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만난 친구

조회 수 1358 추천 수 144 2006.10.12 00:11:52
36년 만에 만난 친구


몇 주전에 고등학교 동기를 졸업한지 36년 만에 처음으로 이곳 LA에서 만났습니다.  중고등학교 6년 동안 같은 반을 두번 쯤 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친구는 매사에 적극적이었던 반면에 저는 소극적이었습니다. 저는 졸업후 동창회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는데다 30대 초반에 예수를 믿고부터는 교회 밖의 친구들은 자연히 사이가 멀어져버렸습니다. 또 미국으로 이민 온지 16년 간 친구 한명 없이 지나다보니 이제는 동창생이라는 단어조차 아주 생소해져버렸습니다.

그래도 만나고 보니 어렸을 때의 추억과 아련한 향수를 불러 일으켜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지나간 세월의  편린은 서로의 얼굴에 새겨진 주름살에 베어져 나왔지만 멀찍이 떨어져서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으니 어렸을 때의 친구가  정겹긴 정다운 모양입니다.

더욱 반가웠던 것은 그가 걸어온 인생 여정이 참으로 저와 비슷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동종 업종에 종사했을 뿐 아니라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마지막 탈출구로  미국으로 이민오게 된 것이나 온갖 실패 끝에 예수를 영접하게 된 것도 같았습니다. 동창보다는 예수쟁이끼리 은혜 받은 간증을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생면부지의 남이라도 예수 믿는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오랜 정이 든 것 같은데 동기동창이 그러니 두말할 것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또 대학 동창을 졸업한지 30년이 넘게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직접 대면한 것은 아니고 미국의 기독교 잡지의 한 신학교의 광고에 짤막한 간증과 함께 나이들어 신학을 하는 학생으로 커다란 얼굴사진이 등장한 기사를 본 것입니다. 다른 과의 저와 아주 친했던 친구의 친구라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였습니다. 제가 이민 오기 전까지  한국의 모 방속국에서 전도유망한 기자로 활약하는 것을 TV 화면을 통해 본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물론 이 두 사람은 서로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동기는 50 대초반에 대학 동창은 47살에 예수를 믿게 된 것입니다. 그들은 세상적으로 다 갖추었고 자기 담당 분야에선 그런대로 성공했었던 자들이었는데도  결국은 인생의 소망이 예수님 밖에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 것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하나님이 구원하기로 택한 자는 반드시 때가 되면 은혜를 베푸신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두 동창을 만나고 보니 강산이 세 번 반이나 변한 세월의 장벽은 한 순간에 무너져버렸습니다. 또 저도 여러 실패 끝에 예수님을 영접했지만 어쨌든 약 20년 정도 빠르게 구원 받은 것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남들은 한창 성공가도를 달릴 때에 일찌기 인생의 쓴 잔을 마셨을 당시는 원망과 불평이 많았지만 오히려 주님의 은혜 가운데 더 오래 살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불현듯 일찍 믿은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얼마나 오래 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두 동창은 주님을 만난 열정과 감격에 지금 한창 들떠 있었습니다.  반면에 저는 너무 타성에 젖고 어쩌면 직업의식으로만 사역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남은 생애를 저는 차지도 덥지도 않게 보내는 대신에 그들이 정말 뜨겁고도 성실하게 주님을 증거하면 오히려 먼저 된 자 나중되고 나중 된 자 먼저 되는 결과가 되지 않겠습니까?

세상에선 아무리 큰 성공도 죽음으로 끝이지만 그리스도 안에 사는 인생은 오히려 죽음이 시작입니다. 영원토록 천국 보좌에서 주님을찬양하며 또 그분과 함께 이 땅을 다스리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죽는 순간에 갖고 있는 복음의 열정과 주님을 향한 소망이 천국에서의 사역에 그대로 이어질 것입니다.  

먼저 구원 받은 이유가  게으르고 믿음이 적어 훈련과 사역에 그만큼 더 시간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아니면 하나님이 시킬 일이 더 많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느 경우든 먼저 믿은 자로선 자랑이나 감사를 앞세우기 전에 오직 충성과 헌신이 더욱, 그것도 날마다 새롭게 요구될 뿐입니다.  주님 제 게으름을 고쳐주시고 날마다 새로운 믿음과 소망으로 채워주시옵소서. 날로  주님을 향한 소망과 열정이 더욱 뜨거워지게 하셔서 주님 뵙는 바로 그 날에 제 믿음이 생애에서 가장 크게 해 주시옵소서. 아멘!

10/11/2006  

정순태

2006.10.12 05:45:44
*.95.73.2

아멘!!!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는
잘난 자와 못난 자가 구분되지 않듯이
먼저 믿은 자와 나중 믿은 자의 차별도 없기에
우리는 늘 겸손하게 찬양드릴 뿐일 것입니다!

오랜 만에 만난 친구분들과 아름다운 우정을 마음껏 나누시기를 기도드립니다.
그간 나누지 못했던 몫까지................^^

허경조

2006.10.16 18:43:23
*.80.180.77

아멘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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