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생일

조회 수 1266 추천 수 105 2006.03.01 05:45:47
지난 주일은 아내의 생일이었다. 작년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난 올해엔 아예 아내의 생일 한 달전에 골프채를 생일 선물로 안겼다. 그리고 하루 전인 토요일엔 Cerritos Performing Art Center에서 함께 롯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관람했다. 그것도 제일 앞자리 중앙에서. 아내는 미국에서 처음 본 오페라라면서 마냥 들떠했다. 그리고 그녀의 생일인 주일 저녁엔 그녀가 좋아하는 아구찜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것만으론 혹 부족한 듯하여 그녀에게 부탁을 했다. “여보, 내가 해주지 않은 것은 기억하지 말고 내가 해 준 것만 기억해 줘요.” 아내는 안해 준 게 무어냐고 물었다. 몰라서 묻는 것인지 알면서도 묻는 것인지; 하지만 내 입으로 안 해 준 걸 밝힐 것까진 없지 않은가. “응, 모르면 됐어. 알려고 애쓰지 말아요.”

아내에게 그렇게 말하고 나서 생각해 보니, 그것이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 비결의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남들이 내게 섭섭하게 한 것은 다 잊고 내게 잘 해 준 것만 기억한다면 그들을 보거나 떠올릴 때마다 기쁘고 흐뭇할 것이다. 내게 없는 것만 헤아리다 보면, 응답받지 못한 기도제목들만 쳐다 보면, 내게 있는 것들이 응답받은 기도제목들이 하찮게 여겨지고 그러다 보면 하나님이 고깝게 여겨지게 마련이고 그러면 그 삶은 지옥이다.  하지만 그 반대로 내게 있는 것들만 세고 응답받은 기도 제목들을 쳐다 보면 하나님께 대한 감사와 감격 그리고 사랑이 북받쳐 오르게 되고 그러면 그 삶은 천국이다.

2.28.2006

정순태

2006.03.01 07:02:24
*.152.78.29

근데, 이 글은 제 아내에겐 비밀입니다. 왜냐면, 전 형제님처럼 점수 딸 자신이 없으니까요.
한가지만으로도 대단할텐데 무려 몇가지씩이나 봉사를 하시다니.....
주위 분들에게 넘 부담을 주신 것은 아닌지, 반성이 필요할 듯도 합니다만???
암튼, 늦게나마 자매님의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김유상

2006.03.02 23:32:57
*.170.40.27

아내를 대신해 축하해 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제 글 중 "건망증"을 읽어 보시면, 이번 글이 굳이 형제님의 부인에게 비밀로 하실 글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제가 아내에게 얼마나 잘 해주었는지 자랑하고자 이 글을 쓴 것이 아니라 올해엔 실수없이 잘 넘어갔을까 궁금해 하시는 분들에게 보고(?)하고 안심시켜 드리고자 썼습니다. 참고로 전 아내에게 해주는 모든 것들을 제 노후대책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3 빌라도를 변호함 [1] 김유상 2006-03-16 1420
52 마켓에서 당한 봉변 [3] 김유상 2006-03-16 1313
51 한은경 자매를 변호함 [1] 김유상 2006-03-16 1324
50 부부의 비밀과 동정녀 마리아 김유상 2006-03-10 1541
49 하나님의 어머니? 김유상 2006-03-08 1257
48 복권 살 용기가 없는 남자 김유상 2006-03-03 1278
» 아내의 생일 [2] 김유상 2006-03-01 1266
46 쓰레기 줍기 김유상 2006-01-20 1307
45 나를 쥐어 짜면 김유상 2005-12-16 1159
44 봉사중독자 유창우 김유상 2005-12-16 1367
43 유학생 유창우의 선행 김유상 2005-12-09 1816
42 교회 밖으로 나갑시다 김유상 2005-12-08 1247
41 장례식을 다녀 와서 김유상 2005-12-07 1263
40 노바디에 대한 두려움 김유상 2005-11-22 1135
39 하루 김유상 2005-11-18 1501
38 도무지 납득이 안됩니다 김유상 2005-11-10 1282
37 지우는 게 아니라 죽이는 겁니다 [1] 김유상 2005-11-10 1167
36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김유상 2005-11-09 1224
35 말씀대로 살다 손해를 보면 김유상 2005-11-08 1142
34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김유상 2005-11-08 1417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