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한 달쯤 전에 무기수로 있던 한 죄수가 AIDS에 걸리면 출소시켜 준다는 것을 알고 AIDS에 걸린 동료죄수를 협박(?)하여 두 번이니 시도한 끝에 그 병을 옮겨 받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면도날로 각자 상처를 내어 그 부위를 서로 맞닿게 했지만 실패해 아예 일회용 바늘로 피를 뽑아 자신의 팔에 투여했다. 한 마디로 참 대단한 사람이며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무기수라도 공짜로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는 감옥에서 평생 편하게 살면서 모범수로 감형될 것을 바라지 아무리 밖에 나가고 싶어도 생명을 5년으로 단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죄수가 출소한 이유가 자유를 누리면서 짧게 나마 보람 있게 살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어이 없게도 빌린 돈을 떼먹고 도리어 자기를 누명 씌워 감옥에 보낸 원수를 찾아가 죽이려 했던 것인데 그것마저 실패해 죄가 더 중해져서 다시 감옥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제는 5년으로 단축된 생애를 그나마 완전히 감옥에서 썩게 되어버렸으니 참으로 어리석고도 바보 같은 짓처럼 보인다.
처음 이 기사를 보았을 때는 하나님을 모르는 자니까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생명마저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혀를 찼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도리어 저의 가슴을 섬뜩하게 도려내며 자꾸 저의 생각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이 자는 비록 그것이 복수라는 헛된 일일지언정 단 하나뿐인 자기 생명을 포기할 만큼 분명한 한 가지 일에 매달렸다는 것이다.
세상의 그 수많은 사람 중에 과연 자기 전 평생을 바쳐가며 어떤 한 가지 일에 완전히 매달려 있는 자가 몇이나 될까? 나아가 강제로 그 일을 못하게 되는 상황에 처해졌을 때에도 타협하지 않고 생명과 과감히 바꾸어서라도 그 일을 달성하려고 하는 자는 그 가운데 얼마나 될까? 인생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자는 돈, 명예, 권력을 최고로 쟁취한 자가 결코 아니다. 그것을 위해 평생을 살 수 있고 또 그것을 위해 죽을 수 있는 단 한 가지 일을 찾아 그 일을 한 자다. 사형을 눈 앞에 둔 바울이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 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딤후4:7)라고 했던 바로 그런 고백을 할 수 있게 되는 자다. 그런 일을 찾기라도 했다면 그래도 반은 성공한 셈이다. 그런 일을 찾지도 못했다면 아직 인생에 태어난 것도 아니요 찾았지만 시작을 못했다면 출생은 했지만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좇아가노라.”(빌3:12)
3/3/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