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예수님을 믿고 있었지만 대통령 경호원이나 군인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죽게 되는 사람은 천국에 가는 건가요 아니면 지옥에 가는 건가요?

사례1) 미국에서 고위 관계자들을 호위하는 경호원이 있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예수님을 믿는 신앙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물론 의뢰인을 철저히 보호한다는 직업적 신념도 강한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날 의뢰인을 호위하고 지나가던 중 깜짝 놀란 만한 일이 벌어졌다. 주위를 돌아보다가 어떤 두건을 쓴 남자가 총을 들고 의뢰인을 겨누고 있는 게 아닌가? 그 두건을 쓴 남자는 서서히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고, 이제 방아쇠를 완전히 당기는 순간!! 그때!! 그 경호원이 의뢰인을 등뒤로 젖힌 체 마치 영화에 나오는 듯한 다이빙(?)으로 몸을 날렸다. 의뢰인은 목숨을 구했지만 경호원은 가슴에 총탄을 맞아 그 자리에서 숨져버렸다.

사례2) 1950년 가족을 사랑하고 남달리 애국심이 강한 군인이 있었다. 그는 계급이 하사였고 군인이면서도 교회를 다녔다. 성실하기도하여 언제나 주위에 칭찬을 듣는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6월 25일 북한군이 탱크를 이끌고 기습 남침하였다. 우리 아군의 총과 대포로는 북한군의 탱크를 저지할 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하사가 온몸에 수류탄과 폭탄들을 몸에 둘러맨 체 갑자기 탱크를 향해 돌진하였다. 탱크가 폭발했다. 하지만 하사의 몸은 이미 가루가 되어 이 세상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답변]

가장 먼저 분명히 해 둘 것이 하나 있습니다. 질문자님께서 제시한 두 경우는 자살이 아닙니다. 자살에 대한 정의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 참고 되는 이야기를 먼저 드리겠습니다.

영국은 자살은 합법이나 타인의 자살을 도와주는 것은 범죄입니다. 미국에서는 오리건 주만이 유일하게 의사의 협조를 받아 자살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만 계속해서 논란과 시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또  현재 세계에서 안락사를 허용하는 나라는 벨기에와 네델란드 뿐입니다. 자살과 안락사의 차이를 비교해 보면 자살의 뜻이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자살은 본인이 고통을 끝내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반복적으로 나타내야 하는데 반해 안락사는 의사의 독단적 판단으로도 생명을 끝내는 것입니다. 고통 없이 죽는 약을  환자 스스로 복용토록 하지 않고 혹시라도 복용을 직간접으로 도와 주면 안락사가 됩니다. 안락사는  과학적, 신학적으로 죽음의 정의를 어떻게 정확히 내릴 것인가라는 복잡한 문제가  따르기 때문에 자칫하면 고의적 살인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살이란 본인이 심사 숙고 끝에 스스로 죽겠다는 결심을 확고하게 한 후에 (계속해서 여러 번 다짐을 한 후에) 죽는 방법도 자신이 택하고 그 방법을 스스로 시행하여 죽는 것입니다. 죽음의 전 과정에 개입 된 자는 오직 본인 혼자입니다. 제 3자가 어떤 사람이 자살 의사를 표명한 것을 직간접으로 알고도 묵인했다면 살인방조이며 또 혹시라도 그 수단을 마련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와주면 간접적인 살인 죄가 됩니다.

그래서 미국 같은 경우 자녀나 청소년들에게서 ‘죽고 싶다(I want to die.)’라는 말을 들으면 전문상담기관에, 또 ‘너를 죽이겠다(I kill you.)’고 말하면 경찰에 신고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가능한 함부로 이런 말을 제 삼자 앞에 쓰지도 않을 뿐 아니라 만약 썼다간 나중에 혹시라도 불미스런 일이 생기면 그 말을 한 자의 책임이 됩니다. 예를 들어 말 다툼을 하다가 우연히 상대를 한 방 쳤는데 쓰러져 죽게 되는 경우, 평소 때 그 상대에 대해 죽이고 싶도록 미워한다는 말을 한 것을 제 삼자가 들었다면 과실치사가 아니라 고의적인 살인 죄로 판결을 내립니다. 한국 사람들이 이런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것에 비해 문화적, 사회적 환경 뿐 아니라 개인의 사고방식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자살이란 죽음의 동기, 목적, 방법, 결과 모두 자기에게서 출발해서 자기에게 미치는 것입니다. 아무리 환자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불치병의 고통을 끝내고 싶다고 하고 의사도 의학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전무해 차라리 일찍 죽게 하는 것이 본인과 주위 가족을 위해 좋겠다고 판단 되어도 만약 환자 본인 대신에 의사가 약물을 투입하면 살인으로 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입니다.  

