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들께 꼭 여쭙고 싶은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너무너무 궁금해서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 알아 달라 부탁을 해 볼까고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궁금해 하는 일반적인 궁금증이 아니라 아마도 저 혼자만의 궁금증일 듯한, 씨도 안 먹힐 얘기인지라 그 생각은 접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혹시 신학교에서 그렇게 하라고 가르치는 건 아닌가는 생각이 든 적이 여러 번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특정인의 버릇이 아니라 거의 모든 목사들이, 심지어 그들의 전도사와 찬양 인도자까지 가지고 있는 버릇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그들이 신학교에서 그렇게 하라고 배우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닐 것입니다.
결국 가까운 목사님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웃으며, 아니라, 답하시더군요. 그 대답에 제 궁금증은 더 커졌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한 두 명도 아니고 거의 모든 목사가 그러냐구요. 그래서 어디 내가 직접 가서 확인해 보리라 하고 신학교를 알아 보는 중에, 미국 목사들 중엔 그런 분들이 드물었던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그렇다면? 아하! 한국 신학교에서만 그렇게 가르치는 게 분명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 알아 보자고 한국으로 유학 갈 형편은 못 되기에 그 생각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릴없이 그런 거려니 하고 받아들이기로 하고 시키는 대로, 형제님의 얼굴을 보니 주님을 뵌 듯합니다 하기도 하고 (주님을 뵌 적이 없는데 그 유사점은 어떻게 찾았는지 또 다른 궁금증이 일었지만 꾹 눌렀습니다) 주님은 형제님을 사랑하십니다 하기도 하고, 승리하며 삽시다 하기도 했습니다. 제 아내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아니 재미있다는 듯 얼굴에 웃음을 띄고 그렇게 옆 사람 앞뒤 사람에게 인사를 하는데, 전 그게 영 내키질 않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질 않는 말을 앵무새마냥 읊조려야 하는 자신이 거북하고 어색하고 위선자 같고 가증스럽기까지 여겨질 때도 있습니다. 아내는 그런 절 이상히 여깁니다. 그게 뭐 어때서 그러냐는 거지요. 결국 억울하긴 하지만 제가 강퍅한 거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 채로 파일을 덮었습니다.
요즘 제가 교회를 찾고 있습니다. 마음 맞는 몇몇 분들과 교회를 개척해 보려던 노력이 실패로 끝났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많은데 다니고 싶은 교회는 많지 않더군요. 하긴 그것을 알았기에 교회를 개척하겠다 했던 것이지요. 교회 건물은 좋은데, 신도들도 친절해 보이는데, 목사님도 별 흠잡을 곳은 없는데, 여기란 생각이 드는 교회를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아내는 이제 편하게 큰 교회를 다니자는데, 전 아직은 제 힘을 보탤 수 있는 작은 교회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런 교회가 있긴 합니다. 집에서 그리 먼 거리도 아니고, 개척한 지 일 년 반 남짓한 작은 신생 교회입니다. 제가 가깝게 지내는 전도사가 그 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던 교회이어서 예전부터 함께 합치자고 제게 농반 진반 제의하곤 했었지요. 그는 담임 목사가 말씀도 괜찮게 전하고 포부도 크고 인품도 좋다면서 그 교회로 와서 도와 달라는 말을 던지곤 했습니다. 그 목사는 다른 주에서 교회를 개척해 크게 성장시켜 놓고 몇 년 전에 이곳으로 와서 또다시 교회를 개척하게 되었다는 얘기도 그에게서 들었습니다.
그런데 전 실은 그 목사에게 좋지 않은 선입견을 지니고 있습니다. 개척 예배를 알리는 포스터에 이곳에선 꽤 유명한 목사들의 이름과 사진이 초청 목사로 찍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유명한 목사들이 인정하는 교회이니 안심하고 오라는 의도에서 그랬겠지만,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과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더욱이 그 유명 목사들은 제가 그리 탐탁히 여기지 않는 이들이었습니다. 그 전도사에게 그런 말을 하니까, 실은 자기도 그때 그런 우려를 했고 그러지 말고 단출하게 하자고 건의했었다더군요. 하지만 그 교회의 담임목사는 초청 목사들과 가까운 사이여서 그쪽에서 먼저 축사를 해주겠다기에 거절할 수가 없었노라는 해명이 있었답니다.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었겠다 여겨지더군요.
