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7월, 저희 가족은 서울에서 영국 브래드포드를 향하여 출발했습니다. 마지막 주일날 서울 광염교회에서는 저희 부부에게 평신도 선교사 파송식을 베풀어 주었습니다. 목사님의 격려와 성도들의 환송 속에서 저희는 회사에서 마련해 준 2년간의 영국 유학길을 떠난 것이었습니다. 1년차인 브래드포드 대학에서의 MBA 학업은 엄청 어려웠습니다. 저는 아시아권 학생 대표까지 맡은 데다가, 13개월 커리큘럼 중 첫9개월 동안 25과목의 크레딧을 이수해야 했습니다. 매과목 마다 시험과 세미나가 기본이었고, 논문 때는 산학 협동 프로젝트를 하느라 비지땀을 흘렸습니다. 고3때와 꼭 같다고 할까요? 늘상 잠자는 시간도 모자를 지경이어서, 주일날 남쪽에 있는 셰필드 한인교회를 출석하는 것 말고는 달리 무엇을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2년차인 커벤트리의 워릭 대학 전산학 석사 과정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습니다. 1996년 8월 브래드포드에서 코벤트리로 이사오자, 저희는 바로 출석 가능한 교회를 찾아 보았습니다. 코벤트리에는 한인교회가 없었고, 1시간 인근의 버밍햄 한인교회는 목회자들 간에 자유주의와 보수주의 대결구도로 어수선한 분위기였으며, 이전에 다니던 셰필드 한인교회는 3시간 거리여서, 교회 다니기가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같이 파견된 신집사님의 소개로 옥스포드 한인교회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코벤트리는 옥스포드 교회의 한 구역(워릭 구역)이었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그곳 목사님이 올라 오셔서 구역 예배를 드렸다고 합니다. 사실 워릭구역은 옥스포드 방인성 목사님이 개척하셨고 공을 들인 곳이라고 합니다. 제가 왔을 때는 방목사님이 떠나시고 화종부 목사님이 새로이 담임으로 오신 시점이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몇 주를 신집사님과 박집사님 등 다른 가족들과 함께 옥스포드 한인교회를 출석하게 되었습니다. 코벤트리에서 옥스포드까지도 2시간 정도 드라이브해야 하는 가깝지 않은 거리였습니다.

9월의 어느날, 코벤트리 한인 학생 연합회 모임에 나간 저는 한인 학생들의 숫자에 놀랐습니다. 워릭 대학과 코벤트리 대학이 각각 두 개나 있어서 그런지, 파악된 한인 학생 숫자만 100명 가까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코벤트리에 거주하는 한인 교포 분들도 차츰 알게 되면서, 문득 코벤트리에도 한인교회가 하나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생각을 가까운 코벤트리 식구인 신집사님, 박집사님, 그리고 멀리 있지만 이전부터 친밀하게 지냈던 강집사님과 나누었습니다. 다들 좋은 생각이라고 찬성하면서 같이 기도하자고 했습니다.

이것이 기화가 되어 저희는 소그룹으로 모임을 갖고 매주 성경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옥스포드 교회의 화종부 목사님과도 저희 작은 꿈을 나누었습니다. 지난 1년간을 출석했던 셰필드 교회의 목사님들 및 성도님들과 제 영적 멘토였던 버밍햄의 김창옥 선교사에게도 기도 지원을 요청드렸습니다. 저희 부부를 파송해 주었던 광염교회의 기도가 또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성경공부 소그룹모임도 조금씩 숫자가 늘어 갔습니다. 멀리 있는 강집사님도 기꺼이 모임에 참여하면서 열기가 뜨거워 갔습니다. 다들 기도 중에 코벤트리 한인교회 설립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확신이 왔습니다. 제일 든든한 후원자는 옥스포드의 화목사님이셨습니다. 기꺼이 이 일을 도우시며 제일 관건이 되는 목회자 선정에 발벗고 나서 주셨습니다. 그 사이 저와 다른 집사님들은 한인 학생회 명단을 중심으로 전도 활동을 하기에 바빴습니다.

그러던 중 셰필드에 계시는 이진우 목사님께서 코벤트리 한인교회를 섬기겠다고 연락 주셨습니다. 목사님의 개인적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저로서는 감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당분간 셰필드에서 3시간 차로 내려와야 하는 불편함과 곧 끝나는 학업 수료 직후에는 서울 봉천동의 본교회 목회지로 복귀해야 할 상황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작은 코벤트리 식구들을 위해 헌신하시겠다는 결단이었습니다. 아, 좋으신 주님.. 저희로서는 주님의 예비하심으로 알고 그저 감사함으로 고맙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10월 한 달은 예배 처소를 찾는데 온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처음엔 인근의 아무 교회당이나 들어가 부탁하면 되겠거니 하고 시작을 했습니다만, 그게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성공회 교회가 많았는데, 의외로 이분들은 상당히 까다로왔습니다. 승인 절차도 복잡하고 관련 당사자들도 한 두명이 아니고 요구하는 자료도 많아 쉽사리 한인교회를 받아 들이는 교회당이 없었습니다. 여기저기 가능한 모든 교회당을 두루 다니면서 그곳 교회 관계자들을 만나다 보면 한 주가 금새 지나가곤 했습니다.

