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과 신앙

조회 수 749 추천 수 89 2010.12.16 06:21:29
노래를 좋아 합니다. 듣기도 좋아하고 부르기도 좋아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늘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다녔었지요. 가요도 좋고, 가곡도 좋고, 찬송곡도 좋습니다. 독창곡도 좋고 중창곡도 좋고 합창곡도 좋습니다. 하지만 잘 부르지는 못합니다. 뛰어난 가창력도 기교도 없습니다. 절대음감이란 것을 지니고 있지도 않습니다. 교회 성가대에서, 그리고 남성합창단에서 오랫동안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노래를 잘 해서라기보다 못 하지는 않으니까—악보를 읽을 줄 알고, 바른 음과 틀린 음을 구별할 수 있고, 그런대로 박자도 잘 맞추고, 무엇보다 열심히 연습에 참여하고 또 집에서 따로 열심히 공부해 오니까, 그리고 한 사람이라도 아쉬우니까 나가라고 눈치 주지 않는 듯합니다.
   저는 노래를 좋아하는만큼 잘 부르고 싶습니다. 멋지게 독창을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선 제게 그 정도의 재능을 허락치 않으십니다. 때론 제 기대와 제 실제가 너무나 차이가 나 속이 상합니다. 합창단을 그만둘까는 마음도 간혹 들었습니다. 해를 거듭한 만큼 나아져야 할텐데 오히려 점점 더 나빠지는 듯합니다. 호흡도 더 짧아지고 성량도 줄어들고 소리도 떨리고 갈라집니다. 하나님께 항의도 해 보았습니다. 기왕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게 만드셨으면 재능을 충분히 주실 것이지 어떻게 주다 마셔서 절 이렇게 맘 아프게 하시는지요? 예전에 보았던 영화 모짜르트에서 살리에르가 모짜르트의 재능을 본 후에 하나님께 항의하는 장면이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감히 살리에르에 견줄 바가 못 되는 나도 이런데, 살리에르는 얼마나 괴로웠을지 충분히 짐작이 가더군요.
   하지만 합창에선 사실 뛰어난 독창 실력은 거의 요구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소리색을 버리고 다른 소리와 어우러져 하나의 소리색을 만들어야 합니다. 튀고 싶은 마음을 눌러야 합니다. 내 소리보다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듣고 그 소리에 내 소리를 실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름다운 합창이 됩니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 보니 불평하고 속상해 할 일은 아닙니다. 그저 저는 합창용으로 만들어졌거니 받아 들이면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라도 써 주시니 감사하지요.
   제가 합창자에 만족하지 않고 독창자가 되고 싶은 것은, 결국 자기 만족을 위해서임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나를 흡족해 하겠지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노래한다는 그 속마음은 실은 제 자신의 영광을 구하려는 마음이 더 클 것입니다.
   이젠 그 마음 거의 버렸습니다. 내게 주어지지 않은 것 달라고 하기보다 주어진 것을 잘 사용할 수 있게 도와 주십사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요즘엔 앞서 말씀드렸듯이 좋은 합창자이기도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다음 주에 목수술을 앞둔 처지인지라 과연 합창이나마 계속할 수 있을지 염려스럽습니다. 부르고 싶은데 부르지 못하고 듣기만 해야 한다면, 더 잘 부르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것보다 더 괴롭고 슬플 것 같습니다.
   비단 노래뿐만 아니라 제게 주신 여타 재능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더 달라, 왜 덜 주셨나 한탄 말고 주신 것 십분 활용할 수 있도록 힘써야겠습니다. 제가 돋보이려 하지 않고 모두가 하나 되고 그를 통해 오직 하나님의 영광만이 드러날 수 있도록 말입니다.