예로 드신 두 경우에 대통령 경호원과 군인이 임무 수행 중에 죽은 것은 이런 면에서 자살이 아닙니다. 죽음의 동기, 시행 방법과 시행 주체, 그 결과 등이 전부 본인의 진심과는 상관이 없었고 오랜 결심 끝에 이루어진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미리 죽음을 알았고 또 기꺼이 스스로 죽음을 택한 점은 있지만 군대 입대하는 것, 대통령 경호원이 되겠다는 것 자체가 임무 수행 중에 죽음이 닥칠 경우 기꺼이 죽겠다는 것에 이미 동의하고 각오한 것이지 않습니까?

이런 죽음마저 자살로 생각되거나 혹시라도 그렇게 정죄 되는 것이 싫다면 어떤 이단의 경우처럼 처음부터 군인이나 경호원이 되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군대나 대통령 경호원이라는 직업 자체가 비성경적인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국가를 보위하고 국가의 지도자를 지키는 것은 신자이기 이전에 모든 국민으로서 신성한 의무입니다. 예수님도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바치라고 분명히 인정하셨고(마22:21), 바울 사도도 모든 권세가 하나님께로 나니까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고 했습니다.(롬13:1-7참조)  

간단하게 이렇게 생각해 보십시오. 신자가 핍박을 받았던 초대 교회 당시는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바로 죽음을 의미했었습니다. 예수를 믿는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으며 또 그런 경우가 닥치면 기꺼이 죽음을 택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자살이 아니라 순교(殉敎)였습니다. 예를 든 두 가지의 경우도 자살이 아니라 순직(殉職)입니다. 이 두 경우는 자기가 믿는 종교와 자기가 수행하는 직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타의에 따라 타인에 의해 죽은 것입니다. 자신이 오랫동안 여러 번 숙고 끝에 죽기로 결심하고 그 방법을 모색하여 스스로 결행한 것이 아닙니다.

반면에 테러리스트의 경우 당사자들은 종교적, 정치적 신념에 따라 성스러운 임무를 수행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순교가 아니라 자살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오랜 기간 죽을 것을 숙고하고 결심하여 결행했기 때문만 아니라 더 중요한 이유는 남을 살리기는커녕 자신만 죽는 것으로 끝난 것도 아니고 의도적으로 아무 잘못이 없는 남들을 함께 죽였기 때문입니다. 자살이라 할 것도 없이 말 그대로 테러에 의한 무차별 살인입니다.  

예수님은 열 두 영도 더 되는 천군 천사로 로마 군대를 무찌르고 십자가에 가지 않았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내가 만일 그렇게 하면 이런 일이 있으리라 한 성경이 어떻게 이루어지리요” (마26:53) 하시면서 스스로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극단적으로 해석하자면 질문자님께서 예를 든 경우와 동일합합니다. 그러나 십자가가 자살이 아닌 까닭은 우선 크게 보아 자신이 죽음으로 전 인류를 살리신다는 동기가 자살과 다르며 또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고 남이 주님을 죽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울 사도는 “의인을 위하여 죽는 자가 쉽지 않고 선인을 위하여 용감히 죽는 자가 혹 있거니와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롬5:7,8)고 십자가 죽음에 대한 정의를 내렸습니다. 신자는 바로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여 그 분의 남은 고난을 우리의 몸에 채우는 자입니다. 쉽게 말해 남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칠 수 있는 자가 된 것입니다. 바울 사도도 그래서 동족 유대인들의 구원을 위해 “나의 형제 곧 골육의 친척을 위하여 내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원하는 바로라”(롬9:3)고 눈물로 하나님께 기도 드렸습니다. 스스로 얼마든지 죽을 각오를 밝혔고 또 실제로도 죽음이 닥칠 것을 알고 기꺼이 로마 감옥의 사형수가 되었지만 자살이 아니라 순교였습니다.

