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ker Face와 심술보 할아버지

조회 수 1433 추천 수 111 2006.11.06 14:08:36
Poker Face와 심술보 할아버지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나 만화에 그려지는 할아버지의 이미지는 항상 망건(網巾)을 쓰고 장죽(長竹)을 들고서 동네 개구쟁이들을 찾아다니며 호통을 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어떤 목사님 사모님이 제 얼굴이 점차 심술궂은 아저씨로 변해간다고 했습니다.

흔히 사람의 얼굴은 자기가 만든다고 합니다. 또 나이 40이 넘으면 얼굴에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인생의 풍상을 그 만큼 겪다보면 자신의 기질과 인격과 교양 등이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그려지게 마련입니다. 저도 남들 겪는 어지간한 힘든 일들은 다 겪었고 어떤 면에선 더 겪었습니다. 제 얼굴에 그 인생 여정이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반면에 영어로 “Poker Face"라는 말이 있습니다. 포커 게임을 하면서 얼굴에 자신의 감정 상태가 드러나면 상대에게 손에 쥔 카드가 읽혀져서 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무슨 카드를 쥐었는지 상대가 도저히 감을 못 잡을 만큼 자기 생각과 기분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 상대를 자기 의도대로 이끌고 가려는 사업가나 정치가의 얼굴이기도 합니다.    

저는 젊었을 때에는 친구들 사이에서 포커페이스라는 말을 주로 들었습니다. 일부러 상대를 제압하겠다는 의도는 거의 없었고 워낙 말을 잘 안하는 성격이라 그랬습니다. 그러다 비즈니스 대신에 사람을 다루는 일을 하다 보니 자연히 말을 많이 하고 또 가능한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평을 듣고 보니 나도 모르게 속에 감추어졌던 생각과 감정을 그 사모님에게 들킨 것 같아 잠시 당황했습니다.  

물론 지나가는 농담이었지만 그분이 그렇게 말씀하신 이유는 있었습니다. 저희 집에 있는 조기유학생 둘을 제가 가끔 부모 대신에 야단친다는 이야기를 몇 번 나눈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염두에 두고 한 말씀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워낙 예리하신 분이라 단순히 우스개로 쉽게 지나칠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괜히 이것저것 사소한 것까지 참견해 잘못했다고 야단을 치니 심술보가 됩니다. 또 갈수록 느는 것은 노파심이니까 같은 일을 두고 자꾸 여러 번 야단을 치니 더 성가신 존재가 됩니다. 안 그래도 집사람에게서 요즘 자주 듣는 핀잔이 사람들에게 같은 말로 중복해 설명한다는 것인데 그야말로 심술보 할아버지 상으로 제가 바뀌어가고 있는 중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제 나름대로 곰곰이 그 원인을 따져보고 한 마디로 내린 결론은 제가 최근에 이것저것 염려하는 것들이 분명히 많았고 그것이 나도 모르게 얼굴에 드러났을 것입니다. 우선 이 세대가 흘러가는 방향과 조국이 처한 상황 등이 너무 염려스럽습니다. 일전에 말씀 드린 대로 식사 때마다 조국에 대한 기도를 하다 보니 자연히 그런 걱정이 하루 세 번은 들게 됩니다.

또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과 출석하고 있는 교회의 교우들의 힘든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현실적으로 도울 길은 그리 없고 그저 마음으로 용만 쓰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따져 들어가다 보니 더 정확한 원인은 따로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 모든 염려에 대해 기도를 적게 했거나 하고도 하나님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한 것입니다. 하나님께 구체적으로 기도하였고 또 그 분을 온전히 신뢰한다면 제가 더 이상 염려할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신자의 얼굴은 지난 세월의 험난했던 인생여정 대신에 기도와 말씀이 만듭니다. 온전한 믿음을 가진 자는 당연히 얼굴에 평강이 넘쳐서 사람들에게 평안한 기분을 줄 것입니다. 여러분은 더 늦기 전에 저처럼 심술보 아저씨 소리를 듣게 되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지요? ^0^  

11/6/2006

김문수

2006.11.07 09:26:11
*.75.8.81

아멘!!!

목사님의 염려는
목사님 본인의 염려가 아닌
느헤미야의 염려와 바울사도의 염려와
비슷한맥락의 염려라 생각됩니다.

흠~~흠~~
저도 진짜 아부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목사님의 염려는
영혼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염려하시는것이니....
진짜 온전한믿음과 더 관련있다 생각합니다.

흠~~흠~~
화제를 돌려서
목사님의 포커실력은 수준급이셨습니까?
ㅎㅎㅎㅎㅎㅎ

허경조

2006.11.14 15:48:39
*.80.180.107

요즈음 저도 그렇고 주위의 동년배 사람들의 언행을 봐도 목사님과 같아짐을 느낍니다.
한말을 또하고 또한다며 저에게 타박노는 아내가 같은 말을 본인도 또 하는 것을 듣고 제가 제안했읍니다.
둘중에 누가 한말을 또하는 즉시 알려줘서 고치는 습관을 기르자고.
제 생각에는 흘러가는 시간과 세월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곱게 늙어가는 훈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2 기상천외한 손녀 자랑 운영자 2007-03-01 1344
81 한 일주일 글을 쉬어야 하는 이유 [1] 운영자 2007-02-20 1406
80 이뤄질 수 없는 두 가지 꿈 운영자 2007-02-16 1587
79 마감 시간에 쫓겨라. 운영자 2007-02-03 1577
78 이 홈피의 삼보(三寶) [4] 운영자 2007-01-23 1956
77 얼음이 언 LA. 운영자 2007-01-14 1552
76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2] 운영자 2007-01-04 1347
75 당신은 남의 아들이잖아? [2] 운영자 2006-12-21 1434
74 선인장 위에 떨어진 최고 재수 없는 신자. [1] 운영자 2006-12-08 1636
73 홈페이지개설 천회기념 사은잔치 [4] 운영자 2006-11-28 1420
72 내려가는 길이 더 힘들다. [3] 운영자 2006-11-18 1425
» Poker Face와 심술보 할아버지 [2] 운영자 2006-11-06 1433
70 휴일을 바꾸었습니다. [1] 운영자 2006-10-29 1376
69 다시 시작한 하루 세 번의 식사기도 [1] 운영자 2006-10-23 1338
68 36년 만에 만난 친구 [2] 운영자 2006-10-12 1358
67 멕시코를 다녀왔습니다. 운영자 2006-09-29 1408
66 반미(反美)가 주류가 아니다. 운영자 2006-09-16 1522
65 금주의 댓글 컨테스트 [2] 운영자 2006-09-02 1474
64 너무 짝꿍이 잘 맞는 부부 [2] 운영자 2006-08-22 1352
63 잘 다녀왔습니다. [1] 운영자 2006-08-13 1240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