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 묵상] 다윗의 한가지 소원

조회 수 1506 추천 수 124 2010.07.20 21:38:46

‘알라딘과 마법 램프’ 이 이야기를 모르시는 분은 없겠지요. 몇 년 전 디즈니에서 만들었던 만화영화를 아이들과 같이 신나게 본 기억이 납니다. 천년의 잠에서 깨어난 램프의 수호신, 그 이름이 ‘지니’였던 것 같습니다. 지니가 거지인 알라딘에게 세 가지 소원을 말해 보라고 하지요. 알라딘의 첫 번째 소원은 왕자가 되는 것이었지요. 왕자가 된 후 갖은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야, 공주의 진정한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아무튼, 알라딘의 마지막 소원은 지니를 램프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었고, 지니는 이에 감동을 받아 알라딘의 ‘친구’가 되어 평생 같이 있게 됩니다.

솔로몬의 소원은 지혜를 갖는 것이었습니다. 백성들 간의 분규가 있을 때 왕으로서 재판을 잘 하기 위한 것이었죠. 하나님께서도 그를 가상히 여기셨습니다. 지혜뿐만 아니라 부와 영광을 함께 주셨지요. 여기서 저는 솔로몬의 소원을 다시 한 번 묵상합니다. 솔로몬이 구한 지혜가 정말 최선의 것인가? 솔로몬이 ‘더 좋은 것’을 구할 순 없었을까? 그러면서 문득, 다윗이라면 무엇을 구했을까? 하는 물음을 던져보았습니다.

알라딘의 세 가지 소원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사실, 알라딘에게는 딱 한 가지 소원만 있으면 됩니다. 그것은 바로 지니가 그의 곁에 평생 같이 있으면서 그를 도와주는 것이었습니다. 즉, 지니가 그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면 됩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알라딘은 세 번째 소원에서야 비로소 ‘지니의 마음’을 얻게 되었지요. 바로 ‘지니 자신’을 구한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솔로몬의 소원은 알라딘의 첫 번째 소원(왕자가 되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요? 솔로몬은 왕으로서 자신의 ‘직무’를 잘 하기 원했고, 그의 직무를 잘 하기 위한 하나의 ‘직능’으로서 지혜를 구한 것이 아닐까요? 그는 판결의 지혜를 구했습니다. 하나님께서도 칭찬하셨듯이, 훌륭한 소원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윗이라면, 만일 솔로몬이 아니고 다윗이라면, 그는 하나님께 무엇을 구했을까요? 다윗이라면, 알라딘의 세 번째 소원과 같이, ‘하나님 자신’을 구했을 것이라고 감히 저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나님이 그와 함께 같이 해 주시는 것, 이것이야말로 다윗이 평생토록 추구했던 것이니까요.

다윗이 특히 좋아했던 것들이 있었습니다. 어릴 적 목동 시절이었던 그는 자기 양들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사랑했지요. 또한, 목자로서 양들을 치고 보호해 줄 수 있는 도구들, 즉 지팡이와 막대기, 그리고 물매가 들어있는 목자의 제구(물매로 골리앗을 물리쳤죠)를 아꼈을 것입니다. 또한 하나님을 찬양하는 도구로서의 수금을 좋아했겠지요.

