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죄송한 얘기지만 저는 화장실에 앉아서 성경이나 신앙관련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혹시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불경하게 그런 더러운 곳에서 대할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분이 알았다면 그것도 목사가 감히 그럴 수 있느냐고 야단 맞을 일이다.
그런 저에게 마침 변명거리가 될만한 소식을 지난 주 미국 ABC 방송에서 2001년의 세계 10대 엽기 뉴스의 하나로 발표했다. 사람이 어느 누구에게도 방해나 간섭을 받지 않는 자신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은 화장실에 있는 동안 뿐인데 그 시간을 모두 합치면 일년에 2주 정도 된다고 한다. 혼자만 있다는 것은 세상으로부터 분리되었다는 것이다. 세상과 분리 되었으니 좋게 해석하자면 하나님과 가장 가까워질 수 있다는 뜻도 된다. 화장실에서 성경을 보는 것이 크게 잘못이 아니라고 엄숙하신 분들(?)에게 항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과학적으로도 오히려 화장실에서 정신을 한 곳에 가장 잘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주위에 할 일이 없어 심심하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인생은 따지고 보면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철이 나서부터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을 길게 60년을 잡아도 누워 자고, 밥 먹고, 세수하고, 출퇴근하고, 쇼핑하고, 빈둥거리는 시간들을 제하면 실제로 일에 완전히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은 총 10년 정도 밖에 안 된다. 이 10년마저도 그저 정신 없이 허둥대거나 아무 목적 없이 허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시간을 얼마나 허비하는지는 하루에 TV와 성경을 읽는 데 각각 얼마나 투자하는지 대비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12월이면 항상 아쉬운 것이 이루어 놓은 일도 없이 또 다시 한 해가 지나간다는 허무감일 것이다. 쉴새 없이 흐르는 시간은 어느 누구도 잡을 수 없기에 가능한 아껴서 귀하게 쓸 수밖에 없다. 화장실에서의 자유로운 시간도 평생 다해야 2년 조금 넘는다. 그러나 그 2년은 대단한 시간이 될 수 있다. 만약 하나님의 말씀을 대하는 데만 꼬박 2년을 투자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물론 화장실에서의 시간은 세수하고 샤워하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어 그 절반만 보아도 만 일년이다. 평생 활동하는 시간이 총 10년인데 비해 참으로 엄청난 일이지 않는가? 올해를 보내는 우리 모두 내년의 목표를 거창한 것 다 놔두고 아주 간단하고도 쉽게 “일하면서 기도하고 화장실에서 성경 보자”로 정하면 어떨까?
“내가 주의 법을 어찌 그리 사랑하는지요 내가 그것을 종일 묵상하나이다.”(시119:97)
12/30/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