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을 오래도록 누리는 비결

조회 수 749 추천 수 65 2010.05.06 18:47:28
기쁨을 오래도록 누리는 비결


저는 언제부터인가 체조와 피겨 스케이팅 경기는 꽤 안쓰러워 보이기 때문에 거의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여자 선수의 경우는 더 그러합니다. 연기를 잘 펼치고 있을 때는 인간의 신체가 저렇게도 아름답고 또 사지(四肢)를 사용하여 표현해낼 수 있는 내용이 풍부하다는 감동을 분명히 받습니다. 그러나 자칫 실수라도 하면 그 동안 뼈를 깎으며 훈련했던 노고들이 물거품 되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습니다. 아마 모든 이가 공감하실 것입니다.

사실은 저만의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체조든 스케이트든 인간이 공중으로 점프해서 3-4회전을 아무리 번듯하게 성공을 한들 고양이나 원숭이만은 못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기 때문입니다. 공중회전이나 물구나무서기 등을 위해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과연 목숨 걸다시피 훈련해야 하며 또 그런 연기를 꼭 갈채하며 구경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해답을 아직은, 특별히 예수를 믿고 난 이후에는, 얻지 못하겠습니다.  

이런 생각은 중국과 북한 등에서 서너 살 때부터 유망주를 부모와 격리시켜 밤낮으로 기계적 훈련만 시키는 모습을 담은 보도를 보면서 더 굳어졌습니다. 2년 전 북경 올림픽 개막식의 매스게임에 동원된 젊은 청년들도 하루 종일 기저귀를 차고 있었다지 않습니까? 그들이 펼친 연기는 분명 아름다웠지만 너무나 비인간적이라는 생각은 지울 수 없습니다.

고된 훈련과 기계 다루듯 하여 인간 취급을 못 받는다는 단순한 뜻이 아닙니다. 다시 말하지만 공중회전과 물구나무서기 등은 인간이 기를 쓰고 개발할 이유와 가치가 절실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런 운동이 개발 된지 백여 년이 넘었어도 여전히 서너 번 회전에만 머물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모든 스포츠가 다 그런 측면이 있긴 하지만 실수했을 때의 민망함이 제일 진한 것이 체조와 피겨라는 뜻입니다.
    
그런 와중에도 지난 밴쿠버 동계 올림픽의 여자 피겨스케이팅 결승전은 밤늦게까지 가슴 조리며 지켜보았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연기는 저 같은 문외한이 봐도 무결점으로 다른 선수와는 한 차원 높음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전대미문의 최고 점수를 획득해 당분간 어느 누구도 깨기 힘든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날 밤에는 그간의 피겨에 대한 저의 조금 굽어진(?) 생각을 고쳐먹어야 되겠다는 생각까지 해봤습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계속 품어도 될 만한 일이 생겼습니다. 아시다시피 금주(5/10자) Time지에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백 명 가운데 김 선수가 선정되어 사진과 함께 피겨 선배인 미셀 콴이 극찬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참으로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잡지의 서두에는 그 백인에 뽑힌 자들이 뱉은 흥미로운 말 몇 개를 인용해 놓았는데 그 중에 김 선수가 했던 말 때문에 이왕의 제 생각을 바꾸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나는 이 순간을 오랫동안 꿈꿔 왔다. 그런데 이젠 더 이상 꿈이 아니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I've been dreaming about this moment so long, I can't believe this is not a dream anymore.)"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후에 인터뷰한 내용일 텐데 의미심장합니다. 우선 오랜 꿈을 이뤄 너무나 기쁘다는 뜻이 확연히 드러나 있습니다. 그러나 또 이뤄야할  그보다 높은 꿈이 더 이상 없다는 아쉬움의 그림자도 짙게 깔려 있지 않습니까?

