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조회 수 3708 추천 수 240 2005.04.25 13:35:17
우리말 속담에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는 말이 있다. 모든 인생이 하나같이 본인의 의도했던 것과는 다르게 실패로 끝나지만 나름대로의 원인과 남모르는 이유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죽음 이후의 심판대에서도 그 실패에 대한 변명할 거리는 누구나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 첫째 가는 핑계는 당연히 짧고도 한 번 뿐인 인생에 스스로 계획하지 않았고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고초와 장애가 많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우리말 속담이 미국 TV에도 등장했다. ABC TV에선 매년 전국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내 인생의 이야기(the Story of My Life)”를 모집해서 가장 극적인 삶의 주인공을 뽑아 책으로 발간해주는 컨테스트를 한다. 이 프로의 프로듀서인 Carrie Cook이 6천명이나 응모한 내용을 검토한 후 “모든 인생에는 그럴싸한 이야기거리가 다 있다(Every life has a story.)”라고 감탄한 것이다. 비록 등수를 가려내기는 하지만 응모한 6천명 모두의 인생이 하나 같이 평범하지 않았다는 뜻일 것이다.  

그 중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으로 미국에 온지 3년 밖에 안 된 17살의 파라 아흐메디(Farah Ahmedi)라는 소녀의 자서전이 최고로 파란만장한 인생으로 지난 4/22 뽑혔다. 겨우 7살 때에 학교에 지각하지 않으려고 지름길을 택해 간 곳이 마침 아프가니스탄 내전이 한창인 때라 지뢰 밭인 줄 모르고 통과하다 한쪽 다리를 잃었다. 그 후로도 로켓포탄이 집에 떨어져 아버지와 언니들을 잃었고, 두 오빠는 탈레반 세력에 강제로 징집될 것이 두려워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으로 도망간 후 전혀 생사를 모르고 있다. 하나 남은 혈육이라고는 중병을 앓고 있는 엄마 한 명 뿐이니 그녀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책을 읽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그녀는 어렸을 때의 환상과 관련 지어 자서전 제목을 “하늘 저쪽 편의 아프칸 소녀(An Afgghani Girl on the Other Side of the Sky)”라고 부쳤다. 하늘 저쪽 편에는 어떤 세계가 있을까 항상 궁금했었고 그래서 사다리를 타고 하늘 위로 올라가는 상상을 많이 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하늘과 별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에 너무 매혹되어 학교에 늦지 않으려고 지름길을 찾게 된 것이다.  

그녀에게는 전혀 잘못이 없었다. 어른들 사회의 탐욕의 죄악으로 말미암은 전쟁에 말려들 필요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반면에 선생님의 가르침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너무나 선한 동기 때문에 오히려 비극이 시작되었다. 국민학교 2학년짜리 어린 여자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환난이었다. 그녀의 인생이야말로 정말 충분하고도 완전한 핑계가 있었다. 우연의 일치치고는 너무 얄궂고 신의 장난치고는 너무 가혹했다. 그녀의 경우를 보면 인간이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 신에게 변명할 것이 아니라 신이야말로 핑계 없는 환난이 없다고 인간에게 해명해야 될 것 같다.  

그 이후로도 신은 계속해서 그녀에게 아무 말이 없었다. 힘든 일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찾아 왔다. 무슬림인 그녀의 고백을 빌리자면 그러다 결국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 이대로는 죽겠습니다. 아니 죽고 싶습니다.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신과 대화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도저히 탈출구가 없는 환난이 신에게 핑계를 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을 더 갈급하게 찾게 만든 것이다. 감찰하시는 하나님이 이교도인 하갈과 그 아들 이스마엘의 생명을 구해 주었듯이(창21:14-19), 무슬림인 그녀에게도 하나님이 간섭하셨는지 모르지만 온갖 우여곡절 끝에 World Relief의 도움으로 엄마와 함께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정착하게 되었다.

신자의 삶에도 하나님은 때때로 너무 가혹하고 심술궂은 분으로 보인다. 신자로선 분명히 이기적 욕심 하나 없이 선한 목적으로만 시작한 일마저 실패로 끝나고 어떤 때는 더 큰 실패의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당연히 신자 쪽에선 밤새도록 털어 놓아도 모자랄 이유와 핑계거리가 쌓인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묵묵부답이며 사태는 설상가상으로 더 꼬이기만 한다. 하나님이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며 또 도저히 그 끝을 보이지 않게 하는지 해명이라도 좀 해주면 그나마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지 않으니 정말 골수가 마르고 혀가 이틀에 붙는 것 같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님은 아무 말이 없어도 당신의 계획을 쉬지않고 이뤄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눈에 안 보이는 것 같고, 아무 진전이 없는 것 같고, 이해는커녕 의심과 불만만 늘어날지라도 당신이 신자를 향해 경영하신 일은 반드시 당신만의 때와 방법으로 이루시고야 만다. 믿음의 본질은 바로 이 사실을 믿는 것이다. 신자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중도에 좌절하거나 또 그에 따른 실패의 책임을 하나님에게 절대 지울 수 없다. 핑계는 오직 불신자의 몫이다. 신자는  어떤 환난 가운데도 믿음으로 하나님을 바라보며 소망을 키워야 한다.

신자라고 파란만장한 이야기거리가 없는 평탄한 인생을 살 수는 절대 없다. 모든 인생은 그 속담처럼 단 한명의 예외 없이 눈물과 땀과 피로 얼룩진 기록을 이 땅에 남기고 간다. 말하자면 인간적으로는 정당한 핑계 거리가 즐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신자가 천국 보좌 앞에 가서까지 핑계 될 수 있겠는가? 신자니까 무조건 아무 변명도 못하고 맹종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인자가 아니시니 영원토록 식언(食言)치 않고 변개치 않기 때문이다.

인간이 준비할 무덤은 두 가지 뿐이다. 핑계거리가 많은 실패의 무덤과 핑계 대신 감사 거리가 많은 승리의 무덤, 이 둘 중에 당신은 어떤 무덤을 준비하고 있는가? 혹시라도 아무 핑계 거리가 없도록 그저 무사 평탄한 삶만 기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신자로선 그것만큼 큰 착각도 없다. Because every life has a story.  

“내가 동방에서 독수리를 부르며 먼 나라에서 나의 모략을 이룰 사람을 부를 것이라 내가 말하였은즉 정녕 이룰 것이요 경영하였은즉 정녕 행하리라.”(사46:11)

4/25/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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