10개 이상의 교회를 거치면서 마음과 몸도 많이 지쳐 있었던 11월 초순의 어느 날.. 시내에서 서북 쪽에 위치한 홀리헤드 로드의 도로 인접 선상에 근사한 교회당 하나가 제 눈에 들어 왔습니다. 한눈에 보아도 현대식 건축 공법으로 지어진 둥근 돔 형태의 교회당이었습니다. 기존에 많이 보아왔던 낡은 성공회 교회당 건물이 아니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제 마음 속에 아, 저거다! 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정말이지 여호와 이레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주님의 선물이었습니다. ‘Holyhead Church’ 라는 개신교 교회당이었습니다. 바로 교회당을 찾아가서 첫번째 만난 분은 교회의 행정을 총괄하시는 빌 장로였습니다. 빌 장로님은 제 말을 쭉 듣더니만 바로 그 자리에서 오케이 승낙을 해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할렐루야! 단, 곧 있을 당회에서 정식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니까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는 말씀을 주었습니다.

감격적인 첫 예배는 11월 24일 이진우 담임 목사님 주재로 신집사님 집에서 드려졌습니다. 20명 남짓한 적은 인원이었지만, 주님의 임재가 느껴지는 가슴 벅찬 예배였습니다. 그 다음 주일인 12월 1일 오후, 코벤트리 한인교회 창립예배가 홀리헤드 교회당에서 드려졌습니다. 기억을 돌이켜 보면, 이진우 목사님의 사회로 제가 대표 기도를 드렸고 화종부 목사님께서 설교를 해 주셨던 것 같습니다. 코벤트리에서 뿐만 아니라 옥스포드, 셰필드, 버밍햄, 캠브리지, 런던 등지의 한인 분들과 영국교회의 빌 장로님 등이 참석하셔서 축하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코벤트리 한인교회는 탄생되었습니다. 이듬해 97년 10월까지 저희 가족은 코벤트리에서 기쁨과 감격 속에서 코벤트리 한인교회를 섬겼습니다.

그 해 코벤트리 홀리헤드의 겨울은 따스했습니다.
아니, 그것은 코벤트리의 봄날이었습니다.
코벤트리 한인 식구들의 가슴도 따뜻했습니다.
모든 것이 주님의 선하신 인도하심 때문이었습니다.
그 해도 코벤트리에는 어김없이 눈도 오고
영하의 기온으로 내려간 날이 많았지만,
홀리헤드는 주님께서 임하신 곳이기 때문이었습니다.
Oh, Holyhead! 오 거룩하신 주님!
교회의 머리되신 주님께서 또 하나의 교회를 세우셨습니다.
그 영광된 주님의 사역에 부족한 저희들을 써 주심에
주님의 발 앞에 엎드려 감사, 감격합니다.
주님의 피값으로 사신 바된 그 교회는 아직도 왕성합니다.
오늘날의 코벤트리 한인교회 소개는 아래와 같이 이어집니다.
( Source: http://coventrychurch.org.uk )
*

현재의 코벤트리 한인교회(Coventry Korean Church)는 코벤트리 Holyhead Road에 위치하고 있으며, 1996년 12월 첫 주일 창립 이래 지금까지 영국 교회를 빌려 정기적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특히 2008년도가 12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로써 3H "Holy, Harmony, Happy Community" "거룩하고 조화롭고 행복한 공동체"라는 비전 아래 효과적으로 한국인 교포들과 유학생 선교를 위하여 세워진 교회로써 주님의 지상 명령에 관심을 쏟는 교회입니다.

코벤트리 한인교회는 이곳에서 신앙인과 비 신앙인을 포함한 전체 한인사회의 중심적 역할을 감당하여 한인 기독 공동체를 통해 영국 교회와 협력하며, 제 3 세계 인종과 영국 교회가 주님께 다시 돌아 오도록 매월 한 차례씩 복음 선포와 세계 선교를 지향하고 있는 건강한 교회입니다.

코벤트리 한인교회는 파견 근무와 학업, 여러 목적으로 찾는 한인 가정들과 유학과 어학 연수를 목적으로 온 많은 젊은이들이 코벤트리 한인교회와 성도들의 헌신적인 도움을 통해 초기 정착에 관심을 쏟습니다. 코벤트리 한인교회는 이곳에 온 많은 분들이 같은 핏줄과 문화를 가진 신앙 공동체 안에서 건전한 교제를 통해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며 한국 교회의 특유의 열정으로 이 영국에서도 거룩한 백성의 삶을 살수 있도록 돕습니다.

