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하24:8과 대하36:9이 서로 상충합니다

조회 수 944 추천 수 25 2011.09.28 15:30:30
운영자 *.104.239.214
앞선 글의 질문을 주시고 또 그 아래에 댓글을 다신 한승기 권사(감리교에선 남자 권사가 있음)님께서 추가로 질문 주셨습니다. "대하 36:9 말씀에  여호야긴이 위에 오를때 나이가 8세라고 기록되어 있지만, 왕하 24:8 말씀을 보면 18세로 기록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입니다.  

솔직히 권사님께 개인적 이멜로 질문 받고는 한두 시간 안에 곧바로 답변 글을 올리느라 같은 사건을 기록한 열왕기하의 구절과 비교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불찰이자 아주 큰 잘못입니다. 모든 방문자님들께 사과드립니다.

이런 경우는 성경 원본 자체의 오류입니다. 둘 중 하나가 잘못 기록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먼저 역대하 36:9의 경우는 모든 영어, 한글 성경이 8세로 기록했지만 NIV 만 18세로 번역했기에 원래 답변대로 NIV의 오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왕하 24:8 때문에 조금 더 생각해볼 여지가 생겼습니다. 과연 두 성경 중에 어느 곳이 오류인지 가려야 하며 또 성경에 왜 이런 착오가 나타나는지 그 원인을 따져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존하는 구약성경 사본 중에 가장 오래 된 헬라어판 70인역(Septuagint)부터 그렇게 즉, 왕하는 18세 대하는 8세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70인역도 그 이전에 있었던 히브리어 필사본을 보고 그대로 번역했다는 뜻이 됩니다. 이제 없어져버린 그 오래된 히브리어 필사본에 왜 그런 오류가 생겼는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성경 기록상의 오류가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특별히 지금 같은 숫자 오류는 거의 대부분 히브리 문자를 필사할 때의 착각 때문으로 봅니다. 성경을 기록할 당시 유대인에게 숫자를 나타내는 문자가 따로 없었습니다. 아라비아 숫자(1,2,3 ...)나 로마식 표현(I, II, V..)은 훨씬 후대에 고안된 것입니다. 대신에 히브리 알파벳으로 숫자를 표기했는데 한글철자에 비추어 알기 쉽게 설명하면, ㄱ=1, ㄴ=2, ㅊ=10, ㅋ=100을 대변하는 식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히브리 알파벳에는 그 모양이 아주 비슷한 철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의 모든 구약성경은 필사자들이 일일이 손으로 베껴 쓰서 전해내려 왔는데 가끔은 착시하거나, 심지어 졸려서 잘못 옮겨 적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여러 사본들을 비교해 보면 금방 어느 것이 잘못인지 판명이 납니다.  

그럼 어쨌든 히브리 학자들이라도 상호 비교해서 둘 중 하나를 차후에 바르게 고쳐 놓아야 할 텐데 둘 다 그냥 그렇게 놓아둔 이유가 무엇인지라는 추가 질문이 생깁니다. 역대하 기자와 열왕기 기자가 한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최초 원본은 바로 기록했을 것이나, 서로 달랐기에 각자가 채택한 원시 자료가 달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연대 계산을 잘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히브리 성경이 계속해서 왕하는 18세로, 대하는 8세로 필사해 내려 왔기에 70인역과 영어 번역본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이유도 있습니다. 왕하에는 여호와긴의 치리 기간을 석 달로, 대하에는 석 달 열흘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논리적으로만 따지면 더 구체적으로 기록한 것이 더 신빙성이 가는 정확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왕하의 저자도 잘못 기록한 것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실제 재위 기간이 석 달 열흘인데 열 달이라고 표현했다면 잘못이지만 단순히 석 달이라고 한 것은 동일하게 옳은 표현이라고 봐야 합니다.

