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천

조회 수 557 추천 수 31 2013.05.08 00:01:04
개신교인들은 교인 중 누군가가 죽었을 때 “소천(召天)했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말은 어법에 맞지 않는, 개신교인들만이 사용하는 엉터리 말입니다. 그 말을 하늘로 불림을 받았다는 뜻으로 씁니다만, 한문을 살펴 보면 그럴 수 없음이 분명해집니다.

召天의 召는 동사로 쓰일 때는 부르다, 초래하다, 청하다는 뜻을 지닌 타동사입니다. 명사로 쓰이면 "조"로 읽고 대추 혹은 지명을 뜻합니다. 天은 익히 아시다시피 하늘이란 뜻입니다. 그러니까 소천이라고 하면 하늘을 청한다는 말이 됩니다. 하늘을 부른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잘 알 수 없으나 굳이 통역하라면, 하늘이여 오시옵소서, 영어로 Thy kingdom come이라고 우겨볼 수 있을런지요.

죽었다는 표현이 너무 직접적이고 속된 것 같아서 싫다면, 돌아갔다는 아주 좋은 표현이 있습니다. 돌아 갔다, 이 얼마나 성경적인 좋은 표현입니까? 모씨가 모년 모월 모시에 하나님 아버지 품으로 돌아 갔(가셨)습니다. 언문은 못 배운 사람들이 쓰는 글이라 굳이 한문으로 표현해야겠다면 별세(別世)란 말도 있습니다. 이 또한 좋은 표현입니다. 이 세상과의 이별이란 뜻이니까요. 하지만 더 좋은 한자말은 귀천(歸天)입니다. 돌아갈 귀에 하늘 천, 하늘로 돌아 간다는 말로서 이 또한 성경적입니다. 이 말은 별세보다는 덜 통용되는 듯하나 어쩐지 불교나 도교 쪽 냄새가 풍기는 것이 흠입니다.

순수한 우리말로 "돌아 갔다"는 표현과 한자어로 "별세"나 "귀천"이란 좋은 표현들이 있음에도, 그리고 그것이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개신교도들은 어법에 맞지도 않는 말을 만들어 자기들끼리만 쓰면서 조롱을 당하고 위화감을 주는지요? 설마 그것이 거룩하라는 명령을 지키기 위함은 아니겠지요? 다른 것은 거의 다 세상 사람들 좇아 살면서, 죽었다는 말만은 왜 세상 사람들과 달리 표현해야 하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소천”이란 엉터리 말을 버리고 “돌아 갔다”는 좋은 우리말을 썼으면 합니다.

2013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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