2010년 12월 15일

하람맘

2010.12.16 08:30:29
*.163.11.213

아멘 ~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 전 합창에도 끼기 힘들 정도로 부정확한 음정과 어스키한 목소리를 가졌습니다. 그래서 합창이나 중창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너무 멋지고 우아해 보이십니다. 그래도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세상에 주님을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 주옥같은 찬양들을 접하지도 못하니까요. 찬양으로 위로 받고 치료를 받고 새롭게 된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니까요 ^^ 다음주에 수술을 통해 독창까지도 멋지게 해 내시리라 믿습니다. 하나님이 하신 일을, 하나님의 영광을 누구보다 잘 표현하실 수 있으실테니까요 !

김순희

2010.12.19 12:55:58
*.161.91.154

저도 합창 소리를 참 좋아합니다.
그 중 솔리스트의 소리는 합창의 허밍과 어울릴 때 그 우아함이란...
마치 하늘에서 꽃가루를 솔솔 뿌리는 것 같고
천상의 하모니로 가슴 터질 듯한 아름다움을 선물해 줍니다.

소망 하나 있다면..
우리 컬럼니스트들의 아름다운 소리는 하늘의 꽃가루처럼.. 천상의 하모니처럼...
그런 독창을 손뼉치며 기대합니다.

집사님,
수술을 위해 저희 합창대원들 함께 기도합니다.
지휘자님이신 울 목사님의 수려한 지휘를 따라 아름다운 하모니로 기도하겠습니다.^^

정순태

2010.12.19 14:53:08
*.216.63.190

많이 가진 사람이 불평하면 전혀 못 가진 사람은 어찌해야 하는지요!
콩나물 머리님(대가리님이라 할 수 없어서 아주 점잖은 말로 대치했습니다. ^0^) 하나도 모릅니다.
절대음감은커녕 1옥타브 음조차 내지 못합니다.
독창은 꿈속에서도 욕심 부리지 않고, 합창에만 끼일 수 있어도 감지덕지입니다.
독보적인 음악실력을 자백하자면,
소프라노 음을 베이스 음으로 냅니다. 그것도 아주 잘 냅니다.
어떤 때는 자아도취되어 신나게 낼 때도 있습니다. ㅠㅠ
성가대 한 2년 정도 순 립씽크로만 버티다가 양심 때문에 자퇴했습니다.
음치(음정) 박치(박자) 협치(협동심) 등 전분야에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이런 사람도 있는데.....................
형제님의 이번 욕심은 너무 과하셨습니다!!!!!!!!!!!!!!!!!!

그래도, 며칠 남지 않은 2차 시험, 합심으로 극복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힘 내세요, 형제님!

mskong

2010.12.21 02:29:15
*.66.10.243

2차 시험에 함께 합니다. 주님께서 막대기와 지팡이로 보호하여 주실 것 입니다.

김유상

2010.12.21 08:31:01
*.234.56.153

감사합니다. 수술은 화요일 오후 한 시나 두 시경에 시작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의 기도에 기대어 평안한 마음으로 수술실로 들어 가겠습니다.

이선우

2010.12.26 14:44:51
*.222.242.101

ㅋㅋ 동병상련....
지라레, 쏘토보체, 마르카토, 테누토, 파아니시모, 돌체,,,
이번 크리스마스 칸타타를 하면서 저희 교회 성가대 지휘자가 쓴 용어 중 생각나는 것입니다.ㅎㅎ
저도 늦나이에 얼마나 고생하고 있음을 아시겠지요?
젊은 전공자들 사이에서 안 짤리려고 열씨미 하고 있슴다.^^

유상 형님의 2차 시험, 넉넉히 합격하심에 축하와 경하를 드리오며,,
1/4일 토요일 저녁 시간이 되시면 라성 총단의 식구들과 수인사를 나누고 싶습니다.^^

