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의 행복

조회 수 1256 추천 수 96 2003.06.26 18:11:20
좀 죄송한 얘기지만 저는 화장실에 앉아서 성경이나 신앙관련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혹시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불경하게 그런 더러운 곳에서 대할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분이 알았다면 그것도 목사가 감히 그럴 수 있느냐고 야단 맞을 일이다.

그런 저에게 마침 변명거리가 될만한 소식을 지난 주 미국 ABC 방송에서 2001년의 세계 10대 엽기 뉴스의 하나로 발표했다. 사람이 어느 누구에게도 방해나 간섭을 받지 않는 자신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은 화장실에 있는 동안 뿐인데 그 시간을 모두 합치면 일년에 2주 정도 된다고 한다. 혼자만 있다는 것은 세상으로부터 분리되었다는 것이다. 세상과 분리 되었으니 좋게 해석하자면 하나님과 가장 가까워질 수 있다는 뜻도 된다. 화장실에서 성경을 보는 것이 크게 잘못이 아니라고  엄숙하신 분들(?)에게 항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과학적으로도 오히려 화장실에서 정신을 한 곳에 가장 잘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주위에 할 일이 없어 심심하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인생은 따지고 보면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철이 나서부터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을 길게 60년을 잡아도 누워 자고, 밥 먹고, 세수하고, 출퇴근하고, 쇼핑하고, 빈둥거리는 시간들을 제하면 실제로 일에 완전히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은 총 10년 정도 밖에 안 된다. 이 10년마저도 그저 정신 없이 허둥대거나 아무 목적 없이 허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시간을 얼마나 허비하는지는 하루에 TV와 성경을 읽는 데 각각 얼마나 투자하는지 대비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12월이면 항상 아쉬운 것이 이루어 놓은 일도  없이 또 다시 한 해가 지나간다는 허무감일 것이다. 쉴새 없이 흐르는 시간은 어느 누구도 잡을 수 없기에 가능한 아껴서 귀하게 쓸 수밖에 없다. 화장실에서의 자유로운 시간도 평생 다해야 2년 조금 넘는다. 그러나 그 2년은 대단한 시간이 될 수 있다. 만약 하나님의 말씀을 대하는 데만  꼬박 2년을 투자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물론 화장실에서의 시간은 세수하고 샤워하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어 그 절반만 보아도 만 일년이다. 평생 활동하는 시간이 총 10년인데 비해 참으로 엄청난 일이지 않는가? 올해를 보내는 우리 모두 내년의 목표를 거창한 것 다 놔두고 아주 간단하고도 쉽게 “일하면서 기도하고 화장실에서 성경 보자”로 정하면 어떨까?

“내가 주의 법을 어찌 그리 사랑하는지요 내가 그것을 종일 묵상하나이다.”(시119:97)

12/30/2001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219 아내를 마음대로 버리는 기독교인들 [3] 운영자 2009-03-06 1684
218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지구의 종말 운영자 2006-02-20 1680
217 한 러시아인 부부의 눈물 [3] 운영자 2006-10-24 1678
216 우리가 결코 알지 못한 바오르 2세 교황 운영자 2005-05-04 1671
215 부모에게 속은 아들 운영자 2003-06-30 1671
214 [re] 프렌치코트는 말짱했다. 김유상 2005-09-22 1669
213 바오르 교황과 찰스 왕자의 닮은 점 운영자 2005-04-09 1658
212 왜 우리교회에는 주보가 없는가? 운영자 2003-06-17 1656
211 천재가 되는 비결 운영자 2008-08-15 1653
210 신자의 어처구니 없는 착각 운영자 2004-01-10 1653
209 돼지고기와 새우젖 운영자 2003-06-26 1653
208 한국을 보면 세계의 미래를 알 수 있다. 운영자 2006-11-11 1652
207 보험도 안 들어주는 개(Dog) 운영자 2005-10-17 1652
206 하나님의 인종 청소 운영자 2004-07-13 1651
205 돌아온 토끼 운영자 2003-06-24 1646
204 기어이 판도라의 상자를 연 미국 운영자 2005-10-28 1645
203 예수님의 귀한 손님 운영자 2003-06-17 1640
202 긴급사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미국 운영자 2006-02-11 1639
201 마리아 만세!(Hail Maria) 운영자 2005-03-25 1635
200 완전한 인생을 사는 자 운영자 2004-05-23 1635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