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은 요압과 시므이, 이 둘에 대해서는 후대 왕인 솔로몬에게 곱게 세상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죽여버리라고 유언을 남깁니다.

 

사실 요압의 경우, 숙청을 하는 것은 이해가 갑니다만,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 아들에게 처리하게 하는 것은 좀 비겁한 것 같습니다.  태종의 경우 자기가 피의 숙청을 해서 세종대왕이 치세를 하게끔 열었는데, 다윗은 하나님 공인 "전쟁으로 피를 많이 흘렸기 때문에 너는 성전을 쌓을 자격이 없다" 라는 말을 들은 인물입니다. 

그러면 기왕 피 흘린 거 자기가 왕일 때 요압을 숙청해버리면 되는 것을, 굳이 솔로몬에게 유언으로 편안히 여생을 못보내게 죽여버리라는 유언을 내리는 것은 '이해는 갑니다만 비겁하고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으려는 처사'로 보입니다.

 

요압은 성경적 묘사로 봤을때 엄청난 명장이면서 다윗의 사촌이기 때문에 어찌보면 감히 왕에게 무례할 수도 있는 조언도 종종 합니다. 압살롬이 죽고 나서 다윗이 슬퍼하자, 거의 다윗에게 협박성으로 '니가 왕인데 반란군의 수괴가 죽은 것을 슬퍼하면, 우리 병사들의 사기가 어떻게 될 거냐' 라고 팩트폭행을 하긴 합니다만, 이 때의 태도도 신하가 왕에게 하는 태도치고는 너무 건방집니다. 그리고 다윗의 명에 어긋나서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아브넬을 죽이고, 또한 다윗의 충실한 부하 우리아를 죽이는 것에 일조했습니다.  죽어 마땅한 자이지만, 다윗은 자기가 죽이지 않았습니다.

 

삼하 3:39에 보면 요압보고는 '하나님이 악행한 자에게 갚을 것이다' 라고 해놓고서는 결국 자기 아들보고 요압 죽여버리라고 한 것은 하나님에게 맞긴 것이 아니라 자기가 복수한 것과 뭐가 다른 지 모르겠습니다.

 

 

시므이의 경우, 정말 다윗이 잘못한 것 같습니다.

다윗은 삼하 19장에서 시므이에게 '너를 죽이지 않겠다' 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솔로몬에게 유언을 남기는 것에서는 '그의 백발이 피를 묻혀서 스올로 내려가게 해야한다' 라고 합니다. 이거, 솔직히 그냥 눈가리고 아웅 아닙니까? 다윗이 자기 칼로 죽이지 않겠다고 했으니 다윗의 후계자가 죽인 것은 '내가 직접 한 게 아니니 하나님 맹세 어긴거 아니다~' 라고 하는 것 아닙니까?

 

제가 본 영화에서, 두 세력이 싸우는데, 유리한 세력의 지도자가 "항복하면 나는 너를 죽이지 않겠다. 맹세한다" 라고 해서, 나머지 세력의 지도자가 그 말을 믿고 항복하고 수성을 풀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나오자마자 멀리서 총을 머리에 맞고 죽었습니다. 그러자 유리한 세력의 지도자가 웃으면서 "나는 너를 죽이지 않았다. 내 부하가 죽인거지. 나는 맹세를 어기지 않았다. 하하하하" 라고 웃던 내용이 기억납니다.

 

이것과 뭐가 다를까요?

자기 손으로 직접 안죽였으니 '거짓말은 안했다' 라는 종류같은데 이게 다윗이 한 유언이 옳은 걸까요? 

사실상 하나님의 맹세를 어기고 기만한 것이 아닙니까? 이런 식이 맹세를 어긴 것이 아니라면, "내가 너를 괴롭히지 않겠다" 라고 해놓고서는 부하를 시켜 괴롭힌것도 "내가 직접 한게 아니니까 거짓말 한 것이 아니다~" 라고 할 수 있는데 하나님이 보시기에 그렇지 않지 않나요?

 

다윗의 유언은 하나님의 뜻에 어긋난, 본인의 마지막 인간적 욕망이 투영된 것 같습니다.


master

2023.08.20 05:00:21
*.115.238.98

억사님의 말씀에 일부 타당한 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나님의 더 깊은 뜻도 따로 있지만 일일이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집니다. 그래서 질문하신 성경 구절에 대해 구체적으로 변증하기보다는, 평소에 억사님에 대해서 느껴온 바가 있어서 이 참에 한 가지 사항을 꼭 언급하고 싶습니다. 성경은 전부 그런 기록들로 가득하다는 사실입니다. 신약에 와서도 베드로는 유대주의자들의 눈치를 보며 외식했고(갈2:11-14)  바울도 선교 문제로 바나바와 크게 싸워서 헤어집니다.(행15:36-41)

 

아무리 믿음이 좋아서 하나님의 큰 역사에 쓰임받는 그분의 종이라도 죄에 찌든 본성은 여전히(죽을 때까지도) 살아서 수시로 죄를 범하고 그 영성은 너무나 가난하고 어리석었습니다. 하나님은 그런 줄 아시고도 당신의 일에 당신께서 은혜를 주셔서 쓰임받게 하셨습니다. 성경은 한마디로 영적으로 너무나 비참한 처지에 빠진 인간과 그와 정반대로 대조되는 무한하고 조건없는 하나님의 자비에 대한 기록입니다. 또 그래서 오직 예수님의 십자가 긍휼만이 인간의(믿은 후에도) 유일한 소망, 위로, 능력이 된다고 선포합니다. 요컨대 성경은 도덕과 종교에 관한 가르침이라기보다는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게 해주는 책입니다. 

 

다윗은 의로운 일도 많이 했지만 지적하신 것처럼 많은 허물이 있었고 수시로 죄를 범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하나님을 붙들고 회개하며 기도했기에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성경을 읽을 때는 일차적으로 진리와 비진리, 선과 악, 빛과 어두움 등을 구분해 내어야 하되, 반드시 그 깨달은 내용을 가장 먼저 자기에게 적용해봐야 합니다.

 

말하자면 내가 당시 다윗의 위치에 있었다면 과연 다윗 만큼이라도 할 수 있었을지 정말로 진지하고도 심각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제 경우는 아무래도 다윗이 아니라 사울, 아니 사울보다도 더 못한 인간으로 그쳤을 것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게 유일한 위로와 소망이 되는 것은 예수님의 십자가 앞으로 돌아와 엎드릴 수 있다는 것 하나 뿐입니다.

 

" 만일 우리가 죄가 없다고 말하면 스스로 속이고 또 진리가 우리 속에 있지 아니할 것이요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그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 만일 우리가 범죄하지 아니하였다 하면 하나님을 거짓말하는 이로 만드는 것이니 또한 그의 말씀이 우리 속에 있지 아니하니라."(요일1:8-10)

억울한사람

2023.08.20 07:24:39
*.23.152.191

그렇군요

저는 자꾸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어떠한가' 라는 질문을 큐티때는 던지는데 이런 의로운 인물이 벌이는 잘못에 대해서는 거기까지는 가지 못하는것 같습니다.

 

목사님이 해주신 말씀을 생각해서 저를 돌아보고 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다윗이 한 행동 자체도 악한 행동도 타산지석으로 받아들여서 나의 신앙의 거름으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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