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조회 수 1617 추천 수 127 2006.03.29 08:38:11
그동안 의사의 처방대로 강력 소염제를 열심히 일주일째 복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이 되도록 오히려 혹이 있다는 목 부위가 더 뻐근해지는 느낌이어서 의아해 하고 있었지요. 오늘이 조직검사한 지 일주일 되는 날이라 주치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단순한 염증이었다는군요 라는 대답을 기대하면서.

암이 발견되었다는군요. 수술로 제거하고 갑상선 약을 복용하시면 됩니다. 아니, 남은 평생 동안 약을 먹어야 한다고요? 내가 건망증이 심해서 약먹는 걸 잊어버릴 텐데. 습관이 들 겁니다. 수술은 어떻게 하나요? 목을 조금 째고 할 겁니다. 한 며칠 목이 뻐근하겠지만 곧 나아질 거예요. 시급한 건 아니죠? 뭐, 지금껏 별 문제가 없으니까 시급한 것은 아니나, 암인 것을 알고서 달고 다닐 건 없잖아요?

주치의나 나나 제 삼자 얘기를 하듯 대수롭지 않게 말을 주고 받다가, 외과 의사와 수술 날자 잡고 수술 받으라는 그의 말에 그렇게 하겠노라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성가시다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수술을 받는 것도, 또 며칠이라도 사무실에 나오지 못하게 됨에 따라 일이 밀리고 막히는 것도, 아내가 걱정할 일도, 그리고 앞으로 여생을 약에 의존해 살아야 할 일도.

오래 전부터 내 삶을 정리하고 살리라 작정했으면서도 아직 유서 한 장 써두지 못하고, 살아온 지난 날들의 온갖 잡동사니들 아직도 여기 저기 쑤셔 넣고 있는데, 이젠 정말 버릴 것 과감하게 버리고 일러 둘 말 일러 두고 용서 빌 것 용서 빌고 또 용서할 것 용서하고 아직 사랑 못준 또는 덜 준 사람들에게 사랑 듬뿍 주기를 시작해야겠습니다. 아직 사지 멀쩡하고 움직일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을 때 말입니다. 갑상선 암이기 다행이지 이보다 더한 병이었으면 얼마나 후회가 크겠습니까. 아직도 제게 그럴 수 있는 기회를 베풀어 주시는 하나님께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하나님께서 절 이렇게 잘 대해 주시는 걸 보면, 제게 혹시 쓸만한 구석이 있는 게 아닐까는 생각이 이따끔 들기도 합니다. 참 얄팍하지요? 쓸만한 구석이라곤 전혀 없음에도 사랑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하면서, 틈만 나면 제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려 드니까요. 하나님의 영광을 가로채려는 이 원초적 죄로부터 언제면 벗어날 수 있을런지요?

무엇 하나 당신의 허락없이 계산되어짐 없이 이루어지는 일이 없는 고로, 제 목 속에 자리잡은 이 암덩어리는 틀림없이 하나님께서 저를 위해 (따라서 당신을 위해) 의도적으로 두신 거라 믿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제 목표는 갑상선 암이 있음으로 인해 하나님께서 제게 바라는 그 모습에 더 가까이 가는 일입니다. 제게 주어진 갑상선 암을 어떤 이유로든 무용지물로 만들지 않도록 함께 기도 부탁드립니다.

3.28.2006

운영자

2006.03.29 17:54:14
*.104.236.203

저하고 종류는 다르고 수술한 흔적의 크기는 다르겠지만, 목에 수술 자국이 있는 사람끼리 동역자로 삼아 주시는 하나님은 참으로 오묘한(?) 분이신 것 같습니다.
저를 생각하면서 치유의 광선으로 오신 예수님만 바라 볼 때에 반드시 치유케 해주실 줄 믿습니다.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일간 찾아 뵙지요. 샬롬!

