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새인의 외출

조회 수 601 추천 수 15 2011.09.14 03:19:19
거꾸로 읽는 성경의 '철저하게 형식을 지키신 예수님'이란 말씀을 읽었습니다.  진종일 그 말씀이 떠올라 일을 하며  곰곰이 되새기고 있었습니다.  문득 예화에 나오는 물고기가 바로 내가 아니였나 싶은 생각이 들며 한 마리의 물고기가 되어 그간 신앙생활하였던 나의 모습으로 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돈 많은 부자가 물고기를 데려다가 절대로 물엔 들어갈 수 없는 그런 이상한 물고기를 만들었습니다. 그 이상한 물고기를 자기의 소유로 삼고 산책할 때나 서재에서나 늘 곁에 두었습니다.  행여 누가 빼앗아 갈세라 한눈 한번 팔지 않고 지켜보며 만족감에 젖어 바라보고 또 바라보던 그 희한한 물고기를 어느날  호젓한 호숫가를  거닐다 그만 주인의 실수로  물 속에 풍더덩 빠뜨려 버리고 말았습니다.

오래도록 교회는 다녔으나 신앙생활은 이런 것이야 하며 가르침 받은대로 종교행위에 열심을 내었던 저는 바리새인( 마귀에게 잘 길 들여진 물고기)이였습니다.  부자주인인 마귀의 부주의로 호숫가에 풍더덩 빠져버린 물고기는 그 곳에서 편안히 숨을 쉴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너무도 신기하였습니다.  물에 빠지면 죽는 줄로만 알았는데 살아 있음이 놀라웠던 것입니다.  그 호수에는 물고기를 너무나 사랑하시는 예수님이 계셨습니다.  주님은 물고기를 보자 얼싸 안아 주시며 잘 왔다며 다독거려 주시는 것입니다.  수영방법이며 숨을 쉬는 방법 그리고 노래하는 방법도 차근히 가르쳐 주셨습니다.  나름 열심히 흉내도 내고 따라 부르기도 하며 사랑하는 분과 함께 거하는 가슴벅찬 시간의 추억들을 만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만 옛 주인의 음성이 들리는 것입니다.  습관처럼  뭍으로 튀어 올라가버리고 마는 그 물고기.. 그 물고기는 말씀으로 은혜받곤 감격으로 어쩔 줄을 모르다가도 이미 익숙해진 종교행위와 굳어져버린 생각들 또 습성들로 인해 어느사이 바리새인(바리새어)이 되어버리는 영락없는 저의 모습이였습니다.

자존심이 강한 아이로 자라나 신앙생활에서도 자존심 지키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저입니다.  때문에 환난 중 이 곳에 와서 저의 처절한 삶의 모습을 고백하긴 너무도 부끄럽고 싫었습니다.  말씀으로 받은 바 은혜는 참 많지만 그 은혜를 표현하자니 저의 삶이 드러나야 하기에.. 결국 알량한 자존심의 보자기로 하나님의 은혜를  덮어 버리고 말은 것이지요.  하나님 앞에서 자존심 내 세우며 버티고 버티었던 시간들,  기도하다가 영 맘이 불편하면 자존심 구겨지지 않을 정도로 조금만 고백하고 또 은혜받은 것 조금 나누고... 그 조금의 고백 속에는 이런 상황에서도 나는 믿음으로 잘 견딘다라 자랑하고픈 욕심을 잔뜩 구겨 넣고서는  신앙자랑으로나마 고백의 부끄러움을 억지로 잊으려 했습니다.  

또 한편 힘 들어했던 부분은 혹여나 누군가가 나를 동정하면 어쩌나,  아니면 내가 동정을 구하려고 이런 어려움을 호소한다라 여기면 어쩌나,  이런 저런 생각들이 저의 자존심을 더욱 움켜쥐게 하였던 것입니다.  절대로 빼앗길 수 없는 자존심,  아무리 거지모양으로 살아가지만 마음까지도 거지로 보일 수는 없다라는 그 긴장감으로 온 몸과 맘이 온통 예민함으로 무장되어 있었지요.  혹시 나를 그렇게 바라 보며 질책하는 말씀들은 없는지,  누군가가 나를 그런 눈길로 바라보고 있진 않은지... 노이로제 걸린 사람처럼 점점 저의 증세는 심각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저의 모습으로  인해 울 목사님의 흰 머리가 한 웅큼은 더 생기셨을 것입니다.   따지고,  삐치고.. 글도 올렸다 내렸다... 탈퇴했다가 또 가입하고...

