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월트 디즈니 뮤직 센터에서 개최된 한인 청소년 음악회에 갔었습니다. 세 개의  협주곡과 (바이올린, 피아노, 플룻) 한 개의 교향곡이 연주되었는데, 솔로 주자들의 연주도 좋았고 관현악단의 연주도 참 좋았습니다. 평소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고 또 연주회에도 자주 가는 편인데도 난생 처음으로 음악을 들으며 하나님을 보았습니다. 감동스런 연주를 들으며 우리에게 저런 음악을 선물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 그리고 경탄을 드린 적은 많으나 하나님을 보고 느낀 것은 처음입니다. 지금 생각하니 왜 진작에 하나님을 보지 못했는지 의아스럽습니다.

하나님은 때론 아주 세밀하고 부드럽게, 때론 웅장하고 장엄하게, 때론 무심한 듯이 때론 자상하게, 때론 격정적으로 때론 경쾌하고 장난기 있게, 그렇게 당신을 관현악단의 음률로 나타내 보이셨습니다. 모든 것이 한 데 어우러져 있는 완벽한 조화. 완벽한 균형. 지금 당장이라도 열두 영도 넘는 천군을 호령할 수 있는 권세가 있으심에도 그 권세를 쓰지 않으시고 조롱과 멸시와 핍박을 택하신 용기. 그  당당함, 그 절제, 그 힘, 그 사랑. 아담과 함께 정원을 거니시고 아브라함과 함께 뭇별을 보시고 모세와 함께 이스라엘 건국을 준비하셨으며 다윗의 찬송을 즐겨 들으신 하나님. 천지를 창조하시고 홍수로 온 지구를 물에 잠그시고 소돔과 고모라를 초토화시키시고 홍해를 가르시고 애굽에 열가지 재앙을 내리신 하나님. 그러면서도 과부와 고아를 돌보시고 우리들의 머리카락 수까지 다 세고 계시고 우리가 잘 때 우리를 지켜 주시고 우리의 가장 연약한 부분까지 다 알고 감싸 주시는 하나님. 끝내는 사람으로 우리에게 오셔서 당신의 사랑을 극명하게 보여 주신 하나님. 그 하나님을 저는 음악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마침 제 좌석이 관현악단을 옆에서 가까이 내려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에 단원들의 연주 모습을 유심히 지켜 볼 수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유독 눈에 띄었는데, 그들은 견습생인가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래동안 무릎 위에 손을 놓고 악보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이 되니 각각 플룻과 피콜로를 들고 참가를 했는데, 그것도 아주 잠깐일 뿐이었습니다. 그 짧은 몇 마디를 연주하기 위해 그 긴 시간을 긴장을 놓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고 보니 현악기 주자들과는 달리 대부분의 타악기 연주자들과 관악기 연주자들은 쉬고 있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실은 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저는 그들의 모습에서 졸지 않고 깨어 신랑을 기다리는 지혜로운 처녀들을 보았고 교회의 모습을 보았고 우리 개개인이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선 기막히게 아름다운 곡을 만들어 우리와 함께 그 곡을 연주하시고자 합니다. 곡을 지으신 이께서 친히 지휘까지 하십니다. 우리 각자는 그 분의 지시를 따르는 관현악단의 주자들입니다. 각자 맡은 악기가 다릅니다. 맡은 악기에 따라 쓰임의 회수가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합니다. 제가 연주할 음이 단 한 박자 뿐이라 하더라도 저는 그 음을 제때에 내기 전까진 딴짓을 할 수없습니다. 악보를 보면서, 지휘자를 보면서 제 순간을 주의깊게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다 제 차례가 오면 지휘자가 원하는 소리를 내주어야 합니다. 참 하찮게 여겨지는 역할이지만, 그때 제 박자에 바른 음을 내지 못하면 공들여 준비한 연주회를 망치게 됩니다. 하지만 제대로 잘 했을 때엔 드러나지 않고 그냥 묻혀 버립니다. 각자가 맡은 부분을 제대로 연주하기만 하면 그 연주는 청중에게 큰 감동을 주며, 작곡자이자 지휘자인 하나님께 영광의 박수가 드려집니다. 하나님께서는 단원들을 모두 일어서게 하여 그 영광을 나누어 주십니다. 단원들이 잘 해준 덕분이라는 거지요.

우리는 그런데 모세, 엘리야, 다윗, 바울과 같은 솔로이스트가 되고 싶어 합니다. 활약이 눈에 띄고 모두의 갈채를 받기를 원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그런데 어제 저는 깨달았습니다. 제가 바라고 간구할 것은 하나님께서 제게 연주하라고 맡겨 주신 음을 제때에 제대로 낼 수 있게끔 항상 준비하는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설령 그것이 아주 짧은 8분 음표 하나일지라도.

7. 21.2006

정순태

2006.07.22 13:48:36
*.152.78.29

오랜만에 형제님의 신령한 글을 읽습니다!
귀한 깨우침을 나누어 갑니다.
어느 누구인들 솔로이스트가 되고 싶어하지 않겠습니까만,
형제님께서 8분 음표 하신다니까
저는 단지 16분 음표나 32분 음표 만이라도 감당할 수 있는 믿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샬롬.

상혁

2006.07.22 18:38:08
*.105.216.200

역시 우리의 유상님이십니다.
유상님 홧팅!!!!!

박명순

2006.09.19 02:59:39
*.143.167.194

그렇군요. 생애 단 한 번, 아니 한 순간만이라도 하나님께서 지휘하시는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쓰임 받는다면.. 귀한 글 가슴에 담고 갑니다. 임마누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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