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캐나다에서 친구 부부가 와서 LA 공항 서쪽 레돈도 비치의 한인이 경영하는 바닷게 식당에 갔다. 맛도 맛이지만 손님마다 앞치마 같은 프라스틱 가리개를 목에 걸고 나무 망치로 살이 통통하게 박힌 게 다리를 부셔 먹는 재미가 여간이 아니다. 무심결에 게살을 버터 녹인 양념에 찍어 맛있게 먹다가 콜레스테롤이 가장 많은 게살을 그것도 지방 투성이인 버터와 함께 먹다니 일찍 죽으려고 환장(?)했나 싶었다.
음식에 함께 먹으면 몸에 유익한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돼지고기와 새우젖을 들 수 있다. 돼지고기 수육을 먹을 때면 꼭 새우젖과 함께 먹는데 느끼한 고기기름 맛을 깔끔하게 씻어줄 뿐 아니라 소화도 잘 되게 해 준다. 이 둘은 서로 상극 관계로 놀랍게도 돼지가 새우젖을 먹으면 죽는다. 그래서 이 둘을 함께 먹으면 새우젖이 자동으로 돼지고기 세포를 파괴함으로 소화가 잘 되는 효과를 내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커피와 크림, 맥주와 땅콩처럼 함께 먹어선 안 되는 것들도 많다. 각각의 나쁜 성분들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몸에 더 해롭다. 게살과 버터도 음식 궁합이 맞지 않는 것인데 신기하게도 같이 먹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오히려 맛은 더 있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일상사들 가운데도 그 이면에는 사탄과 하나님의 영적인 싸움이 숨겨져 있다. 무익하고 해로운 것들이 겉으로는 훨씬 보기 좋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추하고 악한 실체를 감추기 위한 사탄의 계략이다. 사탄의 노림 수는 인간으로 죄를 지으면 더 짓고싶게 만들어 결국은 사망으로 이끄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미식가들로 기름진 별식을 먹고 나면 꼭 시가를 피우게 만드는 셈이다. 육신에 느껴지는 감각은 이것 이상 가는 것이 없지만 몸에는 가장 안 좋은 것들이다.
대신에 하나님은 좋은 것들이 함께 어우러져 생명을 주시고 더 풍성하게 주신다. 그러나 몸에 좋은 약이 입에는 쓰듯이 가끔은 힘들고 맛없고 보기에 안 좋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브가 인류 최초로 죄를 지을 때에 “먹음직하고 보암직하고 지혜롭게 할만큼 탐스러운 것”에 속아 넘어갔다. 몸에 쓴 고난이 올 때에 주님은 오히려 더 가까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것들이 유혹할 때는 그것과 상극 관계인 것도 함께 찾아야 한다. 돼지가 새우젖을 먹으면 죽듯이 사탄은 기도와 찬양 앞에는 한 길로 왔다가 열 길로 물러가게 마련이다.
“나를 쓴 것으로 배 불리시고 쑥으로 취하게 하셨으며…주께서 인생으로 고생하며 근심하게 하심이 본심이 아니시로다.”(애3:15,33)
1/13/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