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고백 1

조회 수 1305 추천 수 101 2005.05.18 23:46:22
제가 지금보다 수입이 훨씬 적을 때였는데, 그럼에도 십일조 내고 적은 액수지만 각종 선교와 구제 헌금도 하면서도 빠듯하긴 했으나 빚지지 않고 살았습니다. 그 때, 내 수입이 늘면 늘어난만큼을 이웃을 위해 쓰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웬걸요, 수입이 늘어나자 제일 먼저 제 개인적인 쓰임새가 늘더군요.

하나님께 감사하며 기쁜 맘으로 즐기자면서도 맘 한 구석이 편치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제 수입을 늘려 주셨을 때에 그 늘어난 몫만큼 제 혼자 다 쓰기를 원하셨다고는 믿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보시기에 참 철없고 속없고 부끄러운 모습이리라 싶습니다. 제 아들에게 용돈을 올려 주었더니 그 녀석이 신통하게 올려받은 액수를 모두 구제 헌금으로 선교 헌금으로 바친다면, 그 녀석을 보는 내 마음이 얼마나 흐뭇하고 대견스럽겠습니까? 내가 아들 하나 제대로 키웠네 하며 혼자 빙그레 웃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 아들이 더 사랑스럽지 않겠습니까?

하나님께서 나로 인하여 흐뭇해 하시고 자랑스러워 하실 기회를 제가 흘려 보낸 것이 참 송구합니다. 사탄에게 욥을 그리도 자랑하시던 하나님이 떠오릅니다. 반면 나를 놓고 사탄 앞에서 면목없어 하실 하나님이 상상됩니다.

옷장을 열 때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잘 입지도 않는 양복정장은 왜 그리도 많으며 셔츠는 또 왜 그렇게 많은지요? 일 년에 겨우 한 두번 입을까 말까한 옷들이 태반입니다. 그리고도 옷가게에 가면 또 이것 저것 걸쳐 보고 그러다 사오기도 합니다. 책은 또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읽지 않은 책들이 더 많이 쌓여 있음에도 책방에 가면 또 책을 한아름 삽니다. 수입이 늘자 예전에 부담스러워 못하던 것들을 척척 기분좋게 쉽게 합니다. 그러면서도 가난한 이웃 기사에는 한동안 죄책감 느낀 것으로 때울 뿐입니다.

예전에--그 어렵던 시절에--열왕기를 읽으면서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제게 감당못할 부를 주시지 마시라고. 왕들이 하나님 잘 믿으면 하나님께서 그에게 권력과 함께 부를 넘치게 주시는데, 그러면 이 왕들이 꼭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져 결국 비극적인 최후를 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될까 겁이 나서 그렇게 기도했던 겁니다. 그저 그날 그날 먹을 양식만 주십시오라고.

하나님께선 무슨 생각에선지 아직 넘치게 주고 계십니다. 아마도 아직 제게 희망을 두고 계신 걸까요? 계속 기회를 주시는 걸까요? 설마 포기한 건 아니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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