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개 소리로 아버지가 뜨거운 욕탕 물에 앉아서 “어! 시원하다”고 하니까 아이가 냉탕인줄 알고 뛰어 들었다가 놀라 하는 말이 “세상에 믿을 놈 아무도 없네”라고 했다고 한다. 지난 1/28자 Time 잡지 표지에 바로 이 말이 갓난 아기가 손을 빨고 있는 얼굴 사진과 함께 헤드라인으로 등장했다. “No one to trust, in today's world.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오늘의 세계)”
그 기사는 텍사스 소재 에너지 중계 회사 엔론이 역사상 가장 큰 부도 사건을 일으킨 내용을 다룬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을 한창 시끄럽게 하고 있는 정치적 스캔들보다 그 회사 주식에 투자한 일반인들의 처지에 초점을 맞췄다. 한 가지 예로 회사가 직원들의 연금을 자기 회사 주식으로 지급하면서 55세까지 판매 금지하는 조건을 부쳤다. 그런데 회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그 동안 은퇴를 위해 저축해놓은 돈이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돼버린 것이다.
Time지는 일반인이 그런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을 회사의 잘못으로만 몰고 가지 않고 그런 중대한 결정을 자신의 임의로 선택한 당사자의 잘못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현대인들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나 많은 선택의 기회가 있기 때문에 마치 적은 나무 보트를 타고 홀로 표류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갓난 아기 얼굴을 표지에 실은 이유도 일반 개인은 손가락이나 빠는 아기처럼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는 구조적으로 오직 자기가 한 결정에 의지할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You're on your own, baby.)
엔론 사태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많다는 것은 자유와 풍요가 넘친다는 것을 뜻하며 또 바로 그것은 인류가 산업혁명이후 줄기차게 열심히 추구한 결과라는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많아진 것은 분명 선한 것이지만 그 반작용으로 자신이 책임질 부분과 위험 또한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세상에는 정말 믿을 놈(?)이 아무도 없게 되어 버렸지만 그것은 우리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정작 더 근본적인 것을 놓치고 있다. 믿을 곳이 하나도 없게 된 것이 우리가 만든 결과이기도 하지만 죄악과 사탄과 사망이 설치는 세상은 원래부터 그런 곳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인간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배를 홀로 저어가는 아이와 같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이 세상속에서가 아니라 세상 밖에서 온전히 믿을 수 있는 대상을 찾는 것 뿐이다. 앞으로 어떤 더 큰 손해가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데 계속 손가락만 빨고 있을 것인가?
“믿음의 주요 또 온전케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히12:2)
2/10/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