김유상

2006.03.29 19:56:26
*.170.40.27

그렇군요. 제가 박 목사님을 존경해 그렇게 닮아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긴 했을 겁니다만, 그렇다고 목에 수술 자국까지 만들어 주신다는 건 좀 짓궂으신 거 아닌가요? ^^ 하긴 인품과 믿음과 말씀에 대한 통찰력은 가꾸어지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들인지라, 혹시라도 제가 기도응답 없다고 조바심나 할까봐, 그나마도 배려해 주신 건지도 모르겠군요. 이제 목사님의 모양은 갖추었으니 그 능력까지 갖추길 기다리겠습니다.

정순태

2006.03.30 00:21:29
*.95.73.2

남 이야기하듯, 담담하시군요.....
아픔을 통해서까지도 주님의 뜻을 찾으시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수술 잘 되고 회복 빠르게 해 주실 것을 믿으며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힘내세요~~~ ^0^ 샬롬.

김유상

2006.03.30 04:21:21
*.170.40.27

감사합니다, 정 형제님. 내일 외과의사 만나 보면 좀 더 자세한 정보 나눌 수 있을 겁니다.

김문수

2006.03.30 12:58:36
*.91.55.174

유상님께서는 영적인분석력만 탁월하신게아니라
단순무식의 소중한믿음도 갖추신분이시군요.
그스승에 그제자답습니다.왕입니다요.

김웅년

2006.03.30 17:42:29
*.130.169.111

김유상 집사님, 안녕하세요. 엊그제 올리신 글을 보고 너무 놀랐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에 힘이 드시겠지만, 믿음의 용기로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모든 사람들이 이땅에 사는 동안 여러 모양으로 시련과 고난이 오지만 그것을 대하고 헤쳐나가는 모양은 다른 듯 합니다.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시는 집사님의 신실하심을 우리 주님은 늘 기억하시고 이 일을 통하여서도 그 분의 계획하심과 집사님을 향한 Shaping이 분명 있을 줄 믿습니다. 작은 힘이나마 기도로 그 일에 동참하기를 원합니다. 힘내시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소망을 사모하며 이겨내실 줄 믿습니다.

상혁

2006.03.30 18:44:36
*.104.236.203

언제나 진솔한 내용으로 감동을 주시는 유상집사님
기도로 동참하겠습니다.샬롬!

choseungil

2006.04.04 17:14:23
*.198.150.245

I am sorry that haear that. I am pretty sure that God always will be with you as yesterday , even tomorrow. My kids tell me " It is gonna be all right in jesus. He loves you all the time", when I've got a trouble.
How would we know god's will?I think I never know. ~_~ I will join with the pray for our brother in jesus. God bless you.
from michigan cho,seung il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3 귀대 신고 드립니다. [7] 김유상 2007-11-09 1798
72 맥도널드에서 당한 일 [5] 김유상 2007-02-02 2312
71 여러분을 뵙습니다 [7] 김유상 2007-01-28 1993
70 받은 복을 세어 보아라 [3] 김유상 2006-08-25 4089
69 착각 [2] 김유상 2006-08-14 2156
68 로빈 [5] 김유상 2006-08-09 2153
67 어제 음악회에서 하나님을 보았습니다. [3] 김유상 2006-07-22 2164
66 휴가 보고 김유상 2006-07-21 2116
65 참 난처합니다 [5] 김유상 2006-07-18 2110
64 치료 결과 김유상 2006-05-23 2093
63 다빈치 코드 유감 김유상 2006-05-23 2078
62 빚진 마음과 감사한 마음 [2] 김유상 2006-05-05 2071
61 하나님 자식 맞습니다, 맞고요 김유상 2006-04-19 1585
60 수술 경과 보고 [4] 김유상 2006-04-14 1739
59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2] 김유상 2006-04-11 1477
58 갑상선암과 기도 김유상 2006-04-07 1418
57 갑상선 제거수술 [4] 김유상 2006-04-02 1708
» 갑상선암 [8] 김유상 2006-03-29 1617
55 하나님의 편애 김유상 2006-03-22 1846
54 갑상선염과 기도응답 김유상 2006-03-22 1372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