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는 언제부터 고통을 느낄까?

조회 수 2320 추천 수 165 2005.08.30 01: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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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8/23) UCSF의 산과 마취전문의 Mark Rosen 박사는 28주까지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를 두고 아칸사스 주립의대 Anand 박사가 “벌집에 손을 쑤셔넣은 것”이라고 표현했듯이 관련 학계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왜냐하면 태아의 고통 감지 여부는 낙태 찬반논쟁으로 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법원은 임신 20주 후에 중절 수술을 시행할 때 담당 의사는 태아가 고통을 느끼니까 태아도 마취를 시켜야 한다고 반드시 산모에게 통보해주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고 또 이와 비슷한 규정을 가진 주가 몇 있다. 산모가 태아의 고통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중절을 재고할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반면에 낙태 찬성론자는 원치 않는 임신의 경우 조기 낙태는 태아가 고통을 느끼지 못하니까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주장한다.

그래서 만약 이번 연구 결과가 정설로 인정되면 낙태가능 법정 시기를 임신 7개월까지 늘려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현재 미국에 연간 18,000건 가량 행해지는 임신 5개월 이후의 낙태가 몇 배로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태아의 고통 감지 시기에 대한 어떤 과학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번 연구도 태아의 고통 감지 방식이 어른이 감지하는 것과는 다른 데도 후자의 방법으로 측정해 불충분한 연구라는 반론이 제기 되고 있다.

인간의 윤리관이, 그것도 가장 많이 배웠다는 사람들의 것이 완전히 갈 데까지 가 버렸고 논리적으로도 도저히 말도 안 되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낙태란 생명의 중지라는 차원에서 따져야지 고통을 느끼는 여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낙태찬성론자의 주장은 고통을 못 느끼면 인간도 아니며 생명도 아니라는 뜻이나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단 한 번이라도 고통을 느껴보는 것이 평생 소원인 문둥병자나 척추 훼손 환자는 인간이 아닌가? 그래서 그들의 생명은 얼마든지 다른 인간이 뺏어도 된다는 말인가?

사람들은 ‘생명’의 시작이라는 한 가지 현상을 두고 각자가 처해 있는 입장에 따라 각기 다르게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 민법은 태어난 이후부터, 형법은 수정 후 8주부터 – 즉 8주 이후 낙태는 위법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불임 크리닉은 착상 이후부터, 생명공학자는 원시생식선이 생성되는 수정 후 14일이 지나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달걀은 정자와 난자가 결합된 수정란으로 그 속에 완전한 닭이 될 수 있는 모든 소양과 재질이 완비되어 있다. 어미 닭이 따뜻하게 품고만 있으면 일정 기간이 지나, 과학적으로 말해 수정란에서 난활, 형태형성, 분화, 성장의 네 단계를 완벽하게 거쳐 한 마리의 병아리-다른 말로 하면 완전한 생명체가 탄생한다. 외부에서 공급되는 영양소나 심지어 물조차 하나 없이도 그렇게 된다. 따라서 달걀은 완전한 생명이며 달걀을 깨는 것은 한 마리 닭을 죽인 것과 다름없다.

마찬가지로 인간도 수정(conception)이 되면 바로 완전한 인간이다. 닭의 경우에 달걀에 해당된다. 그런데도 인간은 엄마로부터 영양을 공급 받아야만 눈, 코를 가진 인간으로 발전해가기 때문에 태아나 신생아는 몰라도 수정란과 배아 상태로는 생명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은 괘변에 불과하다. 역으로 따져 아이가 출생 후 영양을 아무리 많이 공급 받는다고 해서 눈이나 손이 더 생기지 않지 않는가? 영양이란 생명 자체에는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고 단지 수정란 안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생명을 성장시켜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달걀에 비유하자면 어미 닭의 따뜻한 온기와 하나 다를 바 없다.  

결국 인간과 닭은 그 신생아 출생의 모든 과정과 원리에 있어서 오직 한 가지만 빼고 동일하다. 완전한 개체로의 성장이 어미의 자궁 안과 밖 어디에서 이뤄지느냐는 장소의 차이다. 하나님이 배아가 분화 성장하기 위해선 인간은 태중에서 엄마의 영양소로, 닭은 태 밖에서 엄마의 온기로 이뤄지도록 만들어 놓은 차이인 것이다.