젊었을 때의 다윗은 사울왕의 눈을 피해 늘 도망 다녔습니다. 이 때 다윗이 좋아했던 것 중의 하나가 에봇이었습니다. 에봇은 제사장만이 입을 수 있는 특별한 예복이지요. 특히, 대제사장의 에봇 예복에는 판결 흉패를 에봇 짜는 법으로 붙이되, 이 판결 흉패 안에는 ‘우림과 둠밈’을 넣어 하나님의 뜻을 묻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다윗에게 에봇은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묻는 귀중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왕이 된 이후 다윗이 좋아했던 것은 다름 아닌 하나님의 언약궤였습니다. 왕권이 안정되자마자 그가 첫 번째 한 일이, 언약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일이었지요. 첫 번째 시도에서는, 사람이 죽는 사고가 나서 큰 낭패를 봅니다. 두 번째 시도에서야 그는 하나님의 궤를 무사히 다윗 성으로 옮기게 되었지요. 이 얘기는 "너도 다윗처럼 춤출 수 있느냐?" 에서 거론된 바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다윗이 좋아했던 것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목동 시절 좋아했던 목자의 제구와 수금, 젊은 시절에는 제사장의 에봇, 왕이 된 이후엔 하나님의 궤... 이것들을 분석해 보면 그의 마음 속 진정한 소원이 무엇이었는지 쉽게 추론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다름아닌 ‘하나님 자신’을 바랬습니다. 하나님이 내려주시는 축복(지혜, 승리, 부, 영화 등등)도 그에게는 중요했지만, 그가 진정으로 바랐던 소원은 하나님의 임재, 하나님이 그와 함께 같이해 주시는 것이었지요.

이것이 솔로몬의 소원과 다윗의 소원과의 근원적 차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영어로 얘기하자면, 솔로몬은 Product를 구했고, 다윗은 Source를 구한 것이라고 할까요? 두 사람의 근원적 자세를 조금 과장해서 말해볼까요? 솔로몬은 하나님을 대함에 있어 ‘경외’라는 말을 자주 썼습니다. 경외는 말 그대로 하나님을 두려워 함으로 섬기는 것이지요. 그러나 다윗은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의 곁에 늘 하나님을 모시고 싶어했고, 밤낮으로 하나님의 임재를 사모하며, 하나님을 마음 깊이 ‘사랑’하였습니다. 사랑의 사도 요한이 쓴 것 같이, 다윗의 하나님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요일4:18).

막연하게나마 다윗의 소원이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묵상은 했지만, 성경적 근거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새번역 성경으로 성경을 읽고있던 어느 날, 시편 27편의 말씀이 제 눈앞으로 큼직하게 다가왔습니다. 마치 누군가 돋보기로 확대하여 큼직한 글자로 해서 튀어나오도록 만든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 제 눈을 덮고있던 비늘이 벗겨진 순간이었습니다. 바로 제가 찾고 찾았던, 그 바로 다윗의 소원이 여기에 적혀 있었던 것이지요. 새번역 시편 27:4 말씀이었습니다.

   주님,
   나에게 단 하나의 소원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 평생 주님의 집에 살면서
   주님의 자비로우신 모습을 보는 것과,
   성전에서 주님과 의논하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 말씀을 대하면서 저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다윗의 위대한 믿음이 제 가슴 속으로 물밀듯이 소용돌이치며 들어왔습니다. 그의 일평생 단 하나의 소원을 보면서, 제 눈물과 콧물이 뺨을 타고 내렸습니다. 2006년 9월 21일 밤 9시경 롬폭 훈련소의 제 2층 벙크침대에서, 저는 그렇게 다윗 신앙과의 감격적 만남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김유상

2010.07.21 06:12:26
*.234.38.11

저 또한 가진 것 없던 시절에 오직 하나님만 계시면 좋다 했습니다. 하나님이 저와 함께 하시면 당연히 하나님의 모든 권능과 자원과 지혜가 저와 할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주시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저 함께 계시기만 해 달라고, 그러면 길거리로 내모셔도 기꺼이 나가겠다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습니다. 하나님께선 지금까지 한 번도 제 곁을 떠나지 않으시고 저를 지켜 주셨다는 것을. 제가 하나님께 등을 돌리고 있어서 몰랐을 뿐이었던 것을.