새 교회를 찾는다는 것을 알게 된 그 전도사의 적극적인 권유에 못 이겨, 그리고 내 선입견에 대한 미안함도 작용하여 몇 주 전에 그 교회에 출석을 했습니다. 설교는 무난했으나 감동은 일지 않았습니다. 예배가 끝난 후 목사님은 식탁에서 사역 방향과 포부를 알려 주더군요. 선교와 교육 및 구제 사업에 앞장서는 교회로 만들고 싶다 했습니다. 그 포부에 따라 이미 여러 부서와 기관들의 골격을 세워 두었더군요. 좋게 보면 계획성이 좋은 것이고, 나쁘게 보자면 규모가 없고 과시적이라 할 수 있는데, 제 선입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후자 쪽으로 편중되었습니다. 아내 역시 그렇게 생각된다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전도사의 간곡한 권유와 또 그 교회에 출석하기로 마음을 정했다는 몇몇 개척교회 동지들의 은근한 바람에 못 이겨 다시 한 번 그 교회의 이번엔 특별 찬양 집회에 참석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교회의 젊은 찬양 인도자가 혼자 사뭇 감동되어, 일어나 적어도 두 명 이상의 사람들과 잘 오셨습니다 주님께선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라고 인사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엉거주춤 뻘쭘하게 몇몇 사람과 그렇게 인사를 주고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예의 그 궁금증이 다시 고개를 쳐들었습니다. 저 찬양인도자는 어디서 배웠을까? 다른 곳에서 배워 왔을까, 아니면 이곳에서 배웠을까? 아니면 하나님께서 사역자로 부르실 때 은사로 주시는 건가? 찬양이 끝나고 담임목사가 대표기도를 드리고 그날의 행사와 초청 가수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한 후에, 전후좌우 성도들과, 뭐라고 뭐라고 하라고—이때쯤엔 기도 차고 짜증도 나고 해서 정확히 뭐라 말하라 했던지 기억도 없습니다—지시를 하더군요. 그것을 보고 제 궁금증에 대한 답을 내렸습니다.
대물림이라고. 목사가 그렇게 하니까 그렇게 해야 하나 보다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따라 하는 것이라고. 그러면 목사는? 그도 다른 목사가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자랐겠지요. 애초의 목사는? 아마도 주일학교 유치 반 교사였지 않을까요? 유아들에게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하던 것이 입버릇이 되어 목사가 된 후에도 교인들에게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하게 되었는데, 교인들이 아무런 거부 없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하니까 재미가 들려서 계속 하게 되었고, 교인들은 교인들 대로 거기에 길들여지고 또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하여 동심으로 즐겁게 재미있게 하게 되고, 그 교회 부목사도 전도사도 찬양인도자도 모두 그렇게 하고, 그 광경을 본 손님 목사가 저것 괜찮군 하며 자기 교회에 돌아가 그렇게 하고, 친구 목사들에게 이것 괜찮다며 소개해 주고, 그렇게 그렇게 하여, 신학교에선 그렇게 하라고 가르친 적이 없음에도, 다들 그렇게 하게 된 것이 아닐까 추리해 봅니다.
그런데, 시키는 사람이나 따라 하는 사람이나 다들 재미있어 하는 것 같은, 적어도 불쾌해 하지는 않는 듯한 그 짓이 전 왜 그리도 싫은지 모르겠습니다. 거의 알레르기 비슷한 반응이 생깁니다. 이렇게 말하라고 시키는 이의 마음이 그렇게 말하고 싶어 터질 것 같다면, 교인들에게 자기가 그렇게 말하면 되는 것이지—주님께선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저도 여러분을 너무 너무 사랑합니다 하고—그 마음을 함께 누리고 있는지 어떤지도 모르면서 나더러도 그렇게 말하란다면, 그것은 내 마음은 전혀 고려치 않고 순전히 자신의 감정에 도취된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주문인 동시에, 목사란 특권을 남용한 횡포라고 하면 좀 지나쳤다 싶긴 하지만, 그 정도로 제겐 싫은, 가서 한 대 쥐어 박고 싶은 그런 “짓”이란 걸 알리고 싶은데, 그러면 그는 상처받을 것이고 난 미움받을 것이고 아내로부턴 구박받을 것이 분명하므로 그러지도 못하는 이 처지를 하나님께서 하감하옵시고 부디 그 짓거리 시키지 않고도 예배와 교제를 잘 인도하고, 무엇보다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잘 공부하여 하나님의 사랑이 절절이 전달되어 그 사랑 앞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 그런 설교를 들려 주고, 큰 욕심 없이 맡겨진 양떼 제 몸같이 돌보기에 충실한, 그리고 언행일치와 정직에 힘쓰는 그런 목사가 이끄는 교회로 저희 부부를 인도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아멘.
2010년 8월 18일
그런디 박신 목사님하고 같은 곳에 계시지 않남요?(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요?ㅠ.ㅠ)
목사님과 함께 개척하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