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중에 받은 한 통의 전화

조회 수 1440 추천 수 137 2006.02.19 17:23:09
한 밤중에 받은 한 통의 전화



사람이 살다 보면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싫든 좋든, 원하든 원치 않든 어떤 위치에 서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당장에 태어나기만 해도 벌써 특정 부모 아래의 자녀가 됩니다. 아니 태어난다는 것 자체가 그렇습니다. 또 그 순간 성(性)과 성(姓)을 부여 받습니다. 그 외에도 건강, 체격, 외모, 피부색, 지성, 형제, 가문, 언어, 인종, 나라, 등 수도 없이 많은 것들이 자기의 선택과는 전혀 무관하게 자신의 정체성(identity)을 규정짓습니다.    

하나님이 모든 피조물 중에 인간에게만 유일하게 준 자유의지도 이런 부분만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습니다. 무인도에서 혼자 원시인의 생활을 하든지 아예 생을 포기하지 않는 한 자신만의 독특한 정체성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자유의지로 통제가 안 되는 일이란 전적으로 하나님이 주관했던지 아니면 오직 우연으로만 이루어졌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당연히 자신의 정체성도 하나님 안에서 고귀한 것으로 확립하거나 아니면 자기가 현재 그렇게 밖에 생겨먹지 못한 것이 순전히 팔자 소관이라고 체념하는 자로 나뉘게 됩니다. 다른 말로 하면 가난한 부모나 사고만 치는 아들을 만난 것마저 재수 없다고 불평하는 자가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사람은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그분 뜻대로 인생을 살아가거나 무슨 일이든 자기 스스로 해 치우고 결과는 운수로 치부해버리는 두 부류 뿐입니다.  

제가 드디어 2/18 LA시간 새벽 1시 반에 할아버지라는 정체성을 하나 더 보태었습니다. 어쩌면 인생에서 갖게 되는 마지막 몇 가지 정체성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제 자유의지로 선택한 정체성이 아닙니다. 제가 할아버지가 되는 정체성을 선택할 수 있다면 이왕이면 좀더 따뜻한 기온에 정신이 말짱한 대낮을 택하지 정신 없이 골아 떨어진 한밤중에 택할 리는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 하나 있습니다. 불신자들은 하나님의 영원하고도 완전한 섭리를 믿지도 이해하지도 않습니다. 오직 재수로만 그 인생을 삽니다. 그러면서도 아이의 출생 시기는 오히려 사주 팔자에 맞추어 스스로 조절하려 듭니다. 말하자면 모든 인생이 절대 우연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고유의 팔자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입니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인간은 물질에서 우연히 합성되었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대신에 오로지 물질만 믿는 신앙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저로선 한 밤중에 정신 없는 가운데 전화를 받았지만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손녀가 아무 이상 없이 튼튼하게 태어나고 산모도 건강해서만 아닙니다. (미국병원은 신생아의 건강상태를 10점 만점으로 평가하는데 9.9를 받았습니다. 오늘 만은 조금 자랑해도 봐주시겠지요?) 또 신자니까 하나님이 주신 손녀라는 일상적 고백이 아니라 저 나름대로 너무나 감사할 이유가 따로 있었습니다.

저는 33년간을 세상에서 오직 돈을 모을 기회만 찾아 다녔습니다. 돈 벌 기회(chance)란 그야말로 재수(by chance)에 의해 지배될 뿐입니다. 그래서 정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요 향방 없이 허공만 치는 달음박질을 하며 그 기간을 허송했습니다. 그러다 처음 예수를 믿었을 때에 왜 진작 나에게 이렇게 좋은 주님을 전해주지 않았나 싶어 내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애꿎은 원망마저 생겼습니다.

반면에 이 아이는 신앙을 가진 부모 밑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하나님을 앎으로 자기 인생을 운수에 맡기지 않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태어나자마자 하나님의 귀한 딸이라는 정체성의 선물을 부모가 줄 수 있었다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기뻤습니다. 부모나 주위 사람의 기도로 태어나서 기도로 자라는 인생이 된 것입니다. 이제 그 인생은 결코 밑 빠진 독으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품 안에서 단연코 한치의 낭비도 없는 인생을 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저희 이민자들로선 아브라함처럼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이국 땅에서 우거하지만 정말 천대,만대 하나님의 복의 근원이 되는 믿음의 가계(家系)를 세워야 합니다. 저는 이제 겨우 3대째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이 손녀에게 현실적으로 호강 시켜 주는 것보다 그 아이도 자라 자기의 자녀들에게 그리스도 안에서의 정체성이라는 선물을 물려 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생명책에, 예수 그리스도 보혈 안에 있는 이 부족한 종의 족보에, 제 이름 밑으로 새로운 이름을 하나 더 부치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존귀와 영광을 돌립니다. 또 그 아이 밑으로도 천대 만대 이어지게 해 주실 줄 믿습니다. 아멘!

2/19/2006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 이는 그의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바 그의 은혜의 영광을 찬미하게 하려는것이라.”(엡1:4-6)

정순태

2006.02.20 01:34:28
*.95.73.2

두 가지를 축하드립니다! 하나는, 주님 백성을 자연전도한 공로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할아버지가 되신 것입니다.
둘 다 무척 힘든 일인데도 목사님께서는 손 뒤집듯이 아주 쉽게 이루셨네요. 손녀딸 용돈 때문에 목사님 지갑이 홀쭉해지거나 말거나, 암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운영자

2006.02.20 05:13:32
*.108.167.24

정순태 집사님, 제가 두 가지 일을 손 뒤집듯이 쉽게 이룬 것이 아니라,
우리 하나님에게야말로 여반장이 아닌 일이 하나라도 있겠습니까?
(물론 집사님이 그걸 몰라서가 아니라 이 종을 축하해 주기 위해 하시는 말씀인 줄 압니다만...)
가까이 계시면 제가 자축으로 한 턱내고 싶은데 아쉽습니다.
손녀딸 선물도 사고, 주위 사람 밥도 한끼 사주느라 주머니가 훌쭉해지더라도 감사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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