卒業은 없고 始業 뿐인 인생

조회 수 1659 추천 수 152 2005.05.26 18:48:17
卒業은 없고 始業 뿐인 인생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를 다녀왔습니다. 한달 전쯤 태어난 조카 손녀도 보고 UC Berkeley 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 조카사위의 졸업식에 참석하려 갔습니다. 회사 경비로 2년 단기로 유학 왔다가 곧 귀국해야 했기 때문에 그 환송도 겸했습니다. 또 한국에서 왔기 때문에 졸업을 축하해 줄 가족이 아무도 없어 저희라도 대신 가야 했습니다.

노천 극장의 뙤약볕 아래서 일상적인 절차에 따른 연설 순서가 이어져 건성으로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정신이 확 드는 일이 있었습니다. 주말과 야간에만 공부하는 3년 코스에 일등으로 졸업한 학생이 나이가 근 60 가까이 된 중국인이었습니다. 다른 일을 하면서 남는 시간에 공부해야 하는데다 총기가 많이 떨어진 노인이 그것도 사회 보는 교수가 경영학석사 과정에서 보기 드물고 참석한 학생들도 전부 탄성을 지른 평점3.95(만점이 4.0으로 거의 전과목에 A를 받는 수준)을 받고서 말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는 이미 USC에서 석사(무슨 전공이었는지 정확히 기억 나지 않지만   과학쪽이었음)와 하바드 대학에서 의학 박사(MD)를 한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도 유수한 제약회사 중역에다 자기 개인 회사까지 갖고 있는 경영자였습니다. 아마도 그 동안 자기가 알고 있는 의료와 과학쪽 지식만으로는 사람을 관리하고 상품이나 용역을 판매하는 경영관리 측면에 부족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참 대단한 분이었습니다. 나이, 경력, 사회적 지위, 체면 모든 것과 상관 없이 자기가 하고싶은 일에 또 다시 도전하는 그 모습이 사각모 사이로 희끗희끗 보이는 백발과는 정반대로 너무나 신선하고 아름답기까지 했습니다.

미국은 졸업식을 영어로 Graduation Ceremony라고는 거의 표현하지 않고 Commencement 라고 쓰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구태여 그 뜻을 직역하자면 전자는 말 그대로 卒業式이며 후자는 始業式인 셈입니다. 졸업이 어떤 코스의 공부를 마친 것에 중점을 두고 인생의 한 과정의 마무리가 결코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제 그 배운 공부로 새로운 일에 도전해야 하는 출발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 수석 졸업생의 경우 틀림 없이 그 나이에도 석사 공부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는 것에는 아예 의미조차 두지 않았을 것입니다. UC Berkeley 도 일류 대학교지만 이미 세계 최고 하바드에서 그보다 훨씬 어려운 의학 박사를 한 사람에게는 석사 학위 자체는 전혀 관심거리가 될 수 없습니다. 그 보다는 이제부터 자기 일터에 돌아가 이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사람을 다루고 업무를 처리할 것입니다. 그야말로 이분에게는 인생의 또 다른 험난한 영역이 활짝 문을 열고 들어 오기만 기다리고 있을 것인데, 그 나이에도 일말의 두려움이나 주저함 없이 자기 전부를 바쳐 과감히 부딪혀 나갈 것입니다.  

인생은 매일매일이 새로운 날입니다. 일어나는 일도 항상 새롭습니다. 비록 이전과 비슷한 날과 일들은 있겠지만 똑 같은 날과 일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그래서 인생에는 죽음 말고는 졸업이 있을 수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매일매일 새로운 날과 일들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심지어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나 감옥에 있는 죄수에게도 그렇습니다.

반면에 그 매일을 대하는 사람은 오직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새 날과 새 일이 기다리고 있기에 始業(Commencement)하는 자와 오늘도 어제와 동일하므로 그저 어떻게 하든  빨리 졸업(Graduation)만 하려는 자로 말입니다. 당신은 새 아침을 흥분과 기대감으로 기다립니까? 아니면 어서 빨리 이 하루가 지나고 침대에 돌아가 쉬기만 원합니까?                    

“하나님이여 내 마음이 확정되었고 내 마음이 확정되었사오니 내가 노래하고 내가 찬송하리이다 내 영광아 깰찌어다 비파야, 수금아, 깰찌어다 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시5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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