김준수

2010.12.27 07:55:59
*.155.176.110

그 동안 로그인이 안되어 무심코 글만 읽었는데 오늘은 꼭 이 말씀을 나누고 싶어 댓글을 달려고 하니 다행히 로그인이 되어 몇자 올려봅니다. 저는 65세로 거의 40여년 성가대 지휘를 해온 사람입니다. 합창을 좋아하시고 성가대 활동을 하신다니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잘 알고 있는 말씀인지도 모르겟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실 때 목소리까지도 여성은 남성과 달리 한 옥타브를 높게 하셨는지 저는 그 이유를 이사야서 43장 21절 "이 백성은 내가 나를 위하여 지었나니 나를 찬송하게 하려 함이니라" 의 말씀을 보아 알 수 있었습니다. 즉 여러명의 남여가 부르는 최고의 예술성을 지닌 혼성합창으로 하나님을 찬송하게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합창을 구성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최고의 건축물을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주춧돌이나 기둥들은 저음에 해당하는 것이고 고음으로 갈 수록 서가래나 처마는 고음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듯한 건물(아름다운 합창)이 되기 위해서는 균형이 서로 잘 맞아야 겠지요. 해서 정확한 음정, 리듬, 음량, 음색, 감정까지도 조화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지휘자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요. 아름다운 공동체(교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음악예술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한가지 더 부연하고자 하는 말씀은 찬양이 끝나고 때로 박수 소리에 하나님을 잊어버리고 내 영광에 도취된다면 공허만 남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기뻐하실 하나님만을 바라본다면 그 감동은 오래 지속될 것이고 끊임없이 찬양할 수 있는 여력으로 남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운영자

2010.12.28 16:35:48
*.104.233.212

김준수 성도님

귀한 나눔 주시니 너무 반갑고 또 주님의 이름으로 환영합니다.
일영의 전원생활이 여전히 즐겁고도 풍성하신지요?
서울 춘천간 전철이 개통되었던데 일영은 통과하는지요?
평생 교육자로 봉직하시다 은퇴하신 후에도
교회 성가대 지휘자로 봉사하시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앞으로도 더 자주 로그인 하셔서 (비록 로그인이 힘들어도)
오랜 신앙 연륜에서 나오는 농익고도 은혜 넘치는 말씀을 나눠주시고
또 여타 회원님들과도 성령 안에서 열린 교제를 하게 되기를 소원해 봅니다. 샬롬!


P.S.

저희 사이트가 왠지 모르게 로그인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기계가 하는 일이라 저희들도 어쩔 수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방문자님들도 주님 주시는 인내(?)로 끈질기게
faithpark.org 와 nosuchjesus.com 두 곳 다 접속하여 시도해 보십시오.
어쨌든 운영자로서 방문자님들께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0^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3 거짓 선지자 김유상 2013-04-15 332
132 예수 안 믿는 이유 [2] 김유상 2013-04-08 1094
131 꽃구경 [2] 김유상 2013-04-08 344
130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자 [3] 김유상 2011-05-19 625
129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김유상 2011-05-07 732
128 수술을 또 받아야 합니다 [6] 김유상 2011-05-04 556
127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다 김유상 2011-04-19 570
126 어리석고 안타까운 사람아 [1] 김유상 2011-04-13 554
125 아직 살아 있음이 감사한 이유 [4] 김유상 2011-04-06 720
124 기도 부탁드립니다 [3] 김유상 2011-04-02 506
123 악마를 이기는 유일한 방법 김유상 2011-03-15 861
122 일본 참사를 보는 시각 [1] 김유상 2011-03-15 568
121 최선의 복수 [3] 김유상 2011-03-15 583
120 근황 보고 2 [6] 김유상 2011-02-25 613
119 근황 보고 [5] 김유상 2011-01-12 584
» 합창과 신앙 [8] 김유상 2010-12-16 749
117 미장원에서 들은 기막힌 얘기 [6] 김유상 2010-12-09 776
116 등산길의 단상 [3] 김유상 2010-12-09 677
115 재시험을 앞두고 [21] 김유상 2010-10-16 980
114 여름 휴가 중에 깨달은 것들 (1) [3] 김유상 2010-10-16 609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