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자

조회 수 628 추천 수 63 2011.05.19 22:52:35
매주 월요일 저녁에 합창 연습이 있습니다. 11월에 있을 정기 발표회를 위한 곡들을 익히고 있지요. 저는 성악적 재능이 뛰어난 편이 아니어서 집에서도 틈틈이 연습을 하기에 모든 곡들을 거의 완벽하게 외우고 있습니다. 노래를 잘 부르지는 못 하지만, 부단한 연습으로 적어도 틀린 음을 내지는 않노라 자부하기에 옆 대원이 잘 못 내는 음정에 신경이 쓰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때로는 저도 악보와는 다른 음을 내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실은 제게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혹시나 틀린 음정을 낼까봐 자주 피아노로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던 곡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새, 틀린 음을 내는지도 모를 정도로 비슷한 그러나 악보와는 다른 음을 부르고 있었던 겁니다.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돌다린 줄 알면서 두드릴 건 뭐야라며 빈정거렸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모든 곡들을 자주 점검하고 있습니다.

제 신앙에도 이처럼 나도 모르게 교묘하게 위장된 그릇된 교리와 믿음이 스며 들어 있지나 않은지 염려스럽습니다. 나는 모든 것을 올바로 알고 있고 바르게 믿고 있다고 여기고 있는데, 실은 잘못 알고 있고 그릇되게 믿고 있다면, 그것은 다른 음을 내는 것과는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낭패입니다. 신앙의 여정은 열심보다 방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에 아주 작은 실수도 쉬 허용할 수 없습니다. 그릇된 길로 들어서면, 열심이 오히려 해가 됩니다. 열심히 잘못 갈 것이니까요. 그러다 잘못 왔다는 것을 깨닫더라도 그때엔 너무 멀리 왔기에 되돌아 가기가 어려워집니다. 더우기 제가 다른 사람들까지 잘못 된 길로 이끌고 왔다면 심각성은 더 커집니다. 그리고 제겐 여러 모로 그럴 소지가 풍부합니다. 그러기에 저는 남들보다 몇 갑절 더 조심해야 합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제 믿음의 내용과 제 삶을 자주 점검하고 확인하기를 게을리 말아야겠습니다.

2011년 5월 18일

정순태

2011.05.21 06:41:29
*.75.152.53

크게 공감! ^^
"교묘하게 위장된 그릇된 교리와 믿음"의 문제는 아주 중요하고도 심각한 성도들의 경구일 것입니다.
바른 방향을 향하는 은혜를 간구할 뿐입니다.......

김은영

2011.05.21 12:41:34
*.216.17.170

늘 나 자신을 돌아보아 말씀에 비추어 보는 것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정말로 바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
저도 공감 한 표입니다 ! ^^

이선우

2011.05.30 21:22:40
*.222.242.101

비슷하게 음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충분히 공감이 됩니다.(벌써 3표!!)
잘 부른다고 착각하는 제게 제일 엄한 사람은 제 아내이지요.
그 덕에 그다지 튀지 않고 남들과 비슷한 톤으로 음을 맞추고 있습지요.
그래서 제 별명이 '립싱크'입니다.
유상 형제님의 경지에는 언제나 도달하려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3 거짓 선지자 김유상 2013-04-15 338
132 예수 안 믿는 이유 [2] 김유상 2013-04-08 1098
131 꽃구경 [2] 김유상 2013-04-08 348
»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자 [3] 김유상 2011-05-19 628
129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김유상 2011-05-07 745
128 수술을 또 받아야 합니다 [6] 김유상 2011-05-04 560
127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다 김유상 2011-04-19 574
126 어리석고 안타까운 사람아 [1] 김유상 2011-04-13 559
125 아직 살아 있음이 감사한 이유 [4] 김유상 2011-04-06 725
124 기도 부탁드립니다 [3] 김유상 2011-04-02 509
123 악마를 이기는 유일한 방법 김유상 2011-03-15 867
122 일본 참사를 보는 시각 [1] 김유상 2011-03-15 570
121 최선의 복수 [3] 김유상 2011-03-15 587
120 근황 보고 2 [6] 김유상 2011-02-25 617
119 근황 보고 [5] 김유상 2011-01-12 587
118 합창과 신앙 [8] 김유상 2010-12-16 754
117 미장원에서 들은 기막힌 얘기 [6] 김유상 2010-12-09 781
116 등산길의 단상 [3] 김유상 2010-12-09 682
115 재시험을 앞두고 [21] 김유상 2010-10-16 982
114 여름 휴가 중에 깨달은 것들 (1) [3] 김유상 2010-10-16 614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