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벼락

조회 수 128 추천 수 2 2015.02.26 00:04:50
지난 1월13일 새벽 3시 경에 뉴욕 퀸즈의 롱아일랜드 고속도로를 달리던 현금수송차의 뒷문이 갑자기 열리면서 약 18만 달러가 든 현금 가방이 도로 위로 굴러 떨어진 사건이 발생했다 한다. 그 차의 운전자는 뒤늦게 알아채고 차를 정지시키고 돈을 회수하려 했으나 그 사이에 그 많은 현찰은 갑자기 돈벼락을 맞은 뒤따르던 차량의 운전자들에 의해 다 수거되어 없어져 현금수송차 운전자는 고작 40달러만 되찾았다는 황당한 기사였다. 경찰은 떨어진 돈을 주웠을 뿐이라 하더라도 그 사실을 신고하지 않으면 절도죄에 해당된다며 그 돈을 주운 운전자들의 자발적 반환을 당부했다고 한다.

기사를 읽고 난 후 생각들이 떠오른다...그 운전자 어떡하지? 엄청난 돈을 잃어버린 현금수송차량 운전자가 먼저 걱정된다. 보험이 있으니 괜찮겠지? ...느닷없이 돈벼락 맞은 사람들 좋았겠다. 얼마나 신났을까! 하지만 정말 그게 좋고 신날 일일까? 내가 당해보지 않아서인지 내겐 그 일이 그리 좋아할 일로 다가오진 않는다...

이때 떠오르는 하나의 시나리오.

갑자기 돈벼락을 맞은 운전자 중에 한 기독교인이 있는데, 그는 절실하게 돈이 필요해 하나님께 기도를 하던 중이었다. 몇 시간 남지 않은 마감시간까지 그 돈이 구해지지 않으면 낭패를 당할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저 앞에 달리던 차의 문이 열리며 가방이 떨어지더니 그 가방에서 돈다발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었다. 여기 저기서 급정차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미친듯이 돈을 줍느라 그곳은 곧 아수라장이 되었다. 서로들 싸우기까지 했다. 그도 급정거를 하고 차에서 내려 돈을 줍기 시작했다. 잠시 후 돈가방을 떨어뜨린 운전자가 정신없이 달려오는 것을 본 그는 돈 줍기를 그치고--실은 더 주울 돈이 남아 있지도 않았다. 20달러 지폐 두 장이 뒹굴고 있을 뿐이었다--차를 몰고 집으로 달렸다.

돈을 세어 보니 기가 막히게도 덜도 더도 없이 딱 그가 필요한, 하나님께 주십사 기도드렸던 액수였다. 그의 마음은 하나님에 대한 감사와 사랑으로 벅차올랐고 그의 입에선 하나님 감사합니다란 환희의 외침이 터져나왔고 그의 눈에선 감격의 눈물이 흘러 볼을 타고 내렸다.

그때, 자고 있던 그의 아내가 깨어 놀란 눈으로 그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그는 아직도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격앙된 어조로 자초지종을 말해 주었다. 여보, 하나님께서 우리 기도를 들어 주셨어! 기막힌 타이밍이며 정확한 액수며 기적적인 방법까지, 이건 하나님이 아니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구!

그런데 그 말을 다 듣고 난 아내는 그의 기대와는 달리 지극히 차분한 어조로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 그 일이 하나님께서 하신 일인지 아닌진 모르겠지만, 날이 밝는대로 그 돈을 돌려주는 게 하나님 뜻인 건 알겠네요. 그만 잡시다. 잠깐이라도 눈붙이고 일어나 경찰서 가시구려.

시나리오 속의 그 사람의 갈등을 헤아려보니, 내가 그 시각에 그곳에 있지 않았음이 참으로 감사하다.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하지 않으시고..."

2015.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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