 꾸려나갈 목적으로 말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로 이미 속하게 한 공동체라면 어디서든 적극적으로 섬겨야 하는 데도 말입니다.

한국인이 동네 사람들 눈에 안 뜨이려고 외국인을 만나도 고개를 숙이고 외면하며 또 끼리끼리 몰려다니는 모습이 오히려 한국인이라는 표가 더 쉽게 나타난다는 것이 우습지 않습니까? 자기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일부러 하나님을 피하는 신자 또한 그분의 눈에 더욱 잘 뜨이지 않겠습니까? 그럼 괜히 들켜서 창피를 당하기 전에 하나님께 자발적으로 먼저 나와 각자에게 허락하신 공동체를 성실하게 섬기는 것이 훨씬 쉽고도 편한 신앙의 길이지 않겠습니까?

3/16/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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