특별히 학문이나 기타 다른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 분들이 이곳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인생에서 가장 귀한 것을 새로운 삶을 향해 출발 할 수 있도록 돕는 교회입니다. 또한 이곳에서는 자동차 디자인으로 유명한 Coventry University와 비지니스, 정치학, 교육학 기타 여러 학문으로 명성이 높은 영국 내 최우수 대학 중 하나인 Warwick University가 위치하고 있으며, 많은 젊은 한인 학생들을 포함한 유학생들이 있습니다.

코벤트리 한인교회는 이들의 유학생활이 지식적, 인격적 성숙과 성공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주님 안에서 돕고 이들을 전도하고, 양육하며, 선교사의 비전을 품고 재 파송 받으므로써 한국과 온 세계 각계 각층에서 그리스도인 다움으로 살아가도록 성장 시키며 또한 한국사회와 세계를 변화시키는 꿈과 비전을 품고 나가도록 젊은이들을 위한 사역에 관심을 기우리고 있는 교회입니다.

앞으로 코벤트리 한인교회는 유럽을 품고 주님이 중심이 되는 교회, 말씀이 법이 되는 교회, 말씀의 능력을 경험하고 나타내는 교회로 든든히 서 갈 것이며, 앞으로 현지 교회 및 한인교회들을 섬기며 적지않은 영향력을 끼쳐 갈 것입니다.



(6/29일 후기)
간증글을 쓰면서 1996년 12월 코벤트리의 겨울을 생각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아도 그 겨울은 따스했다는 기억밖에 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에게 그해 겨울은 봄날과 같았습니다. 그리고 가물가물했던 추억들의 잔상이 새록새록 제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코벤트리 한인교회 싸이트에도 들어가 보았고, 여전히 교회가 왕성하게 활동 중임을 보았습니다. 이전에 간간히 들리는 소식으로는 교회가 양적으로 부흥하여 100여명 가까운 인원이 출석한다고도 했습니다. 작년 10월 부임하신 오원식 담임 목사님을 중심으로 새로운 영적 부흥의 재도약이 이루어지기를 소원합니다.

제 간증글에서 보시듯이 목회자는 실명을 밝혀도 평신도는 개인 프라이버시 때문에 조심스러워 이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오늘 아침, 코벤트리 한인교회 창립의 주역들인 그 이름들을 하나하나 부르며 눈물로 기도하게 하셨습니다. 그리운 이름들과 오랜만에 떠오른 얼굴들.. 지금 어디에 계시든 그 시절 주셨던 그 은혜와 감격을 생각하면 주님 안에서 못 이룰 것이 없겠지요?^^ 신동훈님, 박동석님, 강규범님, 박경란님, 전용태님, 이용민님, 류정현님, 조세연님, 신용민님, 허남현님, 배규식님, 김민수님, 피터님, 그외 코벤트리 교회의 모든 식구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을 드립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 [십자가 묵상] 어.그..러...짐.... [6] 이선우 2010-07-18 973
18 [웨이브6기 간증] 3부: 주님의 눈물 [6] 이선우 2010-07-16 1374
17 [내 신앙의 3법칙①] 바라봄의 법칙 [5] 이선우 2010-07-13 2808
16 [QT간증: 요4장] 예배- 물에서 영으로, 남편에서 진리로 [3] 이선우 2010-07-11 1063
15 [웨이브6기 간증] 2부: 롬폭의 눈물 [6] 이선우 2010-07-08 1131
14 [웨이브6기 간증] 1부: 주님의 웃음 [4] 이선우 2010-07-04 898
13 [웨이브7기 간증] 1부: 기도문- 한마음을 향하여.. [8] 이선우 2010-07-02 888
12 [생활단상] 아내를 향한 나의 고백 [6] 이선우 2010-07-01 1006
» [웨이브5기 간증] 코벤트리 홀리헤드의 봄 [6] 이선우 2010-06-29 1675
10 [QT삼하9장] 므비보셋이 누린 축복 2.0 [3] 이선우 2010-06-23 2475
9 [웨이브4기 간증] 3부: 마음의 죽음 [5] 이선우 2010-06-17 950
8 [웨이브4기 간증] 2부: 너도 다윗처럼 춤출 수 있느냐? [2] 이선우 2010-06-13 885
7 [웨이브4기 간증] 1부: 너는 내 것이라 [2292] 이선우 2010-06-12 12219
6 [웨이브3기 간증] 그대는 브리스가, 나는 아굴라 [4] 이선우 2010-06-03 863
5 [또 에스겔37장] 생기의 말씀이여.. [2] 이선우 2010-05-30 958
4 [웨이브2기 간증] 광야의 놋뱀을 보라 [5] 이선우 2010-05-29 970
3 [QT겔37장] 마른 뼈들이 말씀을 만날 때 [1] 이선우 2010-05-27 1738
2 [웨이브1기 간증] 방언을 너무 세게 받은 아이 [7] 이선우 2010-05-22 1176
1 [첫인사] 웨이브 인생을 열며 [10] 이선우 2010-05-17 1001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