신예 여자 테니스 선수 하나 만들리코바가 당시까지 여제(女帝)로 불리던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를 이겼을 때의 감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어떤 큰 승리는 승리를 위한 모든 고생과 연습을 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해요. 마치 세계 전부를 소유한 것 같아요.” 그러나 어떤 사람이 그 느낌이 얼마나 가는가라고 물었더니 “약 2분 쯤”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아마 김연아 선수의 경우도 정상에 올랐다는 기쁨은 아주 짧았을 것입니다. 김 선수 개인의 성취감이나 그가 이룬 스포츠계의 업적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왜 남들은 평생을 가도 이루지 못할 목표를, 아니 전 세계 모든 사람 중에 단 한명만이 누릴 수 있는 영예를, 그것도 남들은 목표를 위한 공부나 준비를 갓 시작할 무렵에 다 이루고도 진한 아쉬움이 생기는지 의아스럽다는 뜻입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인 것 같습니다. 인간이 가장 인간다워지는 목표를 이뤄야만 기쁨이 오래 가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서두에 말한 대로 어차피 고양이나 원숭이보다 못할 수밖에 없는 공중돌기를 인간이 목표했다는 뜻만이 아닙니다. 동계올림픽 피겨 금메달이나 윔블던 테니스 챔피언이나 결국은 자기 개인을 위한 것입니다. 남들에게 유익을 주는 측면이 없습니다. 관중으로서 묘기를 지켜보는 즐거움과 챔피언을 배출했다는 민족적 자긍심은 분명 있지만, 본인의 기쁨이 겨우 2분 가는데 제 삼자의 기쁨이야 말해 무엇이겠습니까?

영원한 가치가 그 안에 없다면 세상에서 아무리 큰 업적을 이뤄도 감격이 오래가지 못할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절대로 땅에 떨어지지 않고 영원토록 썩지 않는 가치는 오직 사랑뿐입니다. 그것도 예수님의 십자가 은혜 안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이웃을 제 몸처럼 사랑하는 것입니다. 남들로부터 참 사랑을 받아보지 못하고, 남들에게 참 사랑을 베풀어보지도 못한 자는 어떤 일을 해도 허망하며 갈급할 뿐입니다. 사랑이신 하나님이 인간을 서로 진정으로 사랑해야만 온전한 만족과 행복을 느끼도록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해 신자라면 자신이 지금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이 새로운 기준에 따라 점검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젠가 성취될 그 결과 안에 영원한 가치가 과연 드러날지를 말입니다. 자신의 재정, 건강, 명예, 지성, 권세 등만 높아지는 일인지 다른 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데에 과연 보탬이 될 수 있는지를 따져보아야 합니다.

또 현재의 목표가 이뤄졌을 때의 기쁨이 얼마나 오래 갈지도 곰곰이 상상해 보십시오. 물론 어떤 목표라도 그 성취된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거울 것입니다. 그럼 이렇게 다시 따져 보십시오. 그 목표를 이루고도 또 다른 목표가 생길 것인지, 아니면 지금 그 목표만 가지고 평생을 걸 수 있을 것인지를 말입니다. 목표가 이뤄진 후에 더 이상 미련도 아쉬움도 없어야 합니다. 지금의 목표보다 더 귀하고 시급하고 중요한 목표는 결코 있을 수 없는지 살펴야 합니다.

만약 이것 외에 내 인생의 목표는 따로 있을 수 없다는 목표라면 그 일을 실행하면서부터, 다른 말로 결과가 나타나기 전부터, 영원한 기쁨은 샘처럼 속에서 솟아날 것입니다. 신자가 평생을 거는 목표란 마땅히 남을 사랑하라는 하나님이 주신 목표인데다, 하나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 성취를 책임지고 이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5/6/2010

김순희

2010.05.07 12:17:40
*.161.88.93

그 목표만 가지고 평생을 걸 수 있는...

십자가 사랑 때문에, 그 사랑에 너무나 감격해서
이웃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정순태

2010.05.07 13:10:07
*.75.152.133

지향해야 할 푯대만 바라보고 가는 발걸음이기를 소망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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