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망가질 것 같은 금주

조회 수 1466 추천 수 125 2006.06.13 04:56:36
완전히 망가질 것 같은 금주



금주 피플(People)지 표지는 그동안 베일에 싸여 전세계인의 궁금증을 자아냈던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사이에 난 첫딸의 사진을 독점으로 장식했습니다. 사진 기자의 전언(傳言)에 의하면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이 아이는 코 밑으로는 엄마를, 코 위로는 아빠를 닮았는데 특별히 졸리의 트레이드 마크인 입술은 완전히 쏙 빼닮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집에 어제 세계에서 제일 예쁜 여자아이가 왔습니다. 이 아이도 코 밑으로는 엄마를, 코 위로는 아빠를 닮되 입술은 완전히 엄마의 복사판입니다. 뉴욕에서 자부(子婦)가 친구 결혼식에 참석할 겸 딸애를 함께 데리고 왔습니다. 첫 손녀를 백일이 넘어서야 처음 보는 저에겐 피트와 졸리의 딸보다 훨씬 더 예뻤습니다. 정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표현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저희 홈피 칼럼니스트 김유상 집사님에 의하면 손자는 아들보다 훨씬 더 귀여운데 우선 울고 귀찮게 굴면 자기 엄마 아빠더러 데리고 가라고 하면 그만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처음 봐서 그런지 우는 것조차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나아가 손자의 장래 걱정은 자기들 부모에게 맡기면 되니까 그야 말로 좋고 귀여울 때만 데리고 놀 수 있는 노후의 살아 있는 장난감이라는 것입니다.

슈퍼 컴퓨터의 지능을 갖춘 초정밀 로봇이라도 따뜻한 체온과 온갖 다양한 감정을 생생하게 표현하며 재롱을 부릴 수 있는 살아 있는 아이와 비교조차 할 수 있겠습니까? 아직 낯 갈이 할 때도 안 되었지만 어르면 제법 옹알이도 하고 소리 내어 웃기도 합니다. 아무리 보고 있어도 지겹지가 않습니다. 창조주 하나님은 한 마디로 너무나 위대하시며 거룩하십니다.  

이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해 혀 짧은 소리로 “할아버지 아이스크림 사줘!”라고 하면 얼마나 더 귀여울까 상상을 해봤습니다. 아마도 그 자리에서 지갑을 통째로 다 털릴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뭐든지 말해 봐! 그럼 할아버지가 지금 당장 전부 다 사줄께!‘라고 어르기도 했습니다. 지금껏 손자 손녀들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버릇을 다 버려놓는다고 열을 내며 비난했던 제가 말입니다.

그러다 불현듯 차라리 말을 못하는 지금이 훨씬 더 귀엽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중에 정말 지갑이 다 털릴까 두려웠던 것이 아닙니다. 지금은 어르는 대로 따라 웃지만 나중에 말을 하기 시작하면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혹시라도 미워질까 걱정이 앞선 것입니다. 아마도 그런 고집 부리는 것마저 예뻐 보이겠지만....  

그런데 너무나 아쉽게도 일주일 후면 다시 뉴욕으로 돌아갑니다. 그전에 집사람과 저는 서로 많이 데리고 놀려고 싸울 것입니다. 성경을 보며 하루를 열어야 할 텐데 눈만 뜨면 둘 다 아기 곁으로 달려가서 물끄러미 보고 있느라 큐티는 아예 뒷전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월드컵 한국 팀 경기도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이번 주는 완전히 망가질 것 같습니다. 사람은 가끔 평소 반복되는 업무에서 일탈(逸脫)할 필요가 있는데 이렇게 망가지는 것은  너무나 즐겁고도 기쁠 뿐입니다.

아마 하나님도 이해해 주실 것입니다. 저희를 아브라함처럼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이곳으로 이민 오게 한 후에 당신께서 처음 주신 하늘의 뭇별 가운데 첫 후손이니까 말입니다. 이 첫아이를 하나님께 바칩니다. 태초부터 이 아이를 통해 영광을 받고자 세우신 당신의 뜻과 계획이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이뤄질 줄 믿습니다. 아멘!

6/12/2006  

상혁

2006.06.13 17:25:55
*.105.216.200

와하하하하! 목사님도 손녀앞에서는 꼼짝 못하시는군요?
아무튼 축하드립니다.
그래도 독자들은 생각하셔야죠. 샬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62 (2) LA 폭동이 만들어낸 놀라운 기적 [1] 운영자 2009-09-17 1025
61 저희 부부에게 마지막 소망이 있습니다. [6] 운영자 2009-11-26 1006
60 비타민C에 숨겨진 비밀 [3] 운영자 2009-12-01 978
59 뒷짐 지는 순간 인생의 끝인가? [1] 운영자 2012-07-26 966
58 삼일 간의 보모(Babysitter) 체험 [4] 운영자 2009-06-12 928
57 마릴린 먼로의 7년 만의 외출 [6] 운영자 2010-06-07 918
56 또 다시 가슴이 답답합니다. [2] 운영자 2010-02-04 906
55 실컷 팔불출이 되렵니다. [8] 운영자 2012-01-20 901
54 불발된 Off-Line 상의 만남 [4] 운영자 2010-01-10 888
53 세계에서 하나뿐인 맥도널드 가게 [8] 운영자 2010-09-01 875
52 감사가 출발하는 자리 [4] 운영자 2010-11-25 830
51 스타벅스 커피가 이토록 인기 있는 이유 운영자 2013-07-18 824
50 사과나무에 못을 박아라. 운영자 2009-12-29 793
49 죽은 후를 대비해 기도하라. [3] 운영자 2010-03-17 791
48 영국 여왕과 닮은 운영자 [5] 운영자 2012-06-18 787
47 역마살이 낀 목사 file [7] 운영자 2013-02-07 785
46 나이 들수록 사이가 더 멀어지는 아버지 [2] 운영자 2010-05-17 778
45 소문자 마귀와 대문자 하나님 [1] 운영자 2011-05-04 773
44 "마!" [3] 운영자 2010-06-16 750
43 세시봉 미국공연에 대한 유감(有感) 운영자 2011-05-23 747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