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피가 흰색이었다면?

조회 수 1853 추천 수 140 2005.06.24 18:09:32
사람의 피가 흰색이었다면?



며칠 전 차를 타고 어디를 가는 중에 둘째 아들이 “만약 하늘이 빨간색이었다면 사람들은 전부 미쳐버릴 거야. 항상 눈에 띄는 하늘이 시원한 파란색으로 툭 튀어 있는 것만 봐도 하나님이 계신 것은 확실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말을 받아서 “만약 사람의 피가 빨간색이 아니라 흰색이었다면 사람들이 살인을 밥 먹듯이 했을 거야. 흰색 피는 아무리 봐도 무서운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 누가 조금만 화를 돋구어도 칼로 바로 찔러 죽일 거야. 맞아 사람 피가 빨간색이란 것만 봐도 절대 인간이 우연히 진화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한 것이 맞아!”라고 맞장구를 쳐주었습니다.

미술을 전공한 아들의 말에 의하면 파란 색이 가장 멀리까지 보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하늘은 파란 색이 아닙니다. 대기권이 아주 멀리까지 펼쳐 있기에 빛의 간섭 내지 굴절 현상 때문에 파랗게 보입니다. 공기란 무색, 무미, 무취이지만 아주 높아 파랗게 된 것입니다. 아무리 깊은 곳에서 물을 떠서 보아도 물 자체는 여전히 흰색이지만 깊이 고였기에 파랗게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것도 참 신기합니다. 만약 공기가 정말 파란색이었다면 사람이 숨을 쉬고 뱉을 때마다 파란 색 연기가 코로 들어갔다가 입에서 다시 나오는 셈이 됩니다. 모든 사람이 공상 과학 영화의 외계인처럼 아주 징그럽게 보이지 않겠습니까? 또 시퍼런 공기가 바로 우리 주위를 항상 감싸고 있다고 가정하면 얼마나 서늘하고 음산하게 느껴지겠습니까? 공포 영화에 자주 나타나는 장면인 한밤중의 공동묘지에 시퍼런 기운이 감싸고 있듯이 말입니다. 무색인 공기가 모인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이치가 오묘하지 않습니까? 오묘하지 않다고 생각된다면 잠간만 하늘이 흰색이고 그래서 햇빛이 공기에 그대로 반사되고 있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어제 새벽에는 저희 동네를 가로질러 지나가는 기차의 기적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 잠을 깼습니다. 제 속으로 오늘 아침에 습도가 좀 높거나 아니면 구름이 끼여 흐려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저기압일 때 기적 소리는 크게 들리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똑 같은 파장과 진동수를 지닌 기적 소리가 왜 흐린 날씨에는 더 크게 들릴까요?

과학적인 이론은 잘 모르고 혼자 짐작컨대 밝을 때는 앞이 훤히 잘 보이니까 구태여 소리가 크게 안 들려도 되지만, 흐릴 때는 시야가 좁아지므로 소리라도 잘 들어라고 창조주께서 마련해 놓은 섭리인 것 같습니다. 쉬운 예로 컴컴하고 습기가 많이 차 있는 밀림에 들어가면 작은 도마뱀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까? 야생 동물이나 눈에 안 보이는 방해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고자 하는 하나님의 사랑이 이런 간단한 이치 안에도 숨겨져 있는 것입니다.

또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의 기적 소리는 크게 울릴 뿐 아니라 과학적 원인은 잘 모르지만 길게 여운도 남아 불현듯 우수에 젖게 만듭니다. 어렸을 적의 아름다운 고향 뒷동산으로 돌아가 뛰어 놀게도 하고, 온갖 시련으로 인해 지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삶의 파편들을 주어 모으게도 하고, 앞으로 얼마나 남을지 모를 생에 대한 애증(愛憎)을 다시 되씹게도 합니다. 하나님은 기적 소리가 햇볕이 쨍쨍한 날은 명랑하고도 방정맞게 또 비가 오는 날은 처량하고도 구슬프게 울리게 해 사람으로 자기 인생과 영원을 향해 생각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하늘은 하늘대로 그 끝이 어딘지 모르게 푸르르기만 합니다. 사람의 피는 희지 않고 피를 보는 순간 두려움과 흥분을 불러 일으키는 진홍입니다. 소리는 밝은 날은 멀리 가지 않고 앞이 잘 안 보이는 흐린 날만 멀리 크게 퍼집니다. 겨우 이런 한두 가지 이치 가운데도 너무나 아름답고도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만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예비 되어진 필연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인간을 둘러 싼 자연은 보기에 아름답고 또 만물가운데서 유일하게 그 이치를 깨달을 수 있는 지혜를 갖고 있는 인간은 보기에 더더욱 좋습니다.

과연 이런 것들이 전지전능하신 창조주 하나님 없이 단지 무한대에 가까운 시간을 거쳐 물질 분자들의 우연에 우연이 겹쳐진 이합집산(離合集散-어떤 고차원의 과학적 수식어로 표현했던 간에)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그 가운데 어떤 분명한 질서가 내포되어 있으며 나아가 그 질서가 악하고 통일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상식을 가진 인간이라면 잠시만 생각해도 발견할 수 있는 선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면 말입니다.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더 이상하고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 날은 날에게 말하고 밤은 밤에게 그 지식을 전하니 언어가 없고 들리는 소리도 없으나 그 소리가 온 땅에 통하고 그 말씀이 세계 끝까지 이르도다.”(시편19:1-4)

6/24/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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