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고의 기도를 받았습니다.

조회 수 1661 추천 수 197 2007.08.31 00:00:09
지상 최고의 기도를 받았습니다.


그저께(8/28) 저녁에 남가주 밀알 선교단의 장애인 예배에 설교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장애인 예배에선 아무래도 쉽게 설교해야 한다는 상식쯤은 갖고 있었기에 사역을 책임지신 목사님께서 어떻게 설교해야하는지 사전에 여쭤봤습니다. 답변인즉 장애인의 부모와 일반 봉사자들도 참여하니까 평소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해서 갔는데 막상 예배에 모인 많은 장애자 성도들을 보니 “아차!” 싶었습니다. 제가 준비한 내용이 쉽게 이해될 수 없겠다는 예상과 함께 어쩌면 그들에게 상처마저 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좀 더 세심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가 되며 장애자에 대해 더 깊은 배려를 하지 못한 교만을 회개했습니다.

장애자 예배인지라 주일학교에서 하듯이 이야기 위주로 쉽게 풀어나가거나 예수님의 사랑만  간결하게 전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나이 삼십이 넘어 예수를 믿은 관계로 주일학교 경험이 전혀 없습니다. 성인 예배만 참석했고 또 인도했습니다. 말씀을 전하는 그 즉석에서 준비한 내용 중에  뺄 것 빼고 또 쉬운 말로 바꾸느라 진땀깨나 흘렸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아주 진지한 얼굴로 경청해주었고 때때로 아멘으로 화답을 해주었습니다. 강대상에서 말씀을 전하는 목사의 속마음이 실제 어떠하든지 간에 하나님은 장애자들에게  반드시 은혜를 끼쳐야만 했던 것입니다. 끝나고 나니 정작 은혜를 받은 것은 그들보다는 바로 저였습니다.

강대상에 오르기 전까지 어떡해야 하나 염려했던 것에 비해 비교적 무사히(?) 설교를 마칠 수 있었던 또 다른 근거가 있었습니다. 예배를 위한 대표기도를 장애인 교우가 했습니다. 팔 다리가 뒤틀린 상태인지라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속에서부터 쥐어짜야만 한 마디를, 그것도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를 겨우 내뱉을 수 있었습니다.

간단하게 서너 문장으로 이뤄진 기도 가운데도 잊지 않고 설교자를 위해 기도했는데 놀랍게도 제 이름 석자만은 또박또박 술술 발음했습니다. 다른 말은 알아듣기 너무 힘들었지만 참석자 모두 확실하고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마치 그 입술을 주님이 움직이는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하나님은 한 어리석고도 불쌍한 종을 위로할 뿐 아니라 그 예배에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려 했던 것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지금껏 받아 온 어떤 기도보다도 가장 소중하고 은혜가 많은 지상 최고의 기도를 받았던 것입니다.

이 선교단을 이끄는 묵사님도 휠체어를 타는 장애자입니다. 주중에 모여 예배드리는 자들도 장애자들입니다. 그들은 문자 그대로 혼신의 힘을 다해 찬양하고 기도하며 말씀을 들어야 했습니다. 말하자면 자기 존재 전부를 드리는 예배였습니다.

그들에 비하면 저는 비록 건강이 그리 좋지 않아 일반목회를 쉬고 있지만 전반적인 상태는 훨씬 양호한 편입니다. 죽기까지 모든 것을 다 바쳐서 복음 전파의 소명을 감당해야 할 자는 그들보다 오히려 저였습니다. 하나님은 저를 설교하러 보낸 것이 아니라 장애자들이 몸으로 삶으로 전하는 진짜 복음의 설교를 들으러 저를 그 자리에 부르셨던 것입니다.

8/30/2007  

운영자

2007.08.31 00:11:35
*.108.168.55

설교 했던 내용은 "거꾸로 읽는 성경" 사이트에 "#145 온전케 하는 주님만 바라보라" 는 제목으로 올려 놓았습니다. 참조바랍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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