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033 추천 수 58 2008.04.25 00:15:04
간 밤에

비 바람이 몹시도 불었었지

휘이이~ 휘이이~

덜커덩 거리는 창문소리에

닫힌 창문을 열어 보려고 그렇게 울고있는 빗물 소리에

뒤척 거리다가

어두운 천장을 멀뚱거리며 보았지

생각해봐

어떻게 잠이 오겠나

정신은 더욱 또렸해졌지

그 밤에

골목길과 담장너머로

바위 틈 언저리에

온 밤을 투쟁하는 식물들이 있었네

아우성을 쳤었네

무자비한 바람에

연약한 꽃잎이 후두두둑

그렇게 떨어졌다네

안간힘을 썼겠지

버텨보려 했겠지

얼마나 야속했을까

이놈의 미친 바람아

피도 눈물도 없는 거친 바람아

그렇게 사정없이 불 것이 무엇이냐

자지러지듯이 흔들거리며

처절하게 울고 있는

가녀린 나무가 보이지도 않더냐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이

금방이라도 쓰러질듯이 몸서리치는

저 들풀들이 안보이더냐

그 밤은 그렇게도

무서운 밤이었지

긴 밤을 뒤척 거리다가

아침을 맞았네

기지개 한번 실컷 하고서

눈가에 맺힌 눈물 한 방울 찍어내고서

창 문을 조심스럽게

그렇게 살짝 열었지

아~

길 바닥에 어지러이 나뒹굴러서

여기 저기 쓰러져 있는 슬픈 꽃잎들이여

그렇게 그렇게 숨을 거두었다네

생기를 잃어버린

그 떨어진 꽂잎들이

사람들의 발길에 밟혀가고 있었네

그렇게도 그 밤은 몸서리칠 밤이었지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저기

저것 좀 보소

파릇 하게 솟아나는 저것좀 보소

울긋 불긋 활짝 핀

저 이쁜 꽂좀 보게나

얼마나 아름답고

얼마나 기특한고

간 밤에 다 떨어진줄 알았는데

다 떨어진 것이 아니었네

떨어진 꽂잎들이야

자기 몫을 다 한게지

최선을 다 했으니까

그럼에도

저것 좀 보소

들풀인줄 알았었지

그저 무심히 지나갔었지

그저 그 자리에 고정되어서

길가와 이정표인줄만 알았었지

그 들풀 사이 사이로

하양 꽃 분홍 꽃

그렇게 활짝 미소짓고 있구나

너 그렇게도 그 밤에

모두가 눈 감고 있을 그 밤에

아무도 몰래 만개 하였었구나

그렇게 비 바람과

힘겹게 싸웠었구나

비록 잠시 피었다가

또 다시 떨어질 꽃이지만은

지금 너는 너무나 예쁘구나

지금 너는 너무 너무나 아름답구나

무엇과도 비교할 수없을

그렇게도 설래이는 꽃이었구나

그래 너는 꽃이었구나

볼 수록 예쁜 꽃이었구나

그 밤을 그렇게

견디었구나

꽃이 되기가

그래야만 했었구나




2008-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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