오해는 마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순교가 자살을 범한 죄가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해서 순교 만을 위한 순교를 해선 안 됩니다. 한 때 순교를 신앙의 최고 덕목으로 삼아 고의로 순교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부러 남을 위해 죽을 기회를 찾는다는 것은 스스로 죽음을 생각해서 오랫동안 결심하고 또 방법마저 찾았다는 의미에서 자칫 그것이야 말로 순교가 아니라 자살로 취급될 수 있습니다.

바울은 선교가 목적이었고 죽음을 감수한 것은 그 결과였습니다. 반면에 순교 자체가 목적이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선교라는 방법을 택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하나님께 분명한 소명을 받아 주의 일을 하거나 세상에서의 자기에게 맡겨진 임무(이것 자체도 주님이 주신 천직이자 소명임) 수행이 목적이고 어쩔 수 없이 결과적으로 당하는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 가장 숭고한 죽음인 것입니다.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마감하는 자살은 신자라면 절대 해선 안 되는 하나님 앞에 가장 큰 죄입니다. 모든 피조물의 살고 죽음은 오직 창조주 하나님의 주권에 달렸음에도 하나님의 그 권세를 침범한 것이며, 하나님에게서 받은 고귀한 생명을 아무 것도 아닌 양 여겼으며, 신자가 하나님의 뜻 안에서 이 땅에서 주님을 증거하며 살아야 할 귀한 사명도 저버렸고, 현재의 삶 가운데 주님의 인도와 보호와 은총이 전혀 없다고 판단 했을 뿐 아니라, 나아가 설령 지금 당장 자신의 삶과 인생이 보잘 것 없고 완전히 실패한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님이 변화시키지 못할 일이 하나 없으며 자신에 대한 분명한 계획과 뜻이 있음 조차 믿지 못한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신자의 자살은 스스로 신자이길 거부한 것입니다. 아니 좀더 엄밀하게 말해 처음부터 신자가 아니었습니다. 신자는 성령으로 거듭나 이미 성령의 전이 되어 있어 그런 실망과 좌절이 있을수록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대신 간구해 주셔서 자살하려는 마음을 되돌리게 해 주십니다. 나아가 하나님이 이미 선택해 구원을 베풀어 준 자이기에 어떤 사람이나 사건을 통해 혹은 초자연적인 간섭을 하셔서라도 반드시 살려주십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참 신자라면 순교나 순직한 것은 천국 갑니다. 자살한 자는 신자의 경우도 지옥 갑니다. 그러나 자살하는 자는 신자가 아닐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혹시라도 참 신자가 일시적으로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자살할 경우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런 경우는 자신의 중생체험은 당사자만이 알고 또 인간의 중심은 하나님만이 꿰 뚫어 보실 수 있으므로 아무리 성경에 정통한 신학자라도 섣불리 판단할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손주생

2006.06.29 08:29:28
*.97.163.110

목사님 이 질문과 성경문답 17번의 질문을 올렸던 청년이 지금 저와 함께 우리교회에서 같이 교숙자로 생활하기 시작했답니다.
지금 이 형제가 선교사를 꿈꾸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너무도 심성이 맑고 착합니다.
오강남박사의 책을 읽고 신앙생활에 혼란을 느끼다가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중심을 잡아 이제 어엿한 청년이 되었네요
현재 고려신학대학교 영문과에 입학하였고요 지난 5월달에 우리교회로 옮겨 사역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목사님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연히 알게되어 안그래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못드려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네요 ^^.
목사님께 감사함을 전해달라고 합니다. 지금 댓글을 달고있는 옆에서 이 글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저와 우리 명한형제에게 좋은 말씀으로 깨우쳐주시는 목사님께 진심으로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샬롬!~

사라의 웃음

2012.09.19 04:28:00
*.235.51.228

오강남의 예수는없다를 읽고 신앙이 흔들렸던 형제님이 선교사가 되려 신학생이 되었균요. 그 고등학생이 어찌 되었는지 참 둥금하였는데 이렇게 또 소식을 듣게되니 신기합니다. 모쪼록 목사님의 사역이 한 영혼 한 영혼 살리는 일에 귀히 쓰임받으심을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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