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V에서 겪은 일

조회 수 1319 추천 수 80 2006.03.04 17:52:37
DMV에서 겪은 일



어제 어학 연수 유학을 온 조카의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위해 DMV(차량등록국)에 갔는데 그곳에서 그리 유쾌하지 않은 일을 겪었습니다. 응시자들을 함께 온 동행과 격리해 따로 줄을 세워 차례를 기다리게 했습니다. 그런데도 유독 한국 여학생 둘이 자꾸 친구 곁에 가서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관리로부터 야단을 맞았습니다.  

아마 처음 면허 시험을 보는 친구에게 미국 운전의 선배로서 이것 저것 도움을 줄만한 이야기가 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 번 지적을 받고도 또 그래 야단까지 맞는 것을 같은 한국 사람으로서 바라보기에는 아무래도 기분 좋은 광경은 아니었습니다. 그것도 세상의 온갖 인종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말입니다.  

한국인들은 법을 잘 지키지 않습니다. 그런 의식조차 없는 분이 많습니다. 아니 지키지 않는 것이 당연하고 심지어 들키지 않고 법을 빠져 나간 것을 자랑까지 합니다. 민주화의 역사가 짧은데다 우리가 직접 수고하고 희생을 바쳐 쟁취한 제도가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권력자들부터 법을 지키지 않고 오히려 불법으로 치부하는 것을 너무나 많이 보아 왔기 때문에 법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는 피해 의식이 너무 강합니다. 나아가 성격이 너무 급해 요령을 부려서라도 빨리만 해치우려 듭니다.

반면에 따뜻한 인정이 넘치는 민족입니다. 어지간한 것은 서로 눈 감아 줍니다. (혹시 다 같이 법을 위반하는 공범자 의식이 작동해서 그렇다면 큰일입니다만…) 특별히 개인적으로 가까운 동료, 친구, 친척, 가족끼리는 아주 똘똘 잘 뭉치는 반면에 그 범위 안에 들어 오지 못하면 오히려 거리를 둡니다.  

그 두 여학생으로선 단지 친구걱정이 앞서서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나아가 어떤 부정행위를 도모한 적이 없으므로 별다른 죄의식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해진 법은 지켜야 하며 법을 지키지 않으면 응당 죄의식이 들어야 합니다.

법이란 자신을 위해 있기 이전에 남들과 전체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서 있기 때문입니다. 나만 잘못한 것이 없다고 떳떳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인간도 무인도에서 혼자 살지 못하고 함께 모여 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반드시 남을 먼저 배려한 후에 자신의 일을 해야 합니다.  

한자로 법(法)은 물 수(水) 변에 갈 거(去)가 합친 글입니다. 전체 공동체가 물 흐르듯이 막히지 않고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한 역할을 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법을 지키지 않으면 물이 막혀 어딘가에서 관이 터지거나 홍수가 나게 마련입니다. 그 피해는 남에게 뿐만 아니라 자기에게도 똑 같이 돌아 옵니다. 조금 빨리 요령껏 해 치우려다 더 늦고 괴로워집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계명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동체가 거룩해져 참된 사랑과 섬김만이 있는 당신의 나라로 바꾸려는 것입니다. 계명을 지켜야만 복을 받고 구원을 얻는 것이 아닙니다. 신자 자신과 그가 속한 공동체 전체가 영적으로 성결해져 오히려 우리의 범사가 잘 되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권능과 은총은 거룩한 곳에서 완전하게 나타납니다.  

그럼 하나님의 계명을 잘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하나님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그분을 위해 일하려는 열심이 앞서야 합니까? 우리에게 거룩해지고 싶은 열망이 솟아야 합니까? 그런 것 이전에 천천히 물 흐르듯이 인생을 살겠다는 다짐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무슨 수를 써더라도 가시적 결과를 빨리 맺겠다고 덤비면 절대로 하나님을 제대로 따를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맺는 결과를 보기 이전에 우리의 태도와 중심을 보기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그 이유는 결과를 맺게 하는 이는 우리가 아니라 바로 그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박을 터트려주지 않습니다. 한 걸음씩 만 그것도 아주 느리게 이끌어 주십니다. 우리에게 복을 빨리 주시기 싫어서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 그 중심이 성결 해지고 내 자신보다 진정으로 내가 속한 공동체의 안녕을 위하고 희생하는 일에 너무나 더디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하나님의 계명을 천천히 하나라도 제대로 지킬 때에 우리 인생에도 하나님의 은혜와 권능이 막히지 않고 물 흐르듯 할 것입니다.

불현듯 한국인들이 너무 “빨리빨리”만 좋아하는 민족이라 하나님이 천천히 가라고 복음의 은혜를 더 많이 부어주셨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한국인들이 그럼에도 더더욱 법을 지키지 않으면, 그것도 외국에까지 나와서 그러면 하나님이 그 다음에 하실 일이 무엇이겠는가라는 아찔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분의 은혜란 항상 주위에 나누고 증거 하라고 주시는 것이기에 말입니다.  

3/4/2006  

손주생

2006.03.06 02:10:40
*.97.163.53

목사님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삶에서 함께하시는 하나님이 어떤 하나님이신지를 참으로 많이 깨닫게 됩니다.
목사님을 통해서 하나님이 바로 제 옆에 계시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오늘도 승리하세요 목사님 감사합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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