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도 중매 결혼을 했다.

조회 수 1496 추천 수 103 2006.02.28 21:10:44
아담도 중매 결혼을 했다.



며칠 전 TV에서 “지붕 위의 바이올린”(the Fiddler on the Roof)”이라는 오래 전 영화의 한 장면을 우연히 봤습니다.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크게 히트한 것을 영화로 만든 것이라 대화 대신에 노래가 나오고 좀 길긴 하지만 내용이 좋아 이미 몇 번 봤던 것입니다. 일차대전 전후로 세 딸을 결혼시키는 과정 중에 옛 전통과 새로운 가치관 사이의 갈등을 겪는 한 가난한 시골 가정의 유대인 가장(家長)이 주인공입니다.

둘째 딸이 사랑하는 청년과 함께 아빠에게 결혼을 허락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아빠가 청년이 가난한데다  중매쟁이도 안 거쳤다고 한 마디로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청년은 다시 “따님을 진정으로 사랑하기에 우리는 (부모 허락과 상관 없이) 결혼을 할 것이다. 지금 결혼 허락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아빠로서 축복해 주기를 원하다”라고 담대하게 말했습니다.

너무나 당돌한(?) 청년의 말에 잠시 어리둥절해진 아빠가 하늘을 바라보며 독백을 했습니다. “하나님 이제 중매쟁이도 안 통하고 또 결혼 허락은 받으려 하지 않고 축복만 해달라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잠시 기도한 것입니다. 그러다 불현듯 “아담은 어떤 결혼을 했지? 아담도 중매결혼 한 것 아닌가? 그 때는 중매쟁이도 없었는데… 어떻게 중매를 했지? 음… 하나님이 중매쟁이였지!” 식으로 중얼거리다가, “좋다! 결혼을 축복해주지”라고 선언했습니다.

아빠가 하나님이 아담을 중매 결혼 시켰다고 확인해 놓고 왜 연애 결혼을 허락했을까요? 부모의 허락과 상관없이 평생을 함께 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두 사람이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바로 이것이 하나님의 뜻인가 보다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겉으로는 연애 결혼이지만 내면적으로는 하나님이 중매를 선 것이라고 인정한 셈입니다.

시쳇말로 중매쟁이는 “잘해야 막걸리가 석 잔이요 못하면 뺨이 세 차레”라고 합니다. 한길 속도 모르는 인간을 생판 남이 판단하여 평생의 인연을 맺게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 막상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도 결혼하면 많은 다툼과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불완전한 인간 중매쟁이로선 같이 불완전한 인간을 판단해야 불완전할 수 밖에 없으며 또 간혹 판단이 옳아도 불완전한 인간에게 제대로 대접 받을 수 없을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입니다.

반면에 하나님만큼 완벽한 중매쟁이가 세상에 따로 있겠습니까? 아담에게 “살 중의 살이요 뼈 중의 뼈”가 될만한 서로 돕는 배필을 붙여 주었습니다. 그래서 벌거벗었으나 하나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둘 사이에 죄가 개입되지 않아 서로 숨기거나 믿지 못하는 부분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정말 지구 상에 완벽했던 최초이자 마지막의 결혼이었습니다.

그런 역사상 최고의 커플도 죄가 들어오자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추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나님의 중매는 완전하신데 반해 그것마저 불완전한 것으로 바꾸는 것은 여전히 불완전한 인간입니다. 하나님의 중매는 결혼 문제에만 해당되지 않습니다. 신자가 겪는 모든 일이 사실은 완벽한 중매쟁이 하나님의 작품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진정으로 믿는다면 범사에 감사하며 그분이 이미 다 정해 놓은 축복을 받아 누리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솔직히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그 완벽한 중매들을 대하면서 그저 의심과 불만에 가득 차있습니다. 말하자면 중매쟁이인 하나님에게 뺨을 세 차례 올리는 셈입니다. 어쩌다 은혜 받는 일이 생기면 기껏 막걸리 석잔 올려 드리는 기분으로 쥐꼬리만한 감사 헌금으로 때웁니다. 중매쟁이가 도무지 중매할 맛이 제대로 나겠습니까? 이 얼마나 어리석은 믿음입니까?    

나아가 신랑이신 하나님에게 신부인 우리를 중매한 이는 누구입니까? 십자가에 돌아가신 예수님 아닙니까? 허물과 죄가 있는 채로 그렇게 우리를 사랑하셨는데도 당장 눈 앞에 있는 일로 불만에 가득 차 있다면 부부가 평생을 같이 하기로 맹세해 놓고 잠시 힘든다고 이혼하려 덤비는 꼴 아니겠습니까? 우리에게 계시는 중매쟁이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가지고 세상 끝 날까지 땅끝까지 함께 하시기에 우리의 하나님과의 결혼 생활에 더 이상의 실패란 있을 수 없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우리가 먼저 자꾸 바람을 피우려 드니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는 새 언약의 중보니 이는 첫 언약 때에 범한 죄를 속하려고 죽으사 부르심을 입은 자로 하여금 영원한 기업의 약속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히9;15)

2/28/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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