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기권을 깊이 회개하며...

조회 수 264 추천 수 1 2016.11.12 05:07:37

 

선거 기권을 깊이 회개하며...

 

 

저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 두 후보자 모두 너무 마음에 안 들고 도무지 누구를 찍을지 결정할 수 없어서 기권했습니다. 지구환경보호를 최우선 정책으로 삼은 녹색당 여성후보를 찍을까라는 생각이 잠시 스쳐지나갔지만 공해방지 외의 정책들은 성경과 거리가 멀고 민주당보다 더 진보 쪽이라 그마저 포기했습니다. 내심 기권이야말로 신자로서 택할 수 있는 가장 의로운 결정이라는 일말의 위로 내지 섣부른 자랑을 품고서 말입니다.

 

그러나 선거 하루 전에서야 제 기권은 신자로서 해선 안 되는 아주 잘못되고도 비겁한 짓임을 깨달았으나 그 때는 결정을 번복하기에 이미 너무 늦었습니다. 흔히 이야기하듯 둘 다 지금껏 없었던 최악의 후보이지만 차악(次惡)이라도 골라 투표하는 것이 신자이기 이전에 시민으로써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는 단순한 뜻이 아닙니다.

 

최소한 기권한다는 의사표시라도 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투표는 하되 두 후보 모두 기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도 저와 같은 생각이었겠지만 공화당의 유력지도자 겸 전직 대통령이라면 인물을 떠나 상식적으로 공화당 후보에게 표를 주어야만 합니다. 아마도 최고 유망하게 뽑히던 동생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가 공화당 예선에서 트럼프에게 형편없이 깨어진(?) 사적원한이 조금 작용되었는지 모릅니다.

 

투표는 하되 기표하지 않은 채 제출하면 그만큼 두 후보를 다 싫어하는 국민들도 많다는 경종의 효과는 거둡니다. 투표 하루 전날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끝내 불참한 까닭이 있습니다. 미국 대선은 대통령만 뽑는 것이 아니라 작은 책자 정도로 투표할 내용이 많은데 이번에는 워낙 선거에 관심이 없어서 그 내용을 미처 숙지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찍기 식으로 투표할 수는 없습니다. 가뜩이나 소수인종에 대한 차별 내지 경시가 알게 모르게 있는데 백지로 내는 것은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비밀투표라 누가 백지를 낸지 모르고 또 그럴 경우 카운트 되는지 안 되는지도 모르지만, 않았기 때문입니다. 비유컨대 학교 졸업시험의 답안지를 백지로 낼 수는 없지 않습니까?

 

미국 선거일에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만 뽑지 않습니다. 임기가 다른 연방 상하원 의원, 주지사, 주 상하원 의원, 교육감, 검찰총장, 보안관 등등 선출직 공직자들을 일일이 뽑아야 합니다. 거기다 그 해에 주민들이 발의한 법안들까지 해마다 정해진 선거일에 다 묶어서 투표합니다. 투표에 기권하는 것은 민주시민으로써뿐 아니라, 공권력은 악인에게 벌을 주고 선인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님이 제정한 제도(롬13:1-7)이므로 신자로써도 해선 안 될 일입니다.

 

지역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은 어지간한 미국사람들도 사실 잘 모릅니다. 대충 당적이나 정책을 보고 투표합니다. 저는 그 동안 이름을 보고 소수 인종일 것 같으면 당을 떠나서 투표했습니다. 이도 사실은 나태한 짓이긴 하지만 이민 와서 사는 저로선 소수인종의 정치인이나 공직자가 많이 나와야 아무래도 소외되고 가난한 계층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단순히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신자로써 꼭 투표에 참여해야 할 더 큰 이유는 각주마다 주민들의 의사를 묻는 신규 법안들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기독교적 가치관과 배치되는 법안들이 많이 통과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동성결혼 합법화를 필두로 공립학교의 화장실에 남녀구분을 없애는 법안마저 있었습니다. 지금 현재의 미국인들의 영적추세는 완전히 인본주의로 흘렀으며 다수의 기독교인들도 동조하고 있습니다. 점차 투표로는 더 이상 반성경적 법안을 막을 수 없을 정도까지 되어갑니다. 결국은 성경의 예언대로 참 믿음을 가진 극소수만 남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신자는 가능한 많이 투표에 참여하여 진리에 반한다고 세상 앞에 당당하게 선언해야 합니다. 제가 이번에 트럼프와 힐러리 두 사람에게 온전히 혼이 빠져서(?) 그런 법안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고 결국 투표 하루 전에 챙겨보려니 역부족이었습니다. 신자로서 기본적 의무마저 행하지 못했음을 늦게나마 깊이 회개합니다.

 

정작 신자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할 투표는 대통령보다 이런 법안들입니다. 법안 부결까지는 힘들어도 반대 의견이 많다는 사실만이라도 드러내었어야 합니다. 이번에도 모든 이들이 힐러리와 트럼프의 진흙탕 싸움을 구경하는 사이에 일부 주에선 슬그머니 통과된 법안이 있습니다. 의료용이 아닌 취미용 마리화나 판매 합법화와 몇 가지 엄격한 조건이 붙긴 했지만 존엄사 허용법안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바이블벨트인 테네시주와는 아직은 상관없지만 이곳도 끝까지 변질되지 않도록 열심히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돌아가는 모든 세태를 보면 주님 다시 오실 때가 분명 임박해져가는 것 같습니다. 그럴수록 영적으로 깨어서 구원 받지 못한 불쌍한 영혼들을 복음으로 초대하고 죄악으로 물든 이 땅을 변화시켜야 하는 주님 주신 소명에 충성 헌신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 어서 오시옵소서”보다 “주님 이 땅과 죄인들에 대한 긍휼을 제발 아직은 거두지 마옵시고 깨끗하게 고쳐주시옵소서. 아멘!”이 우리 모두의 기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11/12/2016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4758532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4760622

마리화나 합법화 관련 기사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4758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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