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들, 아니 예수쟁이들을 향한 세인들의 불만 중 하나가 예수쟁이들은 자신들의 종교를 타인에게 강요하려 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기독교만이 참된 종교라는 독선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 얘기할 것없이, 예전의 내가 그랬다. 스스로를 천주교인으로 알고 또 알리고 있던 시절이었는데, 교회 다니는 사람들의 극성스런 전도가 통 못마땅했다. 아니 좋으면 저 혼자 좋아서 믿을 일이지 왜 굳이 싫다는 남까지 예수쟁이로 못만들어 안달인가. 예수를 믿어도 조용히 믿을 일이지. 각자가 어련히 알아서 잘 믿을 텐데 굳이 예수만 믿어야 한다니.

그때는 내가 예수를 하나님을 제대로 모르면서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 때였다. 한 번도 성경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었으며, 읽은 귀절도 건성으로 읽었을 뿐 그 의미를 상고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 그 예수쟁이들이 왜 그렇게 예수를 믿어라고 침을 튀기고 다니는지 알 도리가 없었고 또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그들을 "광신자"라는 편리한 이름으로 싸잡는 것으로 그만이었다.

그랬던 내가 나이 사십이 넘어 마침내 눈에 비늘이 벗겨지자 비로소 왜 그들이 그래야만 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수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나도 그들처럼 아직 예수를 믿지 않는 자들에게 강요를 해서라도 그들을 교회로 예수님께로 이끌어야 하지 않을까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

왜 기독교인들은--특히 성당이 아니라 교회에 다니는 "예수쟁이"라 불리는 개신교도들은 예수 믿어라고 교회 나오라고 친구를 이웃을 생판 남을 못살게 구는가? 그것은 전혀 남에 대한 배려라곤 없는, 저만 잘났다 여기는, 이기적인 작태가 아닌가?

예전에 내가 불교에 잠시 심취했을 때 불교의 보살에 대해 읽은 기억이 있다. 우리가 집사님 하고 부르듯 불교에선 보살님 하고 부르는데, 이 보살의 뜻이 무언고 하면, 정진수도 끝에 드디어 도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발견한 사람이 그 문으로 들어가 버리지 않고 (그렇게 되면 부처가 된다 한다) 속세로 돌아와 다른 사람들에게 그 길을 알려주는 사람이란다. 그 설명에 난 상당히 감동되었더랬다. 얼마나 애타심이 많은 사람인가!

바로 그런 마음에서이다, 우리 예수쟁이들이 세상 사람들을 귀찮게 구는 것은. 그들이 부처를 믿든 알라를 믿든 귀신을 믿든 무슨 상관이냐며 내버려 두지 못하는 까닭은,  모두가 찾아 헤매는 그 길을, 진리를, 생명을 우리는 찾았기 때문이다. 그 길과 진리와 생명인 예수 속에 있는 사랑의 힘이 우리로 하여금 그들을 찾아 가서 그들에게도 알려 주지 않으면 안되게끔 우리를 강권하기 때문이다.  모른 체하기엔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기 때문이다.

행여라도 우리가 잘난 척한다 싶고 유별나게 군다 싶은가? 너무 우리 것만 챙긴다 싶은가? 아니다. 결코 그게 아니다. 우리가 너무나 못난 것을 잘 알기에, 이렇게 못난 우리도 알고 있는 뻔한 진리를 잘난 그들이 모르고 있는 것이 하도 답답해서 그러는 것이다. 우리만 은혜받고 모른 척 입닦을 수 없기에 그러는 것이다. 강요는 말자면서도, 혹시 그런 미온적인 태도가 그들을 향한 애정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 요즈음이다.

8.26.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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