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줍기

조회 수 1309 추천 수 111 2006.01.20 04:15:54
길거리나 골프장 또는 교회 주차장 등, 공공장소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볼 때마다 난 맘이 좋지 않다. 아니 화가 난다. 주위에 쓰레기통이 있을 땐 더욱 그렇다. 맘 속으로 쓰레기를 버린 사람들에게 욕을 해대며 그들의 뒷치닥꺼리를 한다.

난 그런 내 자신을 꽤 교양있고 괜찮은 사람이라 여겨 왔다. 그런데 그런 나의 우쭐함이 내가 출석하는 교회의 한 권사님 때문에 납작해졌다.

그 분은 나와 함께 성가대에서 봉사하고 계신데, 가장 빨리 오셔서 교회 건물 주변을 돌면서 떨어져 있는 휴지며 쓰레기를 치우신다. 아마도 그 일 때문에 정해진 시각보다 더 빨리 나오시는 듯하다. 나는 내 가는 길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는 치우지만 다른 사람이 지나는 길에 있는 쓰레기엔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 권사님께선 교회 건물 주변을 마치 산책이라도 하듯 여유있게 돌면서 여기 저기 숨어 있는 쓰레기까지 치우시는 거였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난 죄송한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가 어느 주일 아침, 난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그 권사님의 표정이 무척 즐거워 보인다는 거였다. 마치 콧노래라도 흥얼거리는 듯한 (어쩌면 그날의 찬양곡을 연습하고 계신지도) 그런 평온한 모습이 내게 생각을 강요했다. 아니 무엇이 저리도 즐거울까? 난 쓰레기 치울 때마다 온갖 욕을 다하는데.

문득 히브리서 말씀이 떠올랐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 (히11:1) 나의 시선과 마음이 눈앞에 있는 쓰레기에 고정되어 있었음에 비해 그 권사님의 시선과 마음은 이미 그 쓰레기가 치워지고 난 뒤의 깨끗함에 가 있기에 그렇게 즐겁고 평온한 표정이 아닐까?

그날 이후 난 더 이상 남이 버린 쓰레기를 치운다는 사실로 우쭐해 하지 않는다. 그리고 쓰레기를 버린 사람들에게 화를 내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치우려고 노력한다. 그 권사님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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