따라서 이런 오류가 생긴 원인은 두 가지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열왕기나 역대기의 최초의 저자가 서로 다른 역사적 자료에 의거했거나, 아니면 최초의 원작은 18세 혹은 8세 둘 중 하나로 통일되게 기록했는데도 원작과 70인역이 나오기 전의 어느 시점에서 필사자들이 위에서 설명한 이유로 둘 중 하나의 책에 잘못 옮겨 적은 것입니다.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70인역과 오랜 필사본들이 지금의 성경처럼 기록하고 있고 서로 대조하여 한 쪽의 잘못이라고 결정적으로 판단할 근거가 없다는 것뿐입니다. 또 성경저자의 의도는 두 책에서 공통적으로 왕의 즉위한 나이보다 짧은 재위기간을 더 강조한 것이므로 그냥 그대로 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여호아긴이 8세에 즉위했던, 18세에 즉위했던 첫 답변 글에서 밝힌 대로 선왕의 친애굽정책과 성전 제사와 율법준수에 등한히 하여 여호와 보시기에 악했기에 즉위하자마자 벌을 받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것입니다.  

성경에는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알브올의 일로 광야에서 하나님께 벌을 받아 염병에 걸려 하루 만에 죽은 사람의 숫자입니다. 민수기 25:9에선 24,000 명으로, 반면에 고린도전서 10:8에선 23,000 명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는 모세의 기록이 원본이므로 바울이 인용하여 기록하면서 약간 착오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그럼에도 바울이 5만 혹은 10만 명 식으로 과장하지 않았기에 누가 봐도 가볍게 실수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또 지금 질문하신 주제와 마찬가지로 모세나 바울이나 저작 의도는 같습니다. 하루 만에 2만 명 넘게 많은 자들이 벌 받아 죽을 만큼 하나님의 진노가 극심했다는 것입니다. 또 그래서 정경화 과정이나 후대학자들이 이런 상호 모순을 일부러 일치시키려 시도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둔 것입니다.

주목할 것은 이런 측면에까지 성경이 무오류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비록 이런 사소한 오류가 있어도 여전히 성경은 성령의 영감으로 기록된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말하자면 인간 저자가 기록했기에 인간적 착각, 실수 등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으며 또  후대에서 연구하면 분명하고도 쉽게  알 수 있기에 그대로 두었다는 면에서 오히려 성경은 그 진실성이 보장됩니다.

요컨대 일부러 과장, 가식, 변조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거나, 불러주는 대로 그대로 받아 적었거나, 어떤 이단처럼 존재하지도 않은 금판의 글씨를 번역한 것도 아닌 것입니다. 실제로 인간 역사 가운데 개입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온전한 믿음으로 반응하여 일어났던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 것입니다.

살펴본 대로 성경에 나타나는 이런저런 오류들은 얼마든지 합리적이고 타당한 변증이 가능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사실을 사실대로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대신에 그런 오류를 접하는 비전문가인 일반 독자로선 성경이 과학적 역사적 기록이기 이전에 죄에 빠진 인간을 구원하는 책임을 먼저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성경 자체가 권하는바 그대로 말입니다.

“그러나 너는 배우고 확신한 일에 거하라 네가 뉘게서 배운 것을 알며 또 네가 어려서부터 성경을 알았나니 성경은 능히 너로 하여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에 이르는 지혜가 있게 하느니라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케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하기에 온전케 하려 함이니라.”(딤후3:14-17)

9/28/2011

(*) Septuagint(70인역 구약성경)은 기원전 300 년경에 이집트의 Ptolemy 2세에 의해 히브리어 구약성경을 72명의 학자를 동원해서 헬라어로 번역한 책을 말합니다. 현존하는 구약성경으로 가장 오랜 것이기도 하지만, 신약성경을 기록한 예수님의 제자들이 익숙하게 읽고 또 신약에 인용한 책입니다. 당시 헬라문화권에 속했고 성경 히브리어는 잊어버리고 일상적으로 헬라어를 사용했던 유대인들이 가장 권위 있게 여겼던 성경입니다. 또 지금 문제가 된 두 구절에서 여호아긴의 나이에 대해선 첫 답변 글에서 제가 추천한 영어 성경프로그램  “Bible Works 7”에서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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