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솔로몬 - 찰스 황태자

조회 수 1907 추천 수 203 2005.02.21 17:24:51
영국의 찰스 황태자가 온갖 우여곡절 끝에 오랜 기간 내연의 처였던 카밀라 파커와 드디어 오는 4/8 정식으로 결혼하기로 했다. 이 둘은 1970년 왕실의 폴로게임에서 처음 만나 서로 사랑하게 되었으나 각자 다른 상대와 결혼했다가, 1984년부터 둘 다 결혼 한 상대가 있음에도 다시 불륜의 관계를 맺고 지금까지 지속해온 사이다. 결국 두 사람의 스캔들이 공개적으로 불거진 1995년 챨스는 다이아나 황태자비와, 카밀라도 남편 앤드류와 각각 이혼했고 그 2년 후 다이애나는 파리에서 비운의 교통사고로 죽었다.    

각자 한 번의 이혼 경력 소유자이지만 현재는 독신 상태의 재혼인데도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영국은 군주 국가로 챨스가 왕위계승 일번 후보이기 때문에 왕정제도와 영국국교회와 헌법이 묘한 삼각관계로 얽혀 있다. 영국 헌법에 따르면 국왕은 영국 국교회의 최고통치자(the Supreme Governor of the Church of England)를 겸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전 결혼을 파기 시킨 관계를 맺은 상대와의 재혼, 쉽게 말해 간음한 상대끼리 각자 이혼한 후의 재혼은 불허한다는 교회법의 규정이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그래서 영국교회의 수장인 캔터베리 대주교(the Archbishop of Canterbury) Dr. Rowan Williams와 찰스는 공모하여(?) 기발 난 아이디어를 내었다. 결혼식을 교회가 주도하지 않고 세속적 형식으로 치르되 단지 축복만 해주자는 절충안이다. 결혼식 당일 윈저성의 세인트조지 성당에서 먼저 대주교 주재로 ‘기도와 헌신 예배(prayer and dedication)’를 드린 후에 따로 나가서 세속적인 결혼 예식을 올리기로 한 것이다. 대주교실에선 이미 이런 방식의 결혼이 교회법에 위반되지 않으며 황태자가 왕위를 계승함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공식성명을 발표했다. 또 전법무장관 에드워드도 이 방식의 결혼은  실용적인 것(Pragmatic One)으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찰스는 왕이 되는데 아무 문제 없으면서도 그 동안 쉬쉬해왔던 부적절한 관계를 만천하에 공인 받게 되었고, 영국 국교회도 자체 법을 어기지 않고도 장래 왕이 될 사람의 재혼을 축복해 주었고, 국회는 국민의 2/3가 찬성하는 이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해 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도출해 내었다. 카밀라도 이 결혼으로 공식적으로 ‘왕비(Queen)’ 대신 ‘왕의 아내(the princess consort)’라는 호칭으로만 불릴 예정이지만 평생 소원을 이루었다. 결국 죽은 다이애나비와 멀쩡하게 살아 있는 카밀라의 전남편 두 사람만 억울하게 당한 것인가?  

참으로 우스꽝스런 일말의 희극을 보는 것 같다. 인간이 정해 놓은 법이야 시대와 상황이 변함에 따라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다. 또 홀아비가 그것도 왕세자가 그간의 경위야 어찌 되었던 평생 좋아 했던 상대와 재혼하겠다는 것을 누가 감히 말릴 수 있겠는가? 그러나 교회 법을 제 멋대로 절충하는 성직자의 잘못만은 아무 일이 아닌 양 넘겨버릴 수 없다. 교회법이란 단순히 교회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법이 아니라 인간이 제대로 하나님의 자녀가 되도록 하는 법이다. 궁극적으로 하나님이 인간을 다스리는 하나님의 법이다. 하나님의 법을 인간이 감히 상황에 따라 바꿀 수는 없다.  

윌리암스 대주교로선 이 결혼을 영국 교회가 주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회법을 어긴 적이 없다고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십계명의 제칠 계명을 위반했고 또 구약 율법으로 따지면 돌로 쳐죽임을 당해야 하는 간음한 죄인끼리의 결혼을 무슨 일을 하든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이 따라붙는 교회가 인정하고 축복하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 단지 교회가 그런 결혼을 주재할 수 없다는 문자적 규정은 어긴 적이 없으니 문제 없다고 강변할 일이 아니다.  

부모가 자기 아이더러 주중에는 전자오락 하지 말라고 했다고 치자. 그래서 아이가 밤 늦도록 TV만 본 후에 전자 오락은 하지 않았으니 부모 말을 어긴 적이 없다고 우길 수 있겠는가? 부모 말대로 전자오락은 분명히 하지 않았지만 부모의 뜻은 주중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것이다. 부모로서 모든 놀이 종목을 다 열거해서 금지시킬 수는 없지 않는가? 또 그렇게 한들 그 리스트에 없는 놀이를 하든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잠만 자면 부모 말을 위반하지 않은 것인가?

조금만 깨인 아이라도 쉽게 분별할 수 있는 일을 명색이 영국교회를 대표하는 대주교가 눈 가리고 아웅한 것이다. 인간의 눈들은 아웅하면 가려진다. 모든 인간의 눈은 제 편한 대로 아웅하는 데 이골이 나있다. 또 인간끼리는 원수가 아닌 이상 부끄러운 부분은 서로 건드리지 말기로 은연중에 다 합의하고 있다. 인간끼리는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 아무도 없다는 것을 모두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하나님의 영원한 진리가 불과 20센티 남짓한 인간의 두 손바닥으로 가려지겠는가?

