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교육 TV에서 필라델피아 교향악단의 피아노 삼중주 협연을 보고 있는 중에 전혀 예상치 못한 엉뚱한 장면이 일어났다. 평소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이지만 연주 도중에 박수를 치는 것이 금물이라는 것쯤은 상식으로 알고 있었는데 매너 좋은 백인 음악 팬들이 그런 몰상식한 짓을 한 것이다.
그런데 계속해서 연주를 보고 있노라니 그들이 그 정도 상식도 몰라 그랬던 것이 아니었다. 누구라도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도저히 그렇게 하지 않고는 배겨내지 못했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연주자들이 곡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그 손놀림과 얼굴 표정에 드러난 너무나 열정적이고도 진지한 태도를 통해 쉽게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작곡자의 메시지는 완벽하게 전해졌고 청중들은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절로 박수를 터트렸던 것이다. 마침 첼리스트가 세계 최고의 ‘요요마’이고 또 바이올린 주자가 불구자였던 때문 만이 아니라 오직 현장에서 실황으로 본 자만이 체험할 수 있는 감동 그 자체였다. 그 비싼 돈을 주고도 연주회장에 직접 가서 듣는 맛이 바로 저것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꼭 교회를 가야하나? 집에서 혼자라도 하나님 잘 믿고 삶에서 실천만 하면 되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한다. 물론 무교회주의를 주장한 분들 중에 일본의 우찌무라 간조 같은 위대한 신앙인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집에서 테프로 크래식 연주를 듣는 중에 박수가 절로 나올 정도가 되려면 그 곡에 대해 완전히 정통해야만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우찌무라 정도로 신학에 정통하지 않고는 감히 무교회주의를 주장하거나 실천하려 들어선 안 된다.
그렇지만 아무리 위대한 신학자라도 혼자 집에 있어서는 절대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다. 하나님께서 개인으로가 아닌 공동체로 모이게 하셔서 서로 사랑으로 섬기게 하고 때를 따라 모든 이의 형편에 맞게 그 모임 위에 부어주시는 성령의 감동이다. 또 그 감동은 함께 모여 예배 중에 몰상식하게 박수칠 때에 더욱 커진다는 것은 도저히 알 길이 없다. 주님은 우리더러 ‘우찌무라’처럼 영적인 천재가 되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단지 가슴을 열고 주님 전에 직접 나오기만 원하신다. 연주를 하시는 이도, 은혜를 주시는 이도 주님이기 때문이다. 신자는 그 모임의 현장에 직접 와서 하나님이 연주하시는 대로 성령의 감동에 따라 눈물 흘리고 박수 치기만 하면 된다. 입장료도 공짜인데 망설일 이유가 없지 않는가?
“빌기를 다하매 모인 곳이 진동하더니 무리가 다 성령이 충만하여 담대히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니라.”(행4:31)
1/6/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