내적치유는 정말 신기하게 다가왔습니다.  어느날인가 문듣  왜 이리도 자존심이 부숴지지 않는 것일까?  이 정도의 신앙인이 어떻게 말씀으로 은혜받는다는 표현조차 할 수가 있을까?  그렇지만 사실 나의 맘은 거지가 아닌데 나의 맘까지도 거지로 보는 사람들은 나쁘지 않은가?  이런 생각들로 맘이 무너져 내리고 머리는 어지러울 지경이였습니다.  그 때 느닷없이 한 장면이 펼쳐지지 시작했습니다. 저의 어린시절이...  딸 부잣집의 막내딸로 태어나  멀찌감치 이불로 덮어놓고 죽기를 기다렸다는 출생이야기,  남동생과 오빠 사이에서 늘 양보함이 너무나 당연한 삶이였고 이왕 양보하려면 얼른 포기하여 착하다는  칭찬이라도 한 마디 듣는 것이 훨씬 지혜로운  방법임을 체득하게 되었고,  아무리 아파도 아프다 이야기 하면 왠지 참 미안한 생각이 들어 아픔을 잘 참는 아이로 그냥 자라게 되었던 사연들,  여섯살 어느 여름날 시장 길을 홀로 걷다가 세탁소 앞에 내다놓은 난로에 다리가 온통 데어서 살이 부글 부글 끓어 올라 아파 어쩔 줄을 모르겠는데 그 아픔 보다는 엄마에게 꾸중 듣기 싫어 치마로 다리를 가리고 살짝 방에 들어가 혼자 고통스러워 울다가 울다가 지쳐 잠이 들었던 순간들...  아직도 커다란 화상 자욱으로 남겨져 있는 다리를 볼 때 그저 잘 참는 성격이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성장과정에 형성된  성품이였으며  성품에서  비롯된 자존심이였음을 성령님이 하나 하나 가르쳐 주시는 것이였습니다.  몇날을 얼마나 얼마나 통곡을 하며 울었던지요.  저의 출생부터 자라온 환경으로 형성된 자아가 이처럼 모난 성격이 되어버렸고 자존심이 너무도 강한, 그래서 남들에게 그 어떤  질책도 받을 수 없는 성격이 되어버린 저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한번도 저의 성장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은 생각도 해보지 못했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성령님은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게  하나 하나 조명해 주시는 것이였습니다.  조명해 주실 때 마다 아팠던 상처가 떠올라 한참을 울고,  또 다른 상처가 떠오르면 또 한참을 울고...울고 있는 저에게 주님은  조용히 다가오시어 따사로운 손길로 아픈 맘을 만져주셨습니다.

물론 죽는 날까지 다시 솟아오르고 또 은혜의 말씀으로 치유함 받고 그렇게  반복되어 가는 일들이겠지만 병적으로  책망받음을 너무도 싫어하는 저의 모난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라보게 하시며 치유하심을 체험하곤 너무도 커다란 행복에 젖어 버렸습니다.  자존심으로 인해 가슴이 쓰리고 아픈 통증이 없어져 버린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놀랍기 그지 없습니다.

칭찬받기를 위해 양보해 버리고 인정받기 위해 아픔을 참아내었던 성장과정,  때문에 부끄러운 부분은 최대한으로 감추고 싶고 조금이라도 잘난 부분이 있으면 과대포장하여 드러내고 싶어했던 저의 모습, 그 원인으로 인해 기복주의로 흘러버린 저의 신앙,  이 기복주의를 바라보게 하시며 회개토록 도우신 우리 성령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거추장스런 자존심의 근원을 가르쳐 주시며 치유해 주신 사랑의 하나님,  이렇게 멋지신 우리 아버지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지요.  이젠 사나 죽으나 세상에서 어떤 모습으로 서 있던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이 구원은 온 세상을 다 얻은만큼 신기하고 기가막힌 선물,  가장 귀한 선물 선물임을 자랑하고 또 자랑하며 살아가야겠습니다.   선물과 더불어 저도 알지 못했던 저의 질병을 치유해 주신 우리 주님을 목소리 높여 찬양드리고 싶습니다.  바리새인(물고기)의 외출이 이 곳의 말씀의 호수속으로 풍덩 빠지도록 인도하시어 말씀 속에서 예수님을 만나게 하시고 우리 주님과 함께 매일 아침 아름다운 추억 만들기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의 찬미를 목청껏 올려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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