달걀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는 생명에 관한 엄연한 진리를 많은 인간이 깨닫지 못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 뿐이다. 도저히 깨닫지도 못할 만큼 인간이 아주 어리석거나, 아니면 알고도 다른 목적이 있어 모르는 척하며 다른 주장을 내세우려는 것이다. 그런데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그러니까 첫째 이유에는 해당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럼 그 다른 목적이 무엇인가가 문제인데 한 마디로 말해 인간이 인간 마음대로 행복을 추구할 것이며 또 그렇게 해도 된다는 사상이다. 다른 말로 하면 생명을 주신 창조주 하나님을 끝까지 부인하며 그 생명마저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전혀 도덕적 난관에 부딪히지 않고도 얼마든지 인간 생명을 변형, 조작, 포기, 파괴한다.

1982년 1월 11자 뉴스위크지에 “태아는 인격체인가?”라는 기사에서 “문제는 실제로 인간의 생명이 언제 시작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명의 가치가 산모의 건강과 행복과 같은 다른 고려 사항들보다 더 우위에 있게 되는 때가 언제이냐 하는 것을 결정하는 것이다”라고 결론 지은 적이 있다. 쉽게 말해 생명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에 두느냐, 아니면 다른 가치보다 하위(下位)에 두느냐에 따라 낙태에 대한 견해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낙태를 시행하는 자는 산모의 건강이나 행복이란 가치를 생명보다 우위(優位)에 두는 자다. 그것도 바로 자기 자식의 생명과 맞바꾸고서라도 말이다.

낙태가 심각하게 고려될 수 있는 상황은 오직 태아를 그대로 두었을 때 산모의 생명이 위독해지거나, 출산 시 산모와 태아의 생명이 둘 다 위험에 처해 둘 중 하나만을 부득이 선택해야 할 때 뿐이다. 모든 인간에게 생명과 대등하거나 우선하는 가치는 다른 사람의 생명뿐이기 때문이다.

생명 이외의 가치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희생 하는 법은 인간 세상에선 절대 있을 수 없다. 그 일은 오직 하나님만이 주관할 수 있다. 그래서 하나님 만이 죄악에 대한 심판으로 죄를 범한 당사자에게 얼마든지 죽음의 벌을 내릴 수 있다. 또 다른 사람의 죄악에 대한 구원으로 당신의 자식을 직접 죽일 수 있는 이도 하나님 뿐이다.

어떤 분이 하나님이 허용하는 생명공학의 한계를 물어 온 적이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생명의 범위를 먼저 확실히 해두면 자명해진다. 생명은 하나님 만이 주관하니까 정의(定意) 만으로도 하나님과 인간의 영역 간에 구분이 분명히 되기 때문이다.

생명이란 단순히 살아 있느냐 없느냐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박테리아나 세포 하나만 떼어 내어 실험실에서 모든 배양 환경을 만들어주면 계속 살아 숨쉬고 분열도 한다. 그러나 그것을 두고 생명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또 인간의 장기를 보관해 두면 이식할 동안 살아 있지만 그 자체는 생명이 아니다. “하나님이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그 종류대로 창조하시니 하나님 보기에 좋았더라”(창1:21)고 말씀하신 그대로 한 종(種)을 이룰 수 있는 완전한 한 개체 생물이 생명이다.

따라서 성체줄기세포는 아무리 배양을 해도 인간의 뇌, 심장, 팔다리 등 오장육부와 사지로 발달되어가지 않기 때문에  생명 자체를 조작한 것이 아니다. 장기 이식과 같은 역할을 한 것으로 하나님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 아니다. 반면에 배아줄기세포의 경우는 난자의 핵을 빼어내고 모든 유전자를 갖춘 세포의 핵으로 치환하여 배아 상태가 된 것은 착상만 하지 않았다 뿐이지 완전한 개체로 발전할 모든 소양과 재질을 갖춘 생명이다. 그런데도 배아에서 필요한 줄기세포를 추출한 후에 파괴하니 하나님 고유의 영역을 인간이 침범한 셈이다.  

어떤 심오한 윤리 사상이나 정교한 과학 이론으로 태아의 생명이 언제 시작되느냐 논의해 본들, 결국은 달걀을 완전한 생명으로 보느냐 아니냐의 두 가지 입장으로 나뉠 뿐이다. 전자는 하나님을 두려워해 생명을 최우선의 가치로, 후자는 인간을 높여 생명을 경제적 풍요나 심리적 안정 같은 다른 가치 밑에 둘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자살하는 자의 경우와 똑 같지 않는가?) 그럼에도 많은 인간들이 어리석은지, 완악한지, 비겁한지, 혹은 그 전부인지 모르겠지만 달걀은 생명이 아니라고 우긴다. 정말 하늘에서 하나님이 보시고 웃으실 일이다.

8/29/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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