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은 오노

조회 수 1144 추천 수 99 2003.06.27 21:07:46
지난 수요일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미터 결승의 판정 번복 사건은 한국인들의 열화 같은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급기야 한국 넷티즌들의 항의 E-mail이 순식간에 16,000통이나 접속되는 바람에 올림픽 공식사이트가 다운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 메일에 상대미국선수 오노를 죽여버리겠다는 내용이 많아 FBI가 조사에 나서고 그 선수는 선수촌에서 나와 경찰의 24시간 보호를 받으며 매일 호텔을 옮겨가며 지낸다고 한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이 싸움 도중에 감정이 격해져 한국식으로 “죽이겠다”는 말을 무심결에 내뱉는 바람에 재판에서 살인미수죄로 형사처벌까지 받는 사태가 가끔 발생한다. 한국인들이 볼 때는 싸우면서 서로 욕설 좀 한 것으로 감옥까지 보내는 것이나 또 그 미국선수를 과잉 보호하는 것이 판정을 정당화하기 위한 쇼를 하는 것  같아 이해하기 힘들다. 이런 일들을 단지 상호 사고방식과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오해라고만 결론 짓기에는 뭔가 미진한 구석이 남는 것 같다.  

한국인이 ‘죽이겠다’는 과장된 표현을 예사로 쓰게 된 것은 물론 다혈질적인 민족성과 세상이 각박해 감정이 메말라진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다. 그러나 혹시라도 말과 행동이 서로 달라도 더 이상 아무도 책임지지 않게 되어버린 탓이 있는 것은 아닐까?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해 대통령 입까지 공업용 미싱으로 박아야 한다는 험한 말이 나오게 된 것이 단순히 정략적인 모함에 불과할까? 사회 전반에 걸쳐 맨 위 지도층부터 최하계층에 이르기까지 거짓말이 예사가 되었고 오히려 거짓말을 못하는 자가 바보가 된 탓은 아닐까? 반면에 미국은 아직은 자기가 말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또 남이 말한 것을 그대로 믿어주는 사회라 이멜의 죽이겠다는 말이 단순히 위협이 아니라고 받아 들인 것으로 해석하면 너무 후하게 점수 준 것일까?

그런데 한국 사회는 어차피 그렇다 치더라도 한국 신자들마저 혹시나 하나님 앞에 나와서 이런 버릇(?)을 못 버리면 어쩌나 싶다. ‘힘들어 죽고싶다’, ‘OO가 미워 죽겠다’라고 하나님께 불평하는 것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신자로서 말과 행동이 서로 다른 것이 큰일이다. 말과 행위가 다른 이스라엘 백성에게 속고 또 속은(?) 하나님은 에레미야 선지자더러 “이 백성을 위해 간구하지 말라 내가 너를 듣지 아니하리라”고 하셨다. 하나님은 불평과 의심이 포함 된 기도는 참고 들으실 수 있지만 거짓말이 포함된 기도는 아무리 미사여구와 성경 말씀으로 포장되어도 두 귀를 막으신다.  

“너희가 많이 기도할찌라도 내가 듣지 아니하리니 이는 너희의 손에 피가 가득 함이니라” (사1:15)

2/24/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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