물론 하나님의 법으로도 간음한 죄인이 재혼할 수 있다. 그것도 간음한 상대끼리 해도 된다. 두 당사자가 함께 예수님의 십자가 안에서 진심으로 그 죄를 회개하고 새로 이루는 가정에 예수님만을 주인으로 모시기로 했다면 말이다. 그래서 이런 희극적인 절차를 보다 못한 영국의 몇몇 복음주의자들이 결혼식 전에 반드시 회개(‘repent’ from their adultery)할 것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이뤄질 것 같지 않다.

나아가 찰스 왕자 자신의 말을 빌리면 ‘그 믿음(the faith)’보다는 ‘믿음들(faiths)’의 수호자가 되고 싶다고 한다. 또 그 절충식의 결혼도 다른 종교들의 전통에 부합하기 위해 고안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간단히 말해 자기는 왕이 될 사람이라 성경에 기록된 그 믿음 만을 수호하기 싫다는 것이다. 전 백성의 모든 믿음들을 다 포용하는 아량이 넓은 왕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 말은 완전히 더 웃기는 짬뽕이다. ‘그 믿음’만 믿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사람의 결혼을 대주교는 알고도 ‘그 하나님(the Lord)’의 명의로 축복해 주겠다고 나섰다. 또 그 믿음만 믿지 않는 자가 어떻게 그 믿음만 믿어야 하는 종교의 대주교에게 가서 기도 받고 축복해달라고 할 수 있는가? 겉으로는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겠다고 말했어도  속으로는 어떻게 하든 실정법에 꼬투리 잡히지 않고 왕이 되겠다는 욕심 뿐이다.        

솔로몬은 말년에 주변 나라들에서 데려온 ‘후비 칠백인 빈장 삼백인’ 도합 천명의 여자들을 두고 살았고, “나이 늙을 때에 왕비들이 그 마음을 돌이켜 다른 신들을 좇게 하여” 그 왕비들 나라의 온갖 신상들을 세우고 그 앞에 제사를 드렸다. 결국 “솔로몬이 마음을 돌이켜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를 떠나므로 여호와께서 저에게 진노”(왕상11:9)하셔서 그 나라를 빼앗아 한 지파를 그 아들에게 주는 벌을 받게 된다. 이스라엘이 남왕국 유다와 북왕국 이스라엘로 분열되는 원인이 솔로몬의 이 죄악 때문이었다.

솔로몬은 조공을 받는 나라나 주위 열강들과 관계를 원할하게 하려는 순전히 정치적인 이유로 여호와의 법도를 어겼다. 인간적인 필요와 주위 여건에 맞춰 하나님의 법을 눈 가리고 아웅한 것이다. 찰스와 영국국교회도 지금 똑 같은 이유로 그렇게 하고 있는데 참으로 신기한 것은 그가 받을 벌도 솔로몬과 똑 같다는 것이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대다수가 엘리자베스 여왕이 왕위를 한 세대를 건너 뛰어 아들인 찰스보다는 손자인 윌리암 왕자에게 계승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대답했다.

국민들의 마음은 챨스의 재혼은 인정해주지만 왕으로는 인정하기 싫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왕위가 윌리암에게 바로 가는 일은 아마 쉽게 일어나지 않겠지만 찰스는 명목상의 왕일 뿐이고 실질적인 왕은 윌리암이 되는 셈이다. 카밀라에게 아무 타이틀도 주어선 안 된다고 대답한 자가 47%나 달하는 것이 왕비로 도저히 인정하기 싫다는 것이며 당연히 그 남편도 진정한 왕으로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이 반증된 것이다.

찰스가 명목상으로라도 헌법과 교회법을 어기지 않겠다고 궁리해낸 결과가 결국 자기도 명목상의 왕밖에 되지 못한 것이다. 참으로 세상 만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놀랍지 않는가? 나아가 감히 ‘그 믿음’은 인정하지 않고 ‘믿음들’을 인정하겠다고 덤빈 그가 앞으로 유일하신 하나님에게 어떤 벌을 받을지 그 개인을 위해서라도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 믿음들의 대상인 신들 숫자가 솔로몬 때처럼 천이 넘더라도 상천하지(上天下地)의 유일하신 하나님께 절대 맞설 수 없다.

그럼에도 찰스와 카밀라는 결혼 결정을 내린 후 ‘너무나 기쁘다(absolutely delighted)’고 희희낙락하고 있다. 인간의 어리석음은 한이 없다. 어리석은 자는 하나님이 없다고 할 뿐 아니라 역으로 하나님이 없는 자가 짜내는 지혜도 자연히 어리석게 될 뿐이다. 본인들이 하나님과 심지어 국민들의 마음 속에 실제로 어떤 처지에 있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하고 안중에도 없다.

희극치곤 이런 희극이 세상에 없다. 그러나 찰스는 비록 성전 마당은 밟을지언정 본인이 실토한대로 불신자이므로 하나님과 아무 관계가 없기에 자기 백성들에게 웃음거리가 되면 그만이다. 정작 문제는 교회와 성직자가 하나님 앞에 너무나 가소(可笑)로운 짓을 했으니 도대체 앞으로 이 일을 어찌할꼬? 그런데 이 일이 도저히 바다 건너 남의 나라 일로만 여겨지지 않고 우리가 더 찔리는 것은 또 무슨 연고일꼬? 참으로 두렵고 떨릴 뿐이다.

‘세상의 군왕들이 나서며 관원들이 서로 꾀하여 여호와의 그 기름 받은 자를 대적하며 우리가 그 맨 것을 끊고 그 결박을 벗어 버리자 하도다 하늘에 계신 자가 웃으심이여 주께서 저희를 비웃으시리로다”(시2:2-4)
  
2/21/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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