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점 만점에 10점

조회 수 1171 추천 수 116 2009.03.06 19:25:43
10점 만점에 10점


둘째 손녀가 지난 화요일(3/3) 태어나느라 이번 주간은 아주 바빴습니다. 자연 분만한 첫 번째와는 달리 태아가 밑으로 향하지 않아 제왕절개로 낳았습니다. 원체 강건하고 활동적인 자부(子婦)인지라 아기와 함께 어제(3/5) 저녁 퇴원해서 집에 왔습니다.

아기는 태어날 때에 7.7 파운드(약3.5 키로)로 아주 건강합니다. 미국 병원에선 출산 때의 아기 건강 상태를 다방면으로 평가해서 점수로 매겨주는데, 최근 유행하는 한국가요처럼 “10점 만점에 10점”을 -첫째는 9점- 받았습니다. 나오자마자 대소변을 시원하게(?) 싸버린 것도 좋은 평가를 받은 요인이라고 했습니다.

아이와 엄마 모두 건강하게 일찍 퇴원하게 된 데는 이제 장녀로 언니가 되는 세 살짜리 첫 손녀의 기도가 큰 힘을 발휘했습니다. 병원으로 출발하기 전에 식구가 함께 모여 기도할 때에 항상 그러하듯이 첫 손녀가 먼저 기도했습니다. 기도라야 Mommy, Daddy, Jesus, Thank you 등의 한두 단어를 자기 입맛대로 끼워 맞추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날은 놀랍게도 엄마의 불룩한 배 위에 손을 얹고는 기도를 했습니다. 미리 작명해서 계속 주지시켜 놓은 동생의 이름도 함께 부르면서 말입니다.      

외로웠던 뉴욕 생활을 청산하고 저희 집에서 두 돌이 지나서부터 함께 기거하면서 저로서 가장 먼저 시킨 교육 중의 하나가 스스로 기도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말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기도하게 된 셈입니다. 솔직히 말해 저는 인위적인 신앙 훈련을 예민할 정도로 반대하는 편인데도 이번에는 제가 미리 짜 놓은 각본에 따라 기도 훈련을 시켰습니다.

자기 식구에게는 가르친 대로 적용하지 않는다고 탓할 수 있겠지만, 나름대로 그럴만한 사연이 좀 있었습니다. 뉴욕에서 엄마 아빠가 맞벌이 하느라 생후 두 달 반부터 2년간을 이른 새벽에서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유치원에서만 보냈습니다. 또 하루 종일 일하느라 지친 부모가 아무리 첫 애가 눈에 넣을 만큼 귀여웠어도 제대로 보살필 수 없었습니다. 자연히 저희 집에 처음 왔을 때에는 아주 산만하고 막무가내인데다 오직 엄마만 찾았습니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아무도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낮 시간 동안에 손녀와 같이 지내야 하는 저와 집사람으로선 가능한 사랑을 베풀면서 열심히 기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아이가 조금이라도 다치거나 배가 아프다고 하면 바로 그곳에 손을 얹고는 기도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주님이 역사하셨는지 그 어린 마음에도 아픔이 덜하고 뭔가 마음의 평강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조금만 힘든 일이 생기면 기도해달라고 먼저 요구할 정도까지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언뜻 내가 기도해 줄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스스로 기도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죽고 못 사는 엄마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퇴근해서 집에 올 때쯤에 “엄마 빨리 집에 오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게 한 것입니다. 그럼 얼마 안 있어서 엄마가 나타나면 자기가 기도한 것이 응답 되었다는 믿음을 심어주려는 선의(?)의 조작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무슨 일이든 자기가 먼저 기도하려 듭니다. 마침 기독교 유치원에 보냈더니 간식이나 중식시간에 식사 기도자로 혼자만 손을 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러다 자칫 형식적이거나 자기 자랑의 기도로 흐르지 않을까 염려가 들기도 합니다. 또 기도한 대로 응답이 안 되었을 때의 실망감을 어떻게 설명해주어야 하느냐는 걱정도 때로는 스쳐 지나갑니다.

하루는 아이가 저녁 식탁에서 예의 기도를 하고 있는 중에 엄마가 이미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좀 있다 들어오라고 눈짓을 막 보냈습니다. 그런데도 엄마는 그 기도하는 너무나 깜찍한 모습에 기뻐 어쩔 줄 몰라 바로 애기 이름을 부르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말하자면 기도하는 중에, 아멘도 하기 전에 응답된 셈이었습니다.

바로 그 때에 저에게 신자의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도 바로 이런 모습이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정말 순전한 믿음으로 선한 일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면 신자보다 하나님이 더 기뻐하시지 않을까, 그것도 감격에 겨워서 큰 소리를 치면서 말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어린아이 같은 믿음을 가질 수 있을지 여부뿐일 것입니다.

오늘도 팔불출처럼 식구 자랑을 좀 했습니다만 이 부족한 종의 집에 새 식구를 주시고 태아나 엄마나 아주 건강한 배경에는 오직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음을 확신합니다. 첫 손녀가 엄마 배에 손을 얹고 앙증맞게 기도한 모습을 틀림없이 저희들보다 당신께서 더 기뻐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앞으로 혹시 아이가 기도하는대로 응답이 안 되는 일이 일어나도 그 손녀의 영혼과 믿음을 그분께서 계속해서, 아니 영원토록 순전하게 지켜 주실 것도 믿습니다.    

이 세상에서 “10점 만점에 10점”인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뿐입니다. 우리가 그분의 10점을 온전히 다 차지할 수 있는 길은 우리 기도에 얼마나 불순물이 제거 되어서 순도(純度) 100%를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의 기도에 악한 의도는 전혀 없고 대부분의 경우 이기적이지도 않습니다. 특별히 지금 같이 어려운 가운데는 정말 가장으로서 식구들 생존만을 위한 최선의 기도를 간절히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하나님 보시기에는 순도 100%의 기도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내 눈 앞에 아무리 열악한 환경과 위급한 고난이 펼쳐져 있더라도 그분만은 절대적으로 10점 만점에 10점입니다. 우선 이 진리를 믿는 믿음에서부터 우리의 의심과 혼란을 제거해야 할 것입니다. 기도하는 제목이 정욕으로 쓰려고 구하는 것이 되어선 당연히 안 되지만, 가장 먼저 어린아이 같은 순도의 믿음으로 돌아가야 할 것입니다.

한 마디로 우리 믿음의 순전한 도수에 따라 하나님의 기쁨과 기도 응답이 비례할 것입니다. 물론 그분을 찬양하는 우리의 음성 또한 따라서 커질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열심과 정성보다 그분이 우리를 기뻐하는 마음이 더 크질 때만이 우리의 존재와 삶과 인생도 10점 만점에 10점으로 더욱 가까워질 것입니다.
    
3/6/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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