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고백 2

조회 수 1234 추천 수 120 2005.05.18 23:51:09
가진 것이 많지 않았을 때엔 헌신이 쉬웠습니다. 제 모든 것 다 드리겠다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했습니다. 없는 돈 쪼개어 가난한 이웃과 나누었고, 보잘것 없는 아파트, 누구든 들어와 쉴 수 있게 현관문을 잠그지 않고 출근을 했습니다. 제가 가진 모든 것 실은 하나님 것이고 난 단지 관리하고 있을 뿐이므로 하나님께서 누구와 나누어 쓰라시면 싫든 좋든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길바닥에 나앉아도 성경책만 있으면 족하다 했고, 그곳이 아무리 누추하다 해도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면 천국이라 고백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가라시면 세상 끝 어디라도 가겠노라 비장한 눈물을 뿌렸습니다.

그런데, 가진 것이 많아지면서, 생활이 편해지면서, 헌신이 힘들어집니다. 늘 쓰고 입던 찌그러진 냄비와 헤어진 옷은 아깝지 않게 주었는데, 어쩌다 한 번 쓰고 입는 고급 새 냄비와 모직 양복은 꼭꼭 숨겨 놓습니다. 살고 있는 개인주택은 집근처 마켓 잠깐 갔다 올 동안도 현관문 꼭꼭 걸어 잠그는 것으로도 부족해 알람까지 켜둡니다. 제가 가진 모든 것 하나님 것이지만 다른 사람 아닌 나와 내 가족 쓰라고 주신 거라 생각하고 삽니다. 길바닥 나앉을 수도 있다는 생각 전혀 하지 않으며 백만불짜리 친구 집을 부러워 합니다. 더 이상 놀 힘도 없고 수입도 없고 할 일도 없어지면 그때 선교로 여생을 바치리라 맘먹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처음부터 잘못된 믿음이었을까요? 예전엔 하늘에 속한 신령한 복을 더 사모한다 했었는데 실은 사모할 이 땅의 복이 주어져 있지 않았기에 그랬던 것 뿐이었을까요? 진정한 믿음이었다면, 제게 복을 주실수록 하나님을 더 경외해야 하는 것 아닌지요?

이럴까봐 두려웠던 겁니다. 그래서 일용할 양식만을 주십사고 했던건데. 이 정도의 부도 편안함도 처리하지 못하는 제 믿음이 심히 부끄럽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173 정작 부끄러워 해야 할 것 김유상 2005-05-18 1408
172 제 믿음의 수준 김유상 2005-05-18 1318
171 누가 우리의 주적인가? 김유상 2005-05-18 1341
170 누구를 위한 섬김인가? 김유상 2005-05-18 1449
169 하나님이 택하신 사람 김유상 2005-05-18 1356
168 쓰임받기 원합니까? [1] 김유상 2005-05-18 1336
167 부끄러운 고백 1 김유상 2005-05-18 1305
166 How to Listen to God? 김유상 2005-05-18 1273
» 부끄러운 고백 2 김유상 2005-05-18 1234
164 공정하신 하나님 김유상 2005-05-18 1353
163 하나님의 관심사와 우리의 관심사 김유상 2005-05-18 1552
162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김유상 2005-05-18 1832
161 나무와 열매 김유상 2005-05-18 1752
160 하나님과 흥정하는 신앙 김유상 2005-05-18 1606
159 인사 말씀 김유상 2005-06-06 1367
158 나를 살려 두시는 까닭 김유상 2005-06-07 1714
157 Bill 김유상 2005-06-14 1464
156 기독교 변론 1: 기독교는 왜 배타적인가? 김유상 2005-06-21 1468
155 영의 사람과 육의 사람 김유상 2005-07-11 1451
154 점을 뺄까요? [1] 김유상 2005-07-11 1446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