하람맘

2010.07.22 01:57:25
*.195.4.47

한가지 소원... 참 ! 박수가 절로 나옵니다. 매일 올리시는 글에서 이렇게 다양하고 재미있는 생각을 끌어내기도 힘들겠거니와 동일하게 감동으로 주님의 은혜로 연결하기도 힘든일 같은데 ... 주님의 글을 쓰시는 분들은 매일 주님이 옆에서 쓸글을 읽어주시거나 보여주신다는데 이선우님도 그러하신가 봅니다. 저도 주님을 친구삼아 소유할 수 있도록 소원을 빌어봐야 겠습니다. 자꾸 잊어버리고 딴길로 갈때마나 옆에서 알려는 주지만, 아직 대화하고 만지고 느끼고 눈을 마주하고 깊은 교제를 나누지 못하는 저에게, 지나간 추억만을 간직하고 있는 저에게... 아픈 상처만을 떠올리는 저에게... 지니보가 더 좋은 주님이 항상 옆에 계신다면 뭐가 문제 겠습니까...

정순태

2010.07.22 12:44:09
*.75.152.229

믿음의 진정한 고수!
초상비 육지비행술을 넘어 능공허도에 이른 신기(神技)입니다!!!
큰 깨우침에 감사하며 나갑니다.
또 기다리면서...................^^

이선우

2010.07.22 21:04:12
*.222.242.101

존경하는 순태 사숙님(^^),
사숙님께서 칼과 장풍이 난무하는 무림계의 고수이실 줄이야..ㅋㅋ
경공에서는 능공허도가 최고의 경지라지요?
제 수준을 저는 압니다. 뇌려타곤이라고 아시지요?
실력도 없고 피할 길 없을 때, 그냥 납작 엎드려 마구 뒹구르는 단계,
차마 경공이라는 말을 쓰기도 창피한 수준입지요.ㅎㅎ
그게 바로 접니다. 단지 주님께 대한 열망은 조금 있습니다.^^
그래도 저를 잘 봐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꾸벅~)

하람맘님,
이런 재밌는 표현을.. “주님의 글을 쓰시는 분들은 매일 주님이 옆에서 쓸글을 읽어주시거나 보여주신다는데..” 혹시 그런 분 주위에 아시나요? 제게 꼭 좀 소개해 주세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는지 한수 좀 배우게요.ㅋㅋ
저 같은 경우는, 말씀을 대할 때 감동을 조금은 자주(?) 주시는 편입니다. 그러나 마음의 감동이 온 이후, 이를 묵상하고 소화해서 글로 펼치는 것은 철저하게 제 몫입니다. 따로 주님이 옆에서 들려주시고 읽어 주신다면.. 생각만 해도 신나지요? 근데 제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ㅠㅠ 그래서 때론 글 쓰는 작업이 지루하고 고통 속에서 진행될 경우도 꽤나 있습니다. 어떤 때는 더디다 못해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때는 쓰면서 또 은혜 주심을 입기도 합니다. 그치만 이것도 주님이 옆에서 일러주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의 감동과 감격으로 제게 주어지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이를 글로 펼쳐내거나 형상화시키는 것은 순전히 제 몫입니다.
다른 고수님들은 어떠하신지요?(사숙님들?)^^

하람맘

2010.07.23 02:14:15
*.186.65.130

너무 달필이셔서 그런 고통의 시간이 있다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그런분(위에서 찾으시는)을 님께서도 두분이나 알고 계십니다 ㅋㅋ 출판 경력이 있으신 두분 ~ 두분다 육신의 고통이 있으시고 어려우신 가운데서도 설교나 간증을 하실때 너무도 강건하시고 힘이 넘치시는걸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힘드시지 않냐고 아프시지 않냐고 물어보면 주님께서 설교할때나 강증할때는 힘을 주시는 것을 느끼고 말해야 할것들을 보여주시고 이야기도 해 주신다고 저에게 살짝 이야기 해 주셨는데... 제가 다 폭로 했네요 ^^ 아마 두분다 매일 주님과 동행하고 묵상한다는, 기도 한다는 이야기 셨겠죠. 자꾸 신